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영화감독으로 맹활약
작품 제작 과정 다룬 영화 전국 개봉돼 화제

 

노동주 감독의 영화촬영 모습 

[광주=데일리임팩트 김화진 기자]어느 한 영화 촬영현장. 스텝들은 감독에게 아주 사소한 설정까지 설명하고 감독은 진행상황을 소리로 듣고 손으로 직접 만지며 판단한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씨의 단편영화 촬영현장이기 때문이다.

가장 시각적인 예술장르인 영화를 시각장애인이 만드는 것이 가능할 수 있냐는 질문에 노동주 감독은 “비장애인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왜 못해요? 할 수 있죠. 불가능은 없어요. 저도 여러분처럼 상상을 통해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우문현답을 제시했다.

이런 노동주 감독의 영화제작기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노동주(연출 임찬익)'가 지난달 30일 전국 개봉을 하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노동주감독은 배우 캐스팅을 놓고 스텝들과의 마찰, 장편영화 투자의뢰를 위해 직접 발로 뛰는 등 자신의 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평소 촬영을 하는 입장에서 내가 피사체가 되다 보니 어색하긴 하다”라며 “다큐멘터리라 따로 연기한건 없었지만 배우들을 존경하게 됐다. 앞으로는 좀 더 배우들의 마음을 이해하겠다”고 웃었다.

노동주 감독은 고등학교 2학년때 희귀난치병인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해 시각을 잃은 후 한동안 방황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잡은 그는 토익 만점, 자격증 취득 등등 취업을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불합격 통지뿐이었다.

이때 그의 마음속에서 “왜 시각장애인이라고 꿈을 꾸면 안돼? 왜 수동적으로 살아야하지?”라는 의문을 품었고 시청자미디어재단 광주센터의 문을 두드려 영상제작 교육을 받고 당시 광주광역시에 있던 제작사 허니펀치프로젝트(대표 양동준)와의 만남을 통해 그의 단편영화 제작이 현실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에게 힘을 보태주는 지인들도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도전을 욕심으로 이해하고 어렵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동주 감독은 “ 모두 반대했어요. 심지어 미디어센터나 지금은 친구가 된 동준이(허니펀치 대표)조차도 회의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시나리오랑 촬영 계획서를 직접 가져가니까 느낌이 달라지더라구요. 그때부터 전 확신이 생겼어요. 아 할 수 있겠구나”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 후 노동주 감독은 장애인영화제 대상, 광주국제영화제 상영 등등 점차 자신의 영화를 통해 우리 주변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를 주제로 발굴하여 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하면서도 안마사, 장애인권강사 등의 활동을 통해 복지와 인권신장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그는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세계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는 시각장애인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제가 시각을 잃게 되면서 괜히 저희 가족에게 불효를 한 것 같아 마음 한켠이 계속 불편했는데 제 활동을 보며 주변에서도 용기를 얻었다는 연락도 오고 저희 가족도 제 활동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예요”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였다. 

 

한편 영화 연출을 맡은 임찬익 감독은 데일리임팩트에 “눈이 다소 불편한 시각장애인이 가장 시각적인 예술장르인 영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의심했지만 노동주 감독의 활동을 보고 자신 역시 편견에 빠져있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며 "그의 삶을 관찰하고 스크린으로 옮길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한 노동주 감독의 단편영화 양동준 프로듀서는 “이번 영화를 통해 소수의 삶을 다수가 공감하였으면 한다”며 "노동주 감독의 활동이 이것으로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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