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교보 등 자산운용 사업 진출
업황 부진·수익률 개선 위해 사업 강화
주식·채권 등 변동성 관리에 사활

사진. 각 사.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지속적인 인구 감소·금리 급등 등으로 인한 업계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보험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산운용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정기인사·인수합병 등을 통해 자산운용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고 장기보장성보험의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보험 부문의 실적 부진을 자산운용 사업으로 메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생보사의 자산운용 사업이 대체로 금리 변화에 민감한 주식에 치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변동성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날 부동산 대체전문운용사인 파빌리온자산운용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파빌리온자산운용은 국내 1세대 회계전문가인 윤영각 회장이 운영해 온 곳이다. 인수가는 350억원이다.

앞서 교보생명은 당초 대체투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16일 파빌리온제이호사모투자 합자회사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고 파빌리온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 특히 이 회사는 부동산 NPL(부실채권)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자회사 추가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등의 심사 절차를 거쳐 완료된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지난 8일 정기인사를 통해 박종문 금융경쟁력제고태스크포스(TF) 부사장을 자산운용 부문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2인 사장 체제로의 변화를 꾀했다. 두 명의 사장이 회사를 이끄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9월에는 대체투자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화재와 손잡고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중 하나인 블랙스톤과 6억5000만달러(약 8400억원) 규모의 펀드 투자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더불어 내년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부동산, 인프라에 특화한 전문 운용사를 추가로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의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전체 투자의 15%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화생명도 지난 8월 미국 소재 부동산 투자 자회사인 'DP 리얼 에스테이트 아메리카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2113억원을 출자했다. 한화생명이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해외에 부동산 투자 회사를 설립한 것은 처음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글로벌 자산운용 경쟁력을 강화하고 운용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것의 일환이다"라고 전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업황 부진·수익률 복구 위해 자산운용 투자

생보사들이 자산운용 사업의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보험업계 업황 부진과 떨어진 수익률을 복구하기 위해서다. 실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모두 올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생보사들은 핵심 사업인 장기보장성보험에서 가입자가 계속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의 신계약 규모도 최근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종신보험의 신계약 규모는 지난 2015년에 132조원에 달했지만 이후 감소하면서 지난해 약 54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생보사들은 이러한 업황 악화의 돌파구를 자산운용 사업 확대로 마련하고 있다. 자산운용에서 최근 각광받는 대체투자의 경우 주식·채권 시장의 변동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아 효율적인 투자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이와 함께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체투자는 다른 투자자산 대비 만기가 길기 때문에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이를 좁히는 데 효과적이다. 보험사들의 대체투자 자산의 만기는 보통 9~11년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 국채와 만기가 비슷하면서 수익률은 더 높은 셈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투자 매력이 크다.

삼성생명도 '2030 중장기 전략'을 통해 수익 구조를 국내보험 38%, 해외보험 30%, 자산운용 32%로 다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자산운용 사업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의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전체 투자의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산운용 사업 강화는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는 성장 동력이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리스크 관리에 모든 역량 투입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자산운용 투자 대부분은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에 치중되어 있어 변동성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주식·채권 등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많은 리스크가 동반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주식 등의 투자가 많은 상황"이라며 "고수익 투자 대상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산운용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생보사에 고민거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들의 올 상반기 평균 자산운용수익률은 3.3%에 머물렀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운용자산이익률(연간 누적 기준)은 2.9%로 1년 전 대비 0.2%포인트 끌어올렸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2.8%로 내려갔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3.55%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엔 2.84%로 내려앉았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3.1%에서 올 상반기 2.9%로 하락했다. 

자산운용수익률은 보험사가 보유 자산을 현금이나 예금, 부동산 등에 투자해 올린 성과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투자 성과가 부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는 늘어가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아쉬운 게 사실"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점차 완화되고 경제가 안정권에 들어서면 수익률은 다시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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