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160명 승진 발표…신규 임원 92%가 1970년대 이후 출생
전문성·성장잠재력에 방점…배터리·전장·첨단소재서 대거 발탁
사상 첫 여성 CEO 탄생…R&D 등 기술 인재에 각별한 관심
다양성·역동성·효율성 제고…위기 돌파-지속성장 투트랙 전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일 영상을 통해 신년 경영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 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일 영상을 통해 신년 경영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 LG.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능동적 준비’를 위한 구상을 드러냈다. 

전반적으로 조직이 젊어진 한편, 전문성이 강화됐다. 신규 임원 10명 중 9명은 1970년생 이후 출생자였고, 특히 새로 별을 단 임원의 3분의 1이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연구개발 분야에서 나왔다. 다양성도 강화됐다. 핵심계열사를 포함해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2명 탄생했다.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직의 역동성을 끌이 올리고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용인술이다. 

젊어진 조직…두터워진 차세대 리더층

24일 LG그룹은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LG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년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대내외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5년, 10년 뒤를 내다보는 미래설계에 초점을 맞춰 임원 인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신규 CEO 선임까지 포함해 전체 승진자는 162명으로 지난해(181명)보다 줄었다. 사장과 신규 CEO 수는 많지 않았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이정애 LG생활건강 음료사업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정애 사장을 포함해 현신균 LG CNS 부사장, 박애리 지투알 부사장, 김무용 팜한농 전무가 CEO로 중용했다. 

대신 조직 자체는 더 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규 임원 92%가 1970년 이후 출생자였다. 1983년생인 우정훈 LG전자 수석전문위원은 최연소 상무로 발탁되기도 했다. 올해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생 비중은 52%에서 더 올라갈 전망이다. 

다만 세대교체만 꾀하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신임 상무의 62%를 40대로 채웠다. 그러나 올해는 ‘나이’ 외에도 전문성과 성장잠재력을 두루 살폈다. 연구개발(R&D), 고객경험, 생산, 구매, 공급망관리(SCM), 품질·안전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 임원이 배출됐다. 특히 소프트웨어 포함 R&D 분야에서 31명의 임원을 선임해 그룹 내 임원 중 R&D 분야 인사가 196명으로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선행기술 개발과 개방형 혁신을 촉진시켜 첨단기술 리더십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2023년 임원 승진 규모. 자료. LG.

‘인재가 경쟁력‘ 소프트파워 강화

구 회장은 사업보고회에서 “사업의 미래 모습과 목표를 명확히 해 미래 준비 실행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필요한 인재 발굴과 육성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계열사별 인사에서 보다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장·배터리·첨단소재 분야에서 승진자가 대거 배출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많은 29명이 승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 합작공장을 세워 사업 확장과 지배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고 있는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도 7명의 승진자가 나왔고, LG전자의 전장사업(VS사업본부) 역시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가 여럿이었다. 

구 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전장을 낙점하고, 계열사 포트폴리오도 전장을 중심으로 정비해 나가고 있다. 해당 분야 소프트파워를 강화한 것은 LG그룹의 미래 준비를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2018년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외부 인사를 꾸준히 수혈해왔다. 현재까지 86명이 합류해 조직에 새 시각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올해도 LG그룹은 19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아마존 출신 한은정 LG전자 CTO AIX실장·김영훈 LG에너지솔루션 프로세스AI담,. 메타한국 출신의 정기현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장, 휴젤 출신의 노지혜 LG화학 생명과학 신사업기획담당, 하만 출신의 조병하 LG전자 HE플랫폼사업담당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이들은 LG그룹에 합류한 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하고, 플랫폼·바이오 같은 신사업 전문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LG그룹 본사. 제공 : LG그룹
LG그룹 본사. 제공 : LG그룹

LG다움 대신 공격 본능 장착하나

구 회장은 내년 취임 6년차를 맞는다. 지금껏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사업을 정예화하는 데 공들였다. 대형이 갖춰진 만큼,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그룹의 사업들 재배치가 끝났고, 회장으로 취임한 지도 5년이 지났다. 미래 사업에 기존 사업을 능가하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늘어난 까닭에 유연한 용병술을 바탕으로 미래 준비와 성과 창출을 동시에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G그룹은 주요 경영진을 유임시켰다.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끌어온 차석용 부회장이 용퇴했지만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봉석 LG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도 연임됐다. 사업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들에게 ‘위기 돌파의 해법’을 찾을 것을 명한 셈이다. 

위기돌파의 해법은 고객가치에서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 LG는 양질의 제품을 잘 만드는 일에 노력해 왔지만, 요즘 고객들은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한다”면서 “고객이 감동할 사용 경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며, 우리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도, 여기에 맞게 혁신해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하고자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소폭의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LG전자는 이날 본사 직속 CX(고객경험)센터를 신설하고 플랫폼사업센터 역할을 강화했다. CX센터는 고객경험 전략과 로드맵 제시하는 것은 물론 고객경험 혁신, 상품·서비스·사업모델 기획 등을 총괄한다. 플랫폼사업센터는 각 사업본부에 분산된 LG 씽큐의 기획·개발·운영을 통합해 진두지휘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과 대형솔루션 CX그룹을 세웠고, ㈜LG는 고객서비스(CS) 전문가로 꼽히는 장태진 LG전자 상무를 발탁했다. CS 담당 임원은 올해 말 8명을 늘어나는데, 고객가치를 사업 전반에 이식해 브랜드 충성도를 올리는 작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5년간 구 회장의 용인술은 인화의 그림자에 가려진, 경직된 조직문화를 깨뜨리고 긴장감을 환기시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디지털전환(DX)를 강조한 이유도 한층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그룹을 경영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여기에 더해 4대 그룹 상장사 중 처음으로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CEO를 선임하면서 ‘LG다움’을 지우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보여줬다. 구 회장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실력과 전문성을 갖춰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고 조직의 성장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LG그룹 내에서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벌써부터 구 회장이 ‘독한 경영’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구 회장이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하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는데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기까지 시일이 필요했다”면서 “준비가 끝난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성공사례를 더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근 리더스인텍스 대표도 데일리임팩트에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조직이야말로 구 회장의 지향점”이라며 “경영자로서 본격적인 평가를 앞둔 구 회장이 조직문화, 기술 역량 등 다방면에 걸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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