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법인 출범 이후 첫 테크 컨퍼런스 개최

5000억 투자 약정 기한 도래…내년 중 상장해야

3년 만에 기업가치 하락…최대 1조 가량 낮게 추산

서비스 기획 전문가 대표 선임…'상장 전초전' 해석

'11번가'가 온라인 테크 컨퍼런스를 7~8일 개최했다. 사진. 11번가.
'11번가'가 온라인 테크 컨퍼런스를 7~8일 개최했다. 사진. 11번가.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11번가의 이례적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11번가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테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11번가 현직 개발자들이 '무노력 쇼핑을 위한 기술'을 주제로 커머스 기술 개발 경험담을 공유하는 자리다. 하형일 대표, 김지승 11번가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참여해 11번가가 보유한 기술 경쟁력과 강점을 소개한다. 김지승 CTO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반한 커머스 테크 체인을 구축하고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마켓 핵심 경영진이 나서 회사의 기술 역량을 강조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건 이례적 행보다. 

물론 11번가는 2016년부터 테크 컨퍼런스를 개최해왔다. 다만 SK플래닛으로부터 독립한 후 지난 3년간 열리지 않았다. 사실상 독립법인 출범 후 첫 테크 컨퍼런스인 셈이다.

다만 시기를 놓고 미묘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11번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대내외 상황으로 지난 3년 간 컨퍼런스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커머스 업체가 기술력을 전면에 부각하는 건 성장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앞서 그룹의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강조하며 '기업 가치를 높일 성장전략을 구체화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1번가는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국내 이커머스업계 최초로 아마존과 협업을 시도했지만 시너지가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 11번가는 수천만개에 달하는 아마존 미국 상품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회사에 유의미한 수익을 가져다주진 못했다. 

익일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 역시 아직까지는 효과가 크지 않다. 슈팅배송은 평일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누적된 고객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별한 직매입 상품들을 신속하게 배송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3분기 기준 슈팅배송 거래액은 전분기 대비 3.9배 증가했다. 그러나 수익성은 아쉬웠다. 36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3개월 동안 86억원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11번가는 아마존 해외 직구, 슈팅배송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지난해 영업손실이 98억원에서 69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올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1079억원에 달해 수익성 개선은 요원한 상태다. 

11번가는 IPO에 속도를 내야 할 상황이다. 2018년 독립법인으로 분리될 당시 약 5000억원을 투자받고 5년 안에 상장을 약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가치도 하락했다. 2018년 11번가의 기업가치를 2조7000억원으로 추정됐으나, 최근 몸값이 1조 중반대까지 내려갔다. 경기 침체로 시장이 얼어 붙은 가운데 내년 하반기 안으로 IPO 성공과 기업가치 제고라는 과제를 짊어지게 된 셈이다. 

때문에 11번가가 몸값을 올리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임원 인사가 이를 방증한다.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난 2일 각자대표를 맡은 예정이다. 안 대표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을 기획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11번가가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때부터 회사에 합류해 주요 서비스를 기획해온 만큼 서비스 전반을 손보는 경영 효율화를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11번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테크 컨퍼런스는 이커머스 개발 문화 공개를 통해 외부 개발자와의 소통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커머스 사업자로서 11번가가 어떤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어느 부분에 집중하는지를 알림으로써 관심있는 외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과의 협력은 11번가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이미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아마존과의 협업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꾸준히 상품수와 이용고객수가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가시화된 성과 수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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