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카카오' 등에 업고 연착륙 노려

기존 디지털 손보사 적자에도 출혈경쟁

데이터센터 화재로 신뢰도 하락에 대책 고민

사진.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사진.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빅테크 첫 보험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하 카카오손보)이 본격적인 출항을 알렸다. '카카오'라는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생활밀착형 보험'으로 첫발을 디딘 카카오손보의 연착륙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손보는 벌써부터 보험업계의 견제를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파워를 활용해 후발 주자임에도 인터넷은행업계에서 빠른 성장을 보였던 것처럼 카카오손보도 상품이 늘고 인지도가 쌓이면 업계 1위까지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카카오손보가 출범과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하기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최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같이 비상상황에 미흡한 모습을 연이어 보이면 카카오손보에 대한 고객의 불안은 커지고 충성 고객 확보 역시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손보는 지난 11일 공식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기대를 모은 첫 상품은 업계의 예상대로 생활밀착형 상품인 '함께하는 금융안심보험' 이었다. 이 상품은 보이스·메신저피싱 등 온라인 금융사기로 입은 피해를 보장한다.

첫 상품 출시와 동시에 카카오손보는 카카오 계열사만의 장점을 내세우며 자사 상품의 보험금 청구가 카카오톡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핀테크 주도 디지털 손보사인 만큼 카카오손보는 기술로 보험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모토를 내걸었다.

보험업계도 이러한 카카오손보의 차별화 전략에 주목했다. 카카오톡을 통한 보험금 청구는 기존 보험보다 피보험인의 보험금 수령 기간을 단축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카카오손보 상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임팩트에 "보험 시장에 안착하는 데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이전 디지털 손보사와는 달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돼 파급력을 무시 못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손해보험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출시한 미니보험. 사진. 하나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출시한 미니보험. 사진. 하나손해보험.

카카오손보 등장에 기존 디지털 손보사 '긴장'

카카오손보의 등장에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은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변화에 돌입했다. 올해 상반기 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디지털 손보사들은 카카오손보를 통해 미니보험 시장의 열기가 살아나길 기대하면서도 자사 점유율은 지키길 바라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에 빠진 상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주요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캐롯·하나·신한EZ 등 3개 디지털 손보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모두 5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2% 늘었다.

결국 이러한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디지털 손보사들은 CEO 교체 등의 강한 인적 쇄신을 진행하며 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포트폴리오·영업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업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또 아직 국내 소비자들이 대면 상담을 선호한다는 점도 디지털 보험사에겐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보험시장 게임체인저가 될 카카오손보의 등장은 디지털 손보사들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출혈경쟁 역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카카오손보가 '미니보험'으로 출발해 소비자와 접점을 넓힌 뒤 '수익성'이 있는 장기보험과 자동차 보험으로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카카오손보는 최근 장기손해보험 전략 수립 장기보험 계약관리 등 경력 직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1가지 상품밖에 없지만 처음에 미니보험으로 시작해 자동차 보험, 장기보험상품으로 상품군을 넓혀 나갈 것"이라며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까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결국 기존 디지털 손보사는 점유율을 내주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사진.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뜻밖의 화재에 카카오손보도 고민 '산더미'

다만 카카오손보의 고민도 깊다. 최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가 정지되면서 공식 업무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상 개점휴업에 빠졌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며칠 만에 정상화됐지만 '카카오 간판'을 걸고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됐고 국민 신뢰가 하락하면서 신규 고객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편의성이라는 최고의 무기에 약점이 생긴 카카오손보는 이번 화재로 서비스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금융당국의 점검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카카오 금융계열사에 대해 비상 대응체계 점검에 나섰다는 점을 이유로 카카오손보의 신상품 출시 역시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취약성 이슈와 더불어 기존 보험업계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5일 보험대리점(GA) 업계와 소속 보험설계사 5000여명은 광화문에서 '온라인 플랫폼 보험 진출 저지와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관계자들은 "카카오, 네이버, 토스 등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허용으로 영세 설계사의 생계 활동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기존 디지털 손보사가 갖고 있던 고민 역시 카카오손보가 풀어야 할 숙제다. 디지털 손보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는 것은 △인프라 부족 △비대면 위주의 판매방식으로 인한 '소액단기보험 위주 판매'가 꼽힌다.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장기보험 및 자동차 보험 등의 가입자 수가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개 보험사가 설립 후 흑자를 낼 때까지 5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손보도 자리 잡을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소액 단기 보험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상품 포트폴리오에 장기보험 비중을 확대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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