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저평가’, 연초 대비 ‘최대 10%’ 하락

지난 한 달 8% 오른 코스피…금융주 상승폭 이에 못 미쳐

외풍 논란에 외국인 매도세 영향 해석, 실질적 노력 필요해

국내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어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연말을 앞두고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또 한번 역대급 실적 기록을 예고한 가운데, 올해 연초부터 이어진 주가 약세 흐름은 사실상 극복이 어려워 보인다는 주장이 나온다.

거의 대부분 금융지주사가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최근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도 금융주를 지속적으로 매도하며 약세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 강세에도 불구하고 소위 금융사의 ‘방파제론’의 여파로 각종 금융당국의 정책 조치에 대규모 금융권 투입이 강제되는 등의 소위 ‘관치금융’ 우려와 일련의 가계대출 감소세 역시 금융주의 주가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전반적인 하락국면에 빠졌던 국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의 주가가 연말까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연초 대비 주요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최대 1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연말 5만5000원(21년 12월 30일) 수준을 보였던 KB금융의 경우, 지난 18일 코스피 시장에서 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년 대비 6000원(약 10%) 가량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3만6800원→3만6300원), 하나금융(4만2050원→4만1400원), 우리금융(1만2700원→1만1750원)도 나란히 주가가 하락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금융주 약세, 반등은 없었다

범위를 최근 한 달로 좁혀봐도 이러한 주가 하락세는 눈에 띈다. 특히 최근 코스피 시장이 소폭 상승세를 보이며 세간의 우려를 다소 씻어내는 모습이지만, 금융주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아 보인다.

올해 리딩금융 탈환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신한금융의 주가는 지난 10월 18일 이후 한 달 새 소폭 하락(3만6800→3만6500원)했다. 우리금융 또한 1만1950원에서 1만1750원으로 소폭이지만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KB금융(4만7350원→4만9000원)과 하나금융(3만8900원→4만1400원)은 각각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그 사이 국내 코스피 지수가 약 8.67%(2249.95→2444.48)가량 상승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전반적인 주식시장의 상승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해당 시기에 주요 금융지주사가 또 한번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성적표를 공개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지난 10월 말 나란히 공개된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5%(1조6430억원) 늘어난 13조8544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자이익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41조1561억원)하며 금리인상기의 대표 수혜주임을 실적으로 증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역대급 실적이 주가의 반등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모양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상반기까지만 해도 비록 가계대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이 견고해지면서 하반기에는 금융주가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 바 있다”라며 “지금의 추세를 보면 올해도 금융주에 대한 저평가 기조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매도세 이끈 ‘외인 발(發) 외풍’

이처럼 3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 제고에 기대를 걸었던 금융주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표면적 이유는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세다. 실제로 지난 10월 17일부터 11월 17일까지 한 달간,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4대 금융지주의 주식 총 113만9769주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약 166만여주를 순매입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KB금융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총 25만9980여주(98억7601만원)를 매도했고, 신한금융 역시 12만5100여주가 매도(32억557만)됐다. 우리금융의 경우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무려 24만3170여주(272억5900만원)를 매도하며 주가약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 중에는 유일하게 하나금융만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166만8550주(679억5209만원)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큰 주가 상승폭을 기록한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 코스피 시장 전체로 놓고 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국내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 순매도 상위 20위에는 4대 금융지주 모두 이름을 올렸다. 17일 기준, KB금융과 우리금융이 나란히 7위와 8위에 이름을 올렸고, 신한금융(12위)과 하나금융(20위도) 순위권에 자리했다. 이튿날인 18일에도 KB금융을 제외한 3대 금융지주사 모두 상위 20위에 포함돼기도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같은 외국인 매도세의 흐름이 중국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소위 ‘차이나런’의 다소 주춤해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후, 장기집권 리스크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 내 투자금을 회수했고, 해당 자금이 일부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G20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차이나런 역시 다소 주춤해진점이 외국인의 매도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외풍에 흔들리는 금융주?

금융업계에서는 이러한 금융주 저평가의 근본적 배경에는 금융사 자체의 문제보다는 외부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전반적인 금융지주사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불확실한 금융시장의 환경과 여기에 더해지는 금융당국과의 다소 기울어진 관계가 이러한 금융주 약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계대출 총량 및 증가율 관리 등 금융당국이 권고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촉발된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갈등은 현 정부들어 더욱 촉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예대금리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 및 금리 인하권 수용률 공시는 금융사의 경영권 자율을 침해한다는 소위 ‘관치금융’ 논란을 야기시켰다.

이후 자금시장의 유동성 위기, 취약차주의 부채 리스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사실상 금융권의 역할을 강제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최근 민간 금융사 CEO 인사에 금융당국의 수장이 사실상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금융업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취임 당시에는 모두 ‘친(親)업계’를 강조했지만, 이후 금융사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은 사실상 전무했다”라며 “금융사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면서, 막상 이전 수장들도 하지 않았던 지배구조 및 CEO인사 개입 발언과 CEO중징계 기조까지 이어가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우려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외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재 금융주가 시장의 예상보다는 상당부분 저평가 돼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만큼 금융주 부양을 위한 금융사 차원의 보다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간 주가 부양의 목적으로 활용돼온 자사주 소각과 매입이 사실상 큰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당수익률 제고, 신사업 확충 등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과거 금융주의 경우, 높은 배당수익률에 다른 ‘배당주’의 측면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6%대를 넘어서는 등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다소 퇴색한 측면이 있다”라며 “신사업 확충, 비은행 강화 등 수익원 다변화 노력이 오히려 실질적 주가 제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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