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논설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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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21 세계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전체 114개 국가 중 110위를 기록했다. 자선기부와 봉사활동 경험에서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충격이었다. 2년 전, 57위에서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이다. 또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결과에서는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들 중, ‘기부에 대한 무관심’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의 기부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였다.

이러한 통계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위축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통계 결과로도 알 수 있듯이 그 원인은 사회적 무관심에 있다.

올해 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 매체가 예비 퍼스트레이디 두 명의 기부와 봉사 경험을 물어봤다. 그런데 양 캠프 모두 대답이 없었다. 1원도 기부한 적도 없고 1시간도 봉사한 적이 없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 둘 모두 돈에 관한 구린 스캔들만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사업을 하는 공익법인들을 보자. 이들은 총 비용의 30~50%까지 보조금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세제 혜택을 받는 기부금과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보조금을 제대로 관리하는 곳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투명성이 검증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최근 국가보훈처의 광복회에 대한 감사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광복회는 그 이름 자체가 너무나 거룩하다. 선열들이 흘린 피에 대한 후손들의 정성이다. 그런 데에서도 비리가 터졌다. 광복회의 2021년 한 해 기부금 수익은 약 10억 원, 보조금 수익은 약 45억 원이다. 광복회의 한 해 전체 수익의 약 70%가량이 국민들의 세금(보조금)과 기부금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8억 원이 넘는 기부금 유용과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의 회계 비리가 터져버렸으니, 기부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는가?

앞서 언급한 기부, 봉사와 관련된 통계자료를 분석해 보면,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선결과제를 찾아낼 수 있다. 바로 기부에 대한 무관심, 사회적 체념의 해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부단체를 믿고 기부할 수 있게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지도층의 진정성 있는 봉사와 기부가 필요하다. 또 기부자의 눈으로 기부금을 받는 단체들이 체계적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혹은 조직) 모금단체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대중에게 전달해 주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공익법인을 평가하는 단체는 ‘한국가이드스타’가 유일하지만, 미국의 경우 채리티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 BBB wise giving(Better Business Bureau), 채리티워치(charity watch), 기브웰(givewell) 등이 있다. 기부자들이 다양한 평가 정보를 참고하여 믿음이 가는 기부처를 선택하거나, 기부자들이 자신들이 기부한 단체가 기부금을 잘 쓰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부금과 보조금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 현재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누구나 기부금의 지출 내역은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전체 공익법인의 수입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보조금의 쓰임새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기부금 지출내역을 누구든지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보조금의 지출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다가올 겨울에 소외된 이웃들이 기부의 손길로 따뜻한 겨울을 나고 삶의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 대중에게 “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가져라!”라는 메시지도 좋지만, 그보다 우선 사회시스템적으로 기부에 대한 무관심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사회 지도층의 적극적 관심과 기부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우리의 기부지수가 도약하는 또 다른 충격을 맛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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