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낙태권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2016년 트럼프는 낙태권 판례, 일명 ‘로 대(對) 웨이드(Roe v. Wade) 판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당선 후에는 실제로 보수성향 판사 3명을 대법관으로 지명한 바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2022년 5월 미 연방대법원이 거의 50년 만에 낙태 합법화를 폐기하였다. 이것은 미국 사회에서 낙태를 둘러싼 새로운 판도라가 열린 셈인데, 이를 반영하듯이 낙태 관련 뜨거운 공방전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조 바이든
우리는 소비자이면서 구매자이다. 커피를 사면 커피 구매자이고, 커피를 마시면 커피 소비자가 된다. 구매와 소비는 함께 이루어지는 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선택으로 시작한다. 조금 과장하면 일상이 선택이다. 그래서 유독 돈이 개입되는 구매 선택은 고민 없이 저지르는 수준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 원인은 가지가지이겠으나 현란한 표시와 혹하게 하는 광고가 아닐까 한다.소비자는 영리하고 지혜로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제품 한쪽에 작은 글씨로, 더구나 잘 모르는 전문용어 등으로 도배된 설명서를 읽기보다는 댓글이나 광고에 선택을 의존
4.10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 지 2주가 지났다. 이 선거로 정부와 여당은 칼끝을 붙든 채 싸움을 해야 할 위기에 처하고, 야당의 이재명 대표와 비례 정당으로 12석을 얻은 조국 대표는 연일 기세등등이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났을까?이번 선거에서 전국 투표율은 67%로, 유권자의 3분의 2가 투표했다. 정당별 지역구 득표율은 더불어민주당 50.5%, 국민의힘 45.1%, 여타 정당과 무소속 4.4%였다. 여야의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61석(총 지역구 의석수의 63.3%), 국민의힘 90석(35.4%)으로 무려 71석 차이가
‘종이 없는 사회’는, 전통적으로 종이 위에 글로 쓴 문서, 우편 등이 전자 방식의 통신과 저장으로 대체되어 종이가 쓰이지 않고 나아가서는 필요가 없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1978년 미국의 정보과학자 프레데릭 랜카스터(Frederick Wilfrid Lancaster, 1933~2013)가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사실은 한국 출신의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이 그보다 10년 전인 1968년에 제출한 보고서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확장된 교육’에서 전자통신 수단의 발달로 종이가 필요 없는 사회
장애인의 날이었던 4월 20일, 청계천 광장에서는 장애인생산품 홍보의 장이 열렸다.필자도 정신을 차려보니 양손 가득 우엉차, 비누, 소금빵, 손뜨개 카드지갑까지 사고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45개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 보호작업장 등 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기관에서 장애인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가 알차게 준비되었다. 식품, 사무용품, 생활용품, 방역서비스 등 산업의 종류대로 구분된 장터에서 ESG 체험 코너가 눈에 띈다.이 행사를 수년간 개최하고 있는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가 서울지역
4월 19일이다. 흔히 4.19로 불리는 우리 현대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된 혁명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는 이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운동을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 학교에서 책 등을 통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정부는 그와 병행하여 사건이 일어난 날을 국경일 등으로 지정하여 기념하기도 한다. 사건이 일어난 공간과 장소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그 사건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6월 17일은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날이다. 서독 서베를린 도시건축 답사여행 중 지도를 들고 거닐다 ‘6월 17일 가로(Stra
임시 공휴일로 지정돼 일상을 잠시 멈출 정도로 총선은 큰 정치사였다. 이런 대사를 치르느라 모두 진이 빠졌으니 나라 밖 세상도 이를 감안해줄 만도 한 데 전혀 그렇지 않으니 야속하다. 우리 경제에 부정적 파급력이 큰 일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일자리 사정, 소비자 씀씀이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가 예상했던 것만큼 내려오지 않고 있다.이러니 모두 목 빼어 기다리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 같으니 한은의 금리 인하도 미루어질 전망이다. 이런 미국 사정에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금리 인하를 고대하는 금융시
봄기운 완연한 저녁에 길을 걷다가 호프집에 들어갔다. 친구와 나는 생맥주 딱 한 잔과 버섯 튀김 한 접시만 시켜 먹기로 했다. 그 호프집은 화장실 문도 낡았고, 주방에 맥주와 짐이 한가득 쌓여 있어 부산스러운 공간이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우리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운 좋게 자리가 생겼다. 맥주와 소주를 걸쳐서인지 주변 테이블은 무진장 시끄러웠다. 가게에서 제일 조용한 우리는 버섯 튀김을 기다리며 맥주로 목을 축였다.60대 중반의 여자 사장님은 몹시 바쁘셨다. 주문에 서빙, 요리, 뒷정리까지 혼자 도맡아 하
우크라이나전쟁이 3년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방의 최대 군사동맹 기구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창설 75주년을 맞았다. 1949년 미국 주도로 영국·캐나다·프랑스 등 유럽과 북미 지역의 12국이 결성한 나토는 냉전 당시 구(舊)소련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출범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엔 동유럽 국가가 대거 가입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웨덴 핀란드 등 중립국들도 가입하면서 회원국이 32국으로 늘었다. 한편 한국을 위시하여 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도 ‘협력국(global partners
필자가 ‘늦깎이’로 대학원에 입학하고, 미술사 박사학위 과정에서 사계(斯界)의 전문가에게 다양한 강의를 청강(聽講)할 수 있었던 것은 ‘배움의 기쁨’을 더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유홍준(兪弘濬, 1949~ ) 교수의 조선 시대 미술 문화에 대한 강의,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 선생에 관한 강의는 늘 생동감이 넘쳐나곤 하였습니다. 유 교수가 ‘세한도’를 극찬한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었습니다.‘세한도’에 얽힌 이야기는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말엽인 1943년 경성제국대학 교수였던 후지즈카 지카시(藤塚隣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0총선이 진보 야권의 대승, 보수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 조국혁신당이 12석, 새로운미래와 진보당이 각 1석을 차지함으로써 야권의 의석이 모두 189석으로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가깝다. 반면 국민의힘-국민의미래는 108석을 차지함으로써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겨우 넘겼다. 여기에 국민의힘을 나와 독자 노선을 추구한 개혁신당 의원 3명을 합해도 111석에 불과하다.정부-여당에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는 감소한 가운데, 중도 유권자들이 야권 지지로 대거 돌아
'2021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은 40년째 부동의 1위인 암이며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이 그 뒤를 잇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여 순위가 크게 오른 폐렴(6위에서 3위)과 치매(순위권 밖에서 7위)는 고령 인구의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사망 원인 상위권에 있는 질병 모두는 조기에 발견하면 사망률을 낮출 수 있으며, 영상 장비를 통해 조기 진단이 가능하여 의료용 영상 장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특히 영상 장비를 통해 질환의 위치나 크기, 모양 등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정확
한국에 스마트폰이 상륙하던 때이니 2010년경의 일이다. 이화여대동창회가 주관하는 행사가 교내 대강당에서 열렸는데, 일부 재학생들도 초대를 받았다. 행사가 끝난 후 어른 동창이 남긴 한 말씀, “요즘 학생들은 행사장에서 떠들지 않네요. 학교에서 교육을 잘하고 계신 모양입니다.”하지만 실상은 스마트폰을 코에 박고 즐기느라 바로 옆자리에 앉은 친구와 떠들 틈조차 없었던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교정에서도 교실에서도 잘 떠들지 않는다. SNS하랴, 끊임없이 올라오는 숏폼 즐기랴, 드라마 짤영상 보랴, 온라인 게임하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
올해 주총시즌을 뜨겁게 달구었던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특이한 사항이 하나 생겼다. 모녀와 장·차남의 싸움에서 장·차남 측이 모녀 측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두 개의 공익재단(가현문화재단, 임성기 재단)에 대해 주총 직전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장·차남 측은 고 임성기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공익법인이 일부 대주주(모녀 측)에 의해 개인 재산처럼 의사 결정에 활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주총 표 대결에서 완승한 장·차남 측은 경영권 분쟁에서는 마침표를 찍었으나 공익법인의
아래 사진, 텅 빈 신발장에 아이 신발 두 켤레가 아래위로 나란히 놓여 있는 거 보이나요? 우리 동네 어린이집 신발장입니다. 아직 밤이 길던, 한 달 반쯤 전, 2월 어느 날 이 신발장을 들여다봤다가 그게 지금까지 버릇이 되었습니다.나는 보통 오후 6시 무렵 아파트 관리동 지하에 있는 체육관에 내려가 이것저것 운동을 하는데, 체육관에 가려면 1층에 있는 어린이집을 지나야 합니다. (관리동 2층은 관리사무실, 3층은 경로당입니다.) 보통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곧바로 지하로 내려갔지만, 그날은 왠지 어린이집 쪽으로 눈길이 갔습니다. 어
스튜디오 촬영이나 드레스, 메이크업, ‘스드메’가 결혼식의 필수가 된 지는 오래다. 그런데 ‘퍼얼레’라니? ‘퍼얼레’는 드레스 숍에서 새 드레스를 처음 입어 보는 퍼스트 웨어, 오전 9시 이전 또는 오후 5시 이후에 메이크업을 받는 얼리 스타트와 레이트 아웃이면 추가금을 요구한다고 해서 붙여진 신조어다.웨딩이란 단어만 붙으면 가격이 비싸지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거의 모든 과정에 추가금이 붙는 게 현실이다. 음식점의 메뉴판에 가격을 표시하듯이 가격을 표시하는 결혼서비스 업체가 별로 없는데, 가격을 표시한 업체도 현장에 가면 각종 명목으
한국의 여성들은 자축할 일이 많은가? 나의 어머니는 1926년생으로 18세에 혼인하여 첫아들 출산 이후 내리 딸 다섯을 낳다가 마흔에 여섯째 딸인 나를 낳았다. 평균 자녀 수가 6명이던 1960년대에 “3.3.35운동,” 즉 3자녀를 3살 터울로 35세 이전에 낳기 운동이 한창일 때 ‘이상적 가족’과 달리 아들을 낳으려 계속 출산을 시도한 어머니로서는 자녀출산이 그리 자축할 일은 못 되었다.하지만 어머니는 1948년 처음으로 여성의 참정권이 보장된 이후로 선거에 참여하였고, 1960년 제5대 국회의원선거 때에는 축첩제 폐지운동을 목
우리 가족은 모두 음력으로 생일을 지내다가 딸이 태평양 건너 사랑을 찾아 떠나면서, 기억하기 쉽게 양력으로 지내온 지 10여 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제삿날과 형제들의 생일은 여전히 음력으로 지내고 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헷갈려서 당혹스러운 일이 일어나곤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모골이 송연하다.어느 해, 퇴근 후 동네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 왔는데, 어째 집안 공기가 싸늘했다. 아들한테 문자를 보냈으나 답장이 없다. 딸은 시차가 있어 연락하지 못하고. 그러고 있는데 아들한테서 답이 왔다. “무슨 일 있어요?” “오늘 무
EU는 지난 3월 7일 세계 최초로 게이트 키퍼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 Act)’을 전면 시행하였다. 애플·메타(페이스북)·알파벳(구글)·아마존·MS·바이트댄스가 사전지정 요건에 따른 규제 대상이다. 공정하고 개방된 디지털 시장 조성을 위해서 DMA는 서비스의 경쟁업체 개방, 획득 이용자 개인정보의 무분별 활용을 엄격히 제한한다. 구체적으로 규제 대상 플랫폼의 자사 상품·서비스 우대, 자사 소프트웨어 끼워팔기, 개인정보 부당 이용 등을 금지한다. 위반할
경북 안동시 도산면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 선생의 종택을 지켜온 종손 이근필(李根必) 옹이 지난 7일 93세로 별세(1932~2024)했다. 퇴계 종가 주인의 부음은 많은 이들을 슬프게 했다. 각계각층에서 조문을 왔고 조화를 보내왔다. 11일의 발인에는 유족과 친지, 유림 등에서 100여 명이 장례 행사에 참여해 퇴계 종택 근처 선영에 마련된 묘소까지 호송을 하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전국 유림에서 보내온 만장(輓章)이 가는 길을 덮었다. 종손의 타계로 퇴계종가를 지켜온 그의 생애가 재조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