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논설위원,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

임병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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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거래량 기준 세계 3위 규모의 가상자산거래소인 FTX의 파산보호 신청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2019년 5월에 설립된 FTX는 자체 토큰인 FTT(FTX Token)를 발행하여 거래소 이용자들에게 수수료 절감 및 예치(staking)에 따른 보상, 그리고 거래소 주도의 상장 방식인 거래소 공개(IEO) 등에 활용하였다.

발행된 토큰 80%는 FTX 관계사인 알라메다(Alameda)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라메다의 FTT 시세 조작과 FTX 고객 예탁금 유용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세계 1위의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보유 FTT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도화선이 되어 일반 투자자들에게 FTT 매각을 자극하였고, 결과적으로 FTT 가격 하락에 따른 FTT 마진콜 발생과 FTX 고객들의 자금 인출로 이어졌다. FTX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하여 지급불능이 발생하였는데, 상위 50명의 채권자에게 갚아야 할 부채만 4조 원 규모라고 한다. 거래소 자체 토큰 발행을 투명하지 않게 관리한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FTX 파산보호 신청 이후,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하였다. 이달 초 2만 달러였던 1BTC 가격이 1만6000달러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량 기준 10위 안에 들었던 솔라나(SOL)가 FTX의 투자를 받은 연관 코인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2년 이내 최저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FTX에 투자했던 가상자산 대표 대출 업체인 블록파이가 대출을 중단하고, 가상자산 거래소인 제네시스와 제미니거래소의 거래가 중지되었다.

이번 FTX사태는 지난 5월의 테라-루나 사태에 이은 올 두 번째 뱅크런(bank run) 사태로 볼 수 있다. 테라-루나가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뱅크런이었다면, 이번 FTX는 가상자산거래소의 뱅크런으로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준 것으로, 그 원인과 의미가 다르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자체 코인을 발행하였고, 이를 자신의 거래소에 상장시킴으로써 시세 조종은 물론, 발행 토큰의 유용 등 불법 거래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제도권 밖에서 운용되면서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부분도 크게 작용하였다.

그렇다면 향후 가상자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사실, 가상자산 시장이 이대로 무너질 확률은 높지 않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벌써 1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증권형 토큰 발행(STO)과 같이 가상자산을 이용한 혁신 금융기법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활용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FTX사태는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에서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규제로 범위가 확대될 것이고, 지금의 증권거래소에 준하는 규제를 받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가상자산 거래가 국가 간 경계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글로벌 규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주도의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환경 조성이 시작될 것이다. 특히, 미국은 2001년 엔론 사건 이후 회계감사를 대폭 강화한 '사베인-옥슬리법'이 제정된 역사가 있다. FTX는 이번에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신청하였는데, 가상자산 시장의 사베인-옥슬리법이 제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규제 강화는 오히려 가상자산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발행 및 유통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 정비는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규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신규 사업자의 유입이 증가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한창이다. 특금법이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 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금지를 위한 규제였다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이용자 보호 및 투명한 시장 조성을 위한 입법으로 볼 수 있다. STO를 비롯한 신규시장 개설의 법적 근거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FTX 사태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이미 국내 특금법에 의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 미칠 수 있는 지나친 악영향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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