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칼럼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효과가 사라졌다.

윤 대통령은 4박 6일 동안 아세안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그리고 G20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녀왔다.  짧은 일정동안 정상회담으로 가득 찬 풍성한 내용이었다.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여의치 않았던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이번 순방에서는 제대로 꽤 오랜 시간을 만나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한층 더 가까워진 세 나라의 관계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대한 공동 협력 대응과 경제 관계 또한 협의체를 만들어가자는 합의까지 이끌어냈다. 25분간 짧은 시간 만남이었지만 한중 정상회담도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에 대한 심심한 조의를 전달했고 양국 간 지속적인 협력을 재확인했다. 북한 대응에 대해서 약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첫 만남으로 무난한 평가를 받을 수준이었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내용으로만 본다면 다분히 국정 수행 지지율에 보탬이 될 만한 외교 일정으로 판단되는데 여론조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5~17일 전국 1002명(유·무선전화 면접조사, 표본오차95% 신뢰수준±3.1%P, 응답률9.8%)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9%로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도 1%포인트 하락했다.

긍정 지지율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부정 평가 역시 1%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순방 효과는 일도 묻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장면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순방 효과는 사라진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효과가 사라진 첫 번째 이유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논란 부각’이다. 역대 대통령이나 외국의 지도자들도 해외 순방을 하게 되는 경우 지지율이 올라가는 가장 큰 이유는 ‘주목 효과(Attention Effect)’ 때문이다. 특히 우리 대통령의 경우 평상시 주목하지 못하는 2030 MZ세대와 중도층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주목하고 긍정 평가를 내리면서 지지율이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이번 순방은 달랐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언급량을 분석해 보았다. 분석 기간은 11월 11~15일 사이에 윤 대통령의 언급량은 15만9555건이고 김 여사는 7만7563건이다. 언급량은 윤 대통령이 2배 가량 많지만 12일 이후 김 여사의 언급량은 급격히 늘어나 해외 순방의 하이라이트 날인 14일엔 두 사람이 거의 동률이다(그림1).

(그림1) 언급량: 윤석열 vs 김건희(2022년 11월 11~15일)

김건희 여사에 의해 윤 대통령이 가려지는 정치적 개기일식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효과가 없어진 이유는 ‘MBC와 정치적 대충돌’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해외 순방 직전 ‘국익’을 이유로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를 발표했다. 다른 언론사를 비롯해 언론계 전반에서 반발과 우려가 쏟아져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개의치 않았다. 순방에서 돌아와 윤 대통령의 도어 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MBC 소속 기자가 배제 이유를 재차 물었지만 대통령실 보좌진과 설전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관계는 더욱 험악해져 버렸다.

대통령실은 MBC가 배제된 이유로 10가지 ‘악의’적인 이유를 발표했다. 대체로 핵심 내용은 MBC가 지난 해외 순방 당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데 대해 ‘국익 훼손’과 ‘가짜 뉴스’ 그리고 그 이후의 무책임한 언론 태도를 원인으로 꼽았다. 2008년 광우병 사태에 대한 MBC의 보도 태도와 내용마저 문제 삼았다. 한마디로 MBC가 ‘혹세무민’는 방송사이고 제재 받아야 마땅한다는 태도를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빅데이터는 대단히 비판적이다. ‘MBC배제’에 대한 감성 연관어로 ‘분노’가 가장 비중 있게 등장했고 그 외에 ‘횡포’, ‘소인배’, ‘치졸하다’, ‘유감’ 등이 올랐다. ‘대통령해외순방’에 대한 감성 연관어로는 ‘망신’이 가장 큰 비중으로 올라왔고 ‘경제위기’, ‘한탄하다’, ‘일방적’, ‘논란 일으키다’, ‘비판’ 등으로 나타났다(그림2).

(그림2) 감성 연관어: 대통령해외순방 vs MBC배제(2022년 11월 11~15일)

같은 분석기간(11월 11~15일)동안 ‘MBC배제’와 ‘대통령해외순방’에 대한 긍부정 감성 비율은 ‘MBC배제’가 긍정 5%, 부정 95%로 나타났고 ‘대통령해외순방’이 긍정 9%, 부정 82%로 나왔다(그림3).

(그림3) 긍부정 감성 비율: 대통령해외순방 vs MBC배제(2022년 11월 11~15일)

MBC 배제가 대통령 해외 순방에 대한 평가에 역시너지 현상을 불러온 이유로 충분히 해석되는 배경이다.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에 해외 순방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세 번째 이유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태도’로 이해된다. 지난 달 29일 이태원 참사 직후 정치적으로 가장 많은 책임 표명과 거취 결단을 요구받고 있는 인물이 이상민 장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은 ‘요지부동’이다. 물러날 뜻은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야권의 공세에 대해 오히려 강공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지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MZ세대와 중도층까지 요지부동이 되거나 아니면 조금 더 빠지게 되는 결과로 초래된다.

빅데이터로 11월 15~18일 이상민 장관에 대한 검색 연관어를 분석해 보면 ‘참사’가 가장 큰 비중으로 등장했고 그 다음은 ‘고생’, ‘고생많았다’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후 귀국하면서 이 장관에게 한 말이 ‘고생 많았다’는 표현이었다. 다른 감성 연관어로 ‘분노’, ‘막말’, ‘경질’ 등이 등장한다. 긍정과 부정 감성 비율로 분석해 보면 이상민 장관 관련 긍정은 25.9% 대 부정은 72.2%로 나왔다(그림4).

(그림4) 감성 연관어&긍부정 비율: 이상민장관(2022년 11월 15~18일)

윤 대통령은 종횡무진 외교 무대를 누빈 알찬 해외 순방이었을지 몰라도 지지율에 해외 순방 효과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뒤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역임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KBS 등 지상파 방송에서 정치판세를 전망하는 '배추도사'로 통하며, 유튜브 전문가로도 활동 중이다.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으로 정치의 핵심과 흐름을 명쾌하게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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