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도 판관비만 2조원 육박

신사업 준비·마케팅 확대 등 판관비 증가 영향

판관비 매년 늘면 카드사 수익 개선 어려워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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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카드사들이 여전히 판관비(판매관리비)를 과도하게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한 업황 악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판관비가 2조원에 육박하면서 수익성 개선 중인 카드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카드사들은 판관비 증가 이유에 대해 소비회복에 따른 마케팅 확대, 신사업 준비, 특별퇴직 실시 등을 꼽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 흐름이 다소 둔화된 상황에서 판관비 지출 증가가 수익 개선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용 절감이 업계 핵심 키워드가 된 지금, 카드사들도 실적 관리를 위한 판관비 축소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카드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BC)가 판관비로 쓴 돈은 총 1조805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989억원) 대비 6.3%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영업이 줄어들면서 카드사들의 판관비는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거리두기 해제가 본격화되면서 소비 역시 크게 늘었고 일부 카드사들은 전년보다 10%가 넘게 증가하기도 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우리카드의 판관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우리카드의 올해 3분기 판관비는 18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70억원) 대비 16.1% 증가했다. 우리카드에 이어 하나카드도 지난해 3분기 1562억원에서 올해 3분기 1761억원으로 판관비가 12.7% 증가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독자가맹점 구축 추진에 따른 인력, 비용 확대, 광고 캠페인 진행 등으로 인해 판관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롯데카드 2671억원 △현대카드 5510억원 △신한카드 5328억원 △삼성카드 4918억원 △KB국민카드 4223억원의 판관비를 기록했다. 판매관리비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필요한 경비로 급여와 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된다. 급여와 마케팅 비용 등 역시 판관비로 적용된다.

사진.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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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 이슈·마케팅 증가 등으로 판관비 급증

업계에선 카드사들의 판관비가 급격하게 늘은 이유로 △신사업 준비 △마케팅 확대 △특별퇴직 실시 등 각 카드사의 개별적인 이슈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 심리 회복과 관련 마케팅 증가를 꼽았다.

실제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가 공개한 '2022년 3분기 카드승인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7~9월 카드 승인 금액은 28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1% 늘었다. 같은 기간 카드 승인건수도 69억7000만건으로 11.6%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분기 중 숙박·음식점업 매출 회복 등 내수 개선, 입국·출국 해외여행객 증가 등에 힘입어 카드 승인실적 또한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카드사의 개별 이슈 역시 판관비 증가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독자적 자체 결제망 구축을 선언한 우리카드는 해당 사업을 진행하면서 판관비가 증가했다. 또 아이유 등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활용하면서 광고비가 늘어난 것도 판관비 증가에 영향을 줬다. 하나카드도 올해 상반기 실시했던 특별퇴직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여행과 소비문화가 본격적으로 제자리를 찾으면서 소비 진작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마케팅 활동이 늘어나면 판관비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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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늘고있는 판관비에 수익 개선 고민

카드사들의 고민은 업황 악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판관비는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고객 대상 혜택도 축소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매년 증가하는 판관비는 향후 수익개선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2.420%였던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난달 21일 6.082%로 최고치를 찍으며 6%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관비 지출까지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의 신사업 확장이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비적격 비용에 대한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 수익원인 결제 수수료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도 카드사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확대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애플페이' 등 간편결제시장 점유율까지 내주게 되면 카드사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부실 우려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카드사들은 결국 판관비를 늘릴 수밖에 없고 이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고비용 구조를 지속하는 악순환으로 작용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비용 절감이 필수가 됐지만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가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경쟁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케팅을 축소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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