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완전 복구 불가능 인정…“완전 정상 가동은 내년 2월”

조기 완전 복구에 전사적 노력…현장 관계자 “성원과 지지 필요”

지난 23일 기자단은 경상북도 포항제철소 인근 냉천의 모습. 저 멀리 포항제철소가 보인다. 사진.김현일 기자
지난 23일 기자단은 경상북도 포항제철소 인근 냉천의 모습. 저 멀리 포항제철소가 보인다. 사진.김현일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지금 복구에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됐고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관심과 격려다.”

23일 포항제철소에서 데일리임팩트와 만난 현지 근로자 손병락 EIC기술부 포스코명장의 호소다.

지난 9월 초 태풍 힌남노로 사상 초유의 고로 가동 중단 사태가 일어난 지 3개월째. 그간 포스코는 냉천 범람 대응 미흡 논란과 철강재 납품 차질 등과 싸우며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현재 포스코 근로자들은 멀리 서울사무소 인력까지 합세해 임원부터 말단 직원까지 지위고하 상관 없이 매일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생각보다 컸다.

포항제철소 인근 냉천이 범람하며 제철소 3문과 2문으로 620만톤가량의 흙탕물이 대량으로 유입돼 △수전변전소 침수·정전 △상공정(선강) 제강공정 조업 불가 △하공정(압연) 전 압연라인 침수 △제품 1320톤 중 900여톤 침수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황종연 포항제철소 기술연구원은 현장 브리핑에서 “냉천 범람이 심하게 발생한 이유는 제철소 반대쪽의 지대가 더 높아 밀려오는 물들이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제철소 쪽으로 몰려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6일 새벽 5시쯤 제방의 끝까지 물이 차올라 만수위가 되며 물이 새어나가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제철소에 물이 차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류에서부터의 범람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물이 밀려와 상류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그는 “공교롭게도 그날 새벽 0시부터 6시 사이가 만조였는데 거기에 오어지(인근 저수지) 물이 밀려오는 등의 상황들이 겹쳤다”며 “여기에 하류의 냉천교에 큰 나무들과 토사, 냉장고 등이 걸리면서 물의 유동이 저항이 발생해 물이 댐처럼 고여 근처에 있던 제철소로 쓰나미처럼 들어닥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사고 3개월이 지났음에도 2열연공장 지하 곳곳에 여전히 고여 있는 물기는 당시의 피해가 결코 가볍지 않았음을 말해주는듯 했다.

손승락 포항제철소 2열연부장은 “지상은 물론, 지상 대비 2~3배의 설비가 있는 축구장 5개 분량 크기의 지하도 거의 다 잠겼다”라며 “배수에만 4주, 토사 제거에만 2주가 걸렸고 6주가 지난 현재까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냉천 범람으로 피해가 컸던 2열연공장은 압연기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인 모터 드라이브 총 15대 중 11대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신규 발주 시 제작·설치에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 예상되며 가능한 직접 복구하기로 결정했다고 포스코 측은 설명했다.

워낙 피해가 크다 보니 포스코 측도 사고 초기 어느 정도 생산 정상화나 복구시점을 상정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인정하는 모습이다.

앞서 포스코 측은 9월 사고 직후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를 입은 모든 공장들의 연내 완전 복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최근 발표한 민관 합동 철강수급 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공장이 침수 이전 가동 수준까지 돌아가는 시점은 오는 2023년 2월로 나타났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부소장은 기자들에게 “스테인리스(STS)라인은 내년 1월께 가동이 가능하고 그외 모든 라인도 2월 중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는 올해 △11월 3선재·강편·4선재 공장 정상화 △12월 2냉연·2열연·2선재·STS 2냉연·1전강 정상화를 계획 중이다. 내년 1~2월에는 도금CGL·STS 1냉연공장의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 부소장은 “재가동된 공장은 정상 조업 중이고 가동 2~5일 내로 품질·생산성 등 조업도를 냉천 범람 이전 수준으로 확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포스코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포스코

포스코 측은 비록 재가동 시점은 어느 정도 늦었으나, 납품 차질 등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현재는 재가동된 2열연공장에 사고 직후 인도 JSW사 사쟌 진달 회장에게 협조를 요청해 JSW 열연공장용으로 제작 중인 설비를 받아와 복구를 크게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54년 역사상 최초로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 3기를 동시에 휴풍시키는 결단 등으로 제철소 내 인명 피해나 대형 폭발사고 없이 복구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진보 포항제철소 부소장은 “고로는 내 자식”이라며 “50년간 태풍이 수백 개 지나갔는데 고로를 사전에 중단한 적은 없었다. 태풍 매미 때도 무사히 지나갔기에 사실 고로 내부에서는 볼멘소리도 많이 나왔지만, 막상 사고가 나니 태풍에 대비해 고로를 중단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사고 이후 80일 간 포스코그룹·협력사·민관군 100만여명이 복구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포항제철소는 포항과 광양의 명장·전문 엔지니어들을 비롯해 수많은 인원들이 복구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본 경상북도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김현일 기자
차를 타고 지나가며 촬영한 경상북도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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