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 귀국 및 사고 조사 집중, 구체적 보상계획 미확정

과거 아제르바이잔 긴급착륙 사고 부실 보상 논란 재현 우려

대한항공 초동대응은 일단 합격점, 원인조사 결과 따라 변수 다양

지난 24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발표한 세부공항 활주로 항공기 이탈 사고 사과문 전문. 이미지.대한항공 뉴스룸 갈무리
지난 24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발표한 세부공항 활주로 항공기 이탈 사고 사과문 전문. 이미지.대한항공 뉴스룸 갈무리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인천발 필리핀 세부행 여행기 활주로 이탈 사고의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이 한창인 가운데 대한항공의 보상 계획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망자는 없었으나, 인명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만큼 큰 사고였고 지난 7월 아제르바이잔 긴급 착륙 사태 당시 부실 보상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더욱이 대한항공 측도 항공사 신뢰도 하락 및 안전의식 부재 등 후유증 확산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대한항공 측에서 초동대응을 잘한 만큼 보상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필리핀 세부 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계획을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 24일 새벽 0시 7분 필리핀의 세부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정차 위치를 초과하는 ‘오버 런(Over Run)’ 사태가 발생해 비행기 앞부분이 파손된 바 있다.

탑승했던 승객 162명(한국인 47명)과 승무원 11명은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항공기 앞부분이 활주로에 박혀 파손될 정도의 중대사고였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보상을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필수인데 사안이 큰 만큼 이 과정에만 6개월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항공사고 특성상 당분간 보상안이 제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 측이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파악 중이다.

지난 세부 활주로 이탈 사고 기종과 동일 기종인 에어버스 A330-30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지난 세부 활주로 이탈 사고 기종과 동일 기종인 에어버스 A330-30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7월 9일 엔진 고장으로 아제르바이잔 바쿠 공항에 긴급 착륙한 튀르키예발 KE9956 탑승객들에게 24만원 상당의 항공할인권을 지급하는 보상안을 제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탑승하고 있던 한국인 승객 215명과 승무원 10명 등은 무사귀환했으나, 엔진 고장으로 승객들이 느꼈을 불안감을 고려했을 때 너무 작은 보상안이 제시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당시 엔진에서 불꽃이 튄 데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비상 상황에 대비해 구명조끼를 착용할 준비를 하는 등 기내에 다소의 공포감이 조성되며 승객들이 느꼈던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항공 측에서는 엔진 이상으로 긴급 착륙한 상황 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소비자 분쟁 해결 권고 기준에 따라 해당 항공편 편도 운임(80만원)의 30%로 책정해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국제 여객의 경우 △2∼4시간 운송 지연은 지연된 해당 구간 운임의 10% △4∼12시간 지연은 20% △12시간 초과 운송 지연은 30%를 배상하게 돼있다. 또 체재가 필요하면 적정 숙식비 등 경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칼 본사가 자리한 서울특별시 중구 소재 한진빌딩 전경. 사진.한진칼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칼 본사가 자리한 서울특별시 중구 소재 한진빌딩 전경. 사진.한진칼

당장은 이번 사고 초동대응의 경우 대한항공이 매뉴얼에 맞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대한항공은 사고 직후 25일 새벽 이수근 부사장을 단장으로 50여명 규모의 현장대책본부를 가동시켰다. 이후 대체 항공편 운항을 위한 각종 협의 및 허가, 탑승고객 직접 방문 전제로 한 면밀한 지원 추진 등이 이뤄졌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데일리임팩트에 “우기홍 사장이 사건 발생 이후 빠르게 입장문과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들어간 만큼 초동대응은 잘했다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평택공장 소속 근로자의 끼임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장에서 사과문만 읽고 질의응답 없이 기자회견장을 떠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SPC는 사고 당시 동료 노동자들을 시켜 피해자를 기계에서 꺼낸 점과 사고 직후 바로 운영을 재개한 점 등이 논란이 돼며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황 교수는 이번 사태로 대한항공이 어느 정도의 보상안을 제시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금액을 책정하기는 어렵지만 튀르키예 사고처럼 내부에서 받았던 충격에 대해 다른 반응이 나오는 만큼 법률 소송 등으로 번질 수 있다”라며 “(대한항공이) 사전에 조속한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보상도 보상이지만, 출항 전 기체상태나 조종사 및 승무원 컨디션이 완벽히 체크됐는지 여부 등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 근무환경 개선 및 관련 인사 물갈이 등 여러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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