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사)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대표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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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가을을 탄다고 그런다. 그래서인지 이맘때쯤이면 괜스레 쓸쓸해진다. 이브 몽탕(Yves Montand)의 ‘고엽(Les feuilles mortes)’이라는 노래가 가슴을 파고들고, 번안가요인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흥얼거리게 된다. 거리에 뒹구는 낙엽을 보고 있으려니 더욱 스산하다. 낙엽이 많아지면 이제 가을이 떠나가고 있고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늦가을의 체념이라 하겠다. 많은 문필가가 낙엽을 주제로 글을 쓰고 노래를 했다. 낙엽을 밟는 소리, 태우는 소리, 타는 냄새까지도 소재가 되었다.

나무는 겨울나기를 위해 살아내려고 잎을 떨구고 있지만, 도시마다 공원이 자리하고 있고, 학교며 거리마다 가로수 또한 번성하니 낙엽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10월에 시작해 다음 해 1월까지 떨어지는 낙엽은 작년에 서울시에서만 약 9444톤을 처리했다고 하는데, 부피를 생각해보면 실로 엄청나서 처리에 드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공터마다 낙엽을 태웠다가는 법(폐기물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등)에 저촉을 받을 뿐 아니라 민심 또한 허용하지 않으니, 대부분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보내지고 있다.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는데, 낙엽이 그렇게 겹겹이 숲에 쌓이면 이불 역할보다는 오히려 흙이 숨 쉬지 못해 숲의 건강을 해치고, 봄철 산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자동차 길에서는 사고의 원인이 되거나, 방치하면 미세먼지로 변한다. 배수로에 쌓여서 비나 눈이 내리면 배수로를 막게 되니 겨울 길을 빙판으로 만든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어린이의 보행 안전사고도 예상된다. 우리의 메마른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고삐를 잡아주고 있는 나뭇잎이 늦가을에는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그래서 낙엽이 지자체마다 큰 일거리가 된 지 오래다. 아파트단지에서는 낙엽을 쓸고 치워도 일이 쌓인다고 아예 나무를 흔들어 대는 경비아저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근래에 낙엽을 ‘부엽토(腐葉土: 낙엽이 퇴적되어 부숙된 흙으로 제조한 것)’로 만들어 새봄에 나무에 되돌려주고, 축산농가에서는 볏짚 대신에 축사의 바닥재로 사용하는, 그야말로 자원순환을 실행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다만 낙엽이 퇴비로까지 자원화되려면, 필자가 늘 얘기하는 수거체계가 잘 수립되어야 한다. 일반 폐기물 봉투를 사용하였더니 낙엽 집하장에서 온갖 쓰레기를 골라내는 별도의 인원을 더하게 되어 퇴비화 사업을 그만두는 지자체도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부엽토를 생산하기 위한 자세한 수거체계를 지자체마다 조례로 제정할 것을 건의한다. 예를 들면 낙엽수거 봉투의 별도 제작은 물론이고 섬유성분이 많아 퇴비로 부적합한 은행잎은 제외할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엽토로서 효능은 괜찮은지 품질기준이 있어야 하겠다. ‘자체적으로 시험하였더니 괜찮은 제품이다’라는 것보다는, 제3자의 품질 확인을 받게 되면 신뢰성이 더해져 낙엽의 퇴비화가 사업으로서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어느 퇴비 전문기업이 국가가 운영하는 GR인증제도*가 있음을 알고, 품목 선정을 신청해 선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제도를 관리하는 국가기술표준원은 부산물 비료의 품질 인증기준(기준명: GRM 9001-2016)을 농촌진흥청의 비료관리법에 따른 부산물 비료의 종류 구분과 정의 규정을 반영해서 기존 부산물 비료의 종류(가축분 퇴비, 퇴비)에 부엽토를 포함하는 기준 개정을 이어가고 있다. 개정 내용을 보면 좋은 퇴비로서 갖추어야 하는 유기물(30% 이상), 유기물/질소(45% 이하), 수분(40% 이하), 염분(1.0% 이하) 관리는 물론, 유해물질인 비소, 카드뮴, 수은, 납, 크롬, 아연, 구리, 니켈 등의 관리와 토양에 잘 용해되는지 알아보는 시험방법인 ‘염산불용해물’은 25% 이하로 관리하고, 대장균 중에서 0157:H7, 살모넬라균은 아예 나오지 않게 기준을 개정했다고 한다. 나무의 생장과 관련된 기준이기 때문에 몇 번에 걸쳐 공인 시험기관에 의뢰한 결과, 개정 기준안을 모두 통과했다고 하니 개정은 잘 되었다는 것이 필자도 참여한 전공 교수, 관련 전문기관 담당 박사들로 구성된 기준위원회의 평가이다.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데 아직도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부산물비료 품질기준 개정(GRM 9001-2022) 예고 고시(대국민의견 수렴, 30일간)를 한 후 이의 제기가 없으면 최종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려 관보에 공표된다. 부엽토 품질기준이 확정되고 나면 지자체나 기업이 GR 인증의 문을 많이 두드려,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가던 낙엽을 되돌려 품질 좋은 부엽토로 새로 태어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잎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간다는 엽락귀근(葉落歸根)은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또 하나의 길임에는 틀림이 없다.

*GR(Good Recycled:우수한 재활용제품) 인증은 재활용제품의 품질, 친환경성 등을 정부가 인증함으로써, 소비자가 재활용제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믿을 수 있게 하여, 재활용제품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199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국가 임의 인증제도다. GR인증제품은 녹색제품으로서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공기관 의무 구매제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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