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P2P 도입 유예해놓곤…비용 부담 이유로 해상도 낮춰

구글도 온·오프라인 총력전…“사업 운영 방식 바꿀 수도” 으름장

빅테크 트래픽 발생량, 전체 30% 이상…매년 수천억 수익 쓸어가

망 품질 관리 책임은 소홀…美·EU에서도 “망 투자 책임져라” 공감대

구글이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에 들어갔다. 공식SNS에 올라온 반대 서명 촉구 콘텐츠. 사진. 유튜브 공삭 SNS 갈무리.
구글이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에 들어갔다. 공식SNS에 올라온 반대 서명 촉구 콘텐츠. 사진. 유튜브 공삭 SNS 갈무리.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이용자여 같이 반대하자!’

해외 빅테크가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목적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 저지. 국회가 공청회를 여는 등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다급해진 해외 빅테크들은 반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인데다, 당장 소비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었던 만큼,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쟁 자체는 대중적 관심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구글이 ‘유튜버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더니, 트위치는 아예 국내 영상콘텐츠 해상도를 낮추기로 결정했다. 해당 기업 콘텐츠 이용자들을 볼모로 잡은 격이다. 

이처럼 망 무임승차 방지법 논의가 힘 겨루기로 변질되면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반대’ 군불 때는 해외 빅테크

트위치는 30일부터 국내 동영상 최대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낮추기로 했다. 트위치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게임방송 플랫폼이다. 고해상도 게임 라이브 방송을 무료로 끊김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게 트위치의 강점이었다. 국내에서만 해상도를 낮추겠다는 건 이같은 강점을 포기하겠다는 의미. 망 무임승차 방지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트위치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한국의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적으로 준수하는 한편 모든 네트워크 요금 및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해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트위치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해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해상도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트위치는 사용자 간 전송(P2P) 기술 도입은 유예했다. P2P는 인터넷으로 이용자의 컴퓨터끼리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개별 컴퓨터 자원을 공유해 망을 하나의 컴퓨터처럼 활용하기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트위치는 P2P 국내 시험 적용을 실시했지만, “심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트위치는 운영 비용 부담을 이유로 창작자에 대한 수익 배분율도 조정한 상황이다. 현재 트위치와 창작자는 3대 7로 수익을 나누고 있다. 내년 6월부터는 10만달러 이상 수익 발생 시 5대 5로 조정된다. 트위치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망 이용대가 반대 여론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구글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선전전에 들어갔다. 유동인구가 많은 여의도 지하철 통로에 “2021년 유튜브 크리에이티브 생태계 경제효과 2조원”, “유튜브 크리에이티브 생태계가 창출한 일자리 8만6000개” 등을 강조한 광고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국내 유튜버들에게 입법 반대 서명에 나서달라고 종용하고 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부사장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콘텐츠 기업들에 이중 부담을 줘,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과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며 사업 운영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난드 총괄부사장은 오픈넷의 망 사용료 법 반대 서명 동참을 촉구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공식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광범위한 홍보전을 벌이는가 하면, 일부 채널에서는 프로모션 광고까지 집행했다.  

실제 유튜버들 중에서는 빅테크들의 논리에 동조하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200만 구독자를 거느린 삼프로TV는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대형 콘텐츠 사업자 때문에 통신사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돈을 받겠다고 하면 국제적 인터넷 망의 룰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만약 한 국가에서 망이용료 규제를 법으로 정해버리면 미국도 유럽도 (다른 나라 콘텐츠에 대해) 돈을 내라고 할 것이고 그러다가 비용 문제 때문에 연결이 끊기기 시작하면 글로벌한 네트워크의 풍요를 전부 빼앗기게 되고 피해는 이용자들에게 모두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의 망 무임승차 근절 방안 모색’ 현장 방문 간담회. 사진. 구혜정 기자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의 망 무임승차 근절 방안 모색’ 현장 방문 간담회. 사진. 구혜정 기자

트래픽 발생량 높아도 ’모르쇠’

망 무임승차 방지법 또는 망 사용료 의무화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총 7건이 발의된 상태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는 새 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의 핵심은 ‘트래픽을 더 많이 유발한 사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망 기반 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일정 규모 이상인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거나 이를 위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인터넷 망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일상화된 까닭에 IT업계 내에서도 망 무임승차 방지법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각이 상당하다. 동등하게 인터넷 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망 중립성에 어긋날 뿐더러, 국내에서 법제화 이후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CP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인터넷은 모두가 데이터전송을 하면 아무도 전송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상부상조 원리에 따라 만들어져 모두가 모두에게 무제한 통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체계인데, 해외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비용은 생각지도 않고 조그만 국내 망을 지난다고 돈을 받겠다는 것은 망 사업자 독점의 폐해“라며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인터넷 이용 비용도 늘어나고, 창작자 콘텐츠 확산도 저해되는 등 국내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빅테크들의 안하무인식 태도가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IT업계에서 나온다. 인앤 결제 강제 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해외 빅테크들이 꼼수를 부리자, 오히려 입법 논의에 불이 붙어서다. 더욱이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20년 12월부터 시행된 뒤에도 해외 CP들이 망 안정성 유지 의무에 소극적이었다. 

직전연도 10월부터 12월까지 일평균 이용자수 100만명 이상, 국내 발생 트래픽량이 국내 총 트래픽량의 1% 이상인 CP는 과다 트래픽 발생에 따른 서비스 장애를 예방할 책임이 있다.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기술을 적용하거나, 서버 용량을 늘려야 한다.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를 내놓은 이유다. 그러나 넷플릭스, 구글의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게다가 빅테크들이 유발하는 트래픽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발생한 국내 트래픽 발생량은 구글 27.1%, 넷플릭스 7.2%, 메타(옛 페이스북) 3.5%, 네이버 2.1%, 카카오 1.2%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트래픽의 3분의 1 이상이 해외 CP들에게서 나오는 셈이다. 

ISP의 통신망에 부담을 주고 있음에도 구글·넷플릿스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반면 메타와 국내 CP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네이버가 내는 사용료는 연간 1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트래픽을 훨씬 많이 쓰는 해외기업이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는 게 공정한 경쟁’이라고 항변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397회 국회 임시회 제1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공동취재사진
국회 본회의장 전경. 공동취재사진

해외서도 ‘망 투자 책임 지워야’ 여론 확산 

해외 빅테크들이 주장하는 소비자 부담 가중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제기된다. 일례로 구글은 앱마켓 수수료로만 2011년부터 2021년 9월 10일까지 총 71억1970만달러, 한화로 약 8조5300억원을 거둬들였다. 연평균 8500억원 가량을 벌어들인 셈이다.

여기에는 유튜브 광고 수익은 포함되지 않는다. 유튜브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가입하지 않은 채널의 동영상에도 광고를 붙인다. 다만 구독자 1000명, 누적 시청시간 4000시간 미만일 경우에 모든 수익을 유튜브가 가져간다. 반면 국내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기준 4913억원으로, 이에 근거해 구글이 낼 망 이용료를 추산해보면 요금 재조정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

IT업계는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논의가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본사가 어느 국가에 있든 동등하게 대가를 지불하되, CP들이 비용을 소비자나 협력사에 떠넘기지 않도록 견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나 본질을 호도하는 빅테크들의 주장이 난무하고, 여론전이 펼쳐지면서 국내 IT기업들이 회의적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정 CP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다른 회사의 트래픽을 소화할 수 없으므로, 투자 비용을 대는 게 맞다“면서도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도 계속 버티고 있는 판국에, 국내 기업만 역차별 받을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미 해외에서도 빅테크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망 투자를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 중이다. 유럽통신사업자연합(ETNO)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연간 약 500억유로를 투자하고 있으나 빅테크들로 인한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ETNO에 의하면, 구글, 넷플릭스, 메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6개 빅테크가 차지하는 트래픽이 전체의 55%나 된다며 “가장 많은 트래픽을 생성하는 기업들이 현재 유럽 네트워크에 부과되는 비용에 대해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또한 빅테크들이 망 투자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브랜던 카 FCC 위원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쉘에서 열린 기술 포럼에서 “대형 빅테크는 고속 네트워크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고, EU와 미국의 네트워크 트래픽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빅테크가 네트워크 구축, 관리에 기여할 수 있게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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