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칼럼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미국 뉴욕의 UN총회 참석과 한미 그리고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5박 7일의 순방 일정을 소화했다. 마지막 일정은 캐나다를 방문해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과 캐나다의 양국 동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회담은 성과가 없지 않다. 먼저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다자 조문 외교를 소화하면서 한영 관계를 돈독히 했고 국제 사회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UN 총회 연설에서 빈곤 국가의 위치에 머물렀던 한국의 눈부신 발전과 성장을 과시하며 국제 원조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선포하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약 30여분 간의 비공개 회의를 통해 향후 한일 관계 정상화에 초석을 다졌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 회담은 열리지 못했지만 세 차례의 짧은 만남을 연속적으로 이어가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으로 역차별을 받을 운명인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리 기업 역시 미국의 정책적 수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순방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20~22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4%)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잘 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8%로 직전 조사보다 5%포인트 고꾸라졌다.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의 50%대서 다시 61%로 60%대로 올라갔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대해 빅데이터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빅데이터 언급량으로 분석한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역대급 주목도를 받게 된 대통령 순방’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렸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변경되었고 런던에 도착하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기로 했던 일정은 교통 정체라는 이유로 진행되지 못했다. 찰스 3세 국왕의 리셉션 이후에 조문한 국가 정상이나 국제기구 수장들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조문 소식은 없었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9월 1~23일 ‘윤석열’ 언급량을 도출해 보면 해외 순방 전에는 하루 2만 건에서 4만 건 사이였던 언급량이 해외 순방 첫날부터 치솟기 시작했고 뉴욕에서 대통령의 ‘발언 파장’이 있었던 이후에는 하루 10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솟구쳤다(그림1).

언급량: 윤석열 vs 치킨(2022년 9월 1~23일)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또는 욕설로 논란이 불거졌던 파장이 빅데이터 언급량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빅데이터에서 일상적으로 언급량이 많은 ‘치킨’과 비교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언급량은 압도적이었다.

두 번째로 확인하게 되는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대한 평가는 ‘극도로 민감성이 예고된 외교 순방 환경’으로 확인하게 된다. 빅데이터 연관어를 분석하게 되면 대체적으로 검색어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윤석열과 연관되는 단어들을 보면 거의 모두 민감한 내용이다.

9월 19~23일 분석 기간 동안 연관 인물은 ‘이재명’, ‘문재인’, ‘김건희’, ‘바이든’이 등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물들이다. 그 외 연관어로 ‘민주당’. ‘유엔’, ‘국회’, ‘조문’, ‘예산’, ‘총리’ 등이다(그림2).

연관어: 윤석열(2022년 9월 19~23일)

총리가 언급된 것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의 외교 관련 일정 그리고 영빈관 신축 예산 등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큰 파장이 일어난 것과 연결되어 있다. 해외 순방이 논란과 파장을 겪는 가운데 한 총리조차 제 역할을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긍정과 부정 감성 추이 분석에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대해 세 번째로 내리는 평가는 ‘논란과 파장으로 얼룩진 외교 참사’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 한국에 대한 해외의 투자 유치, 글로벌 다자 외교를 통해 한국의 저변 확대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이보다 더 큰 논란과 파장으로 상처투성이 외교가 되어 버렸다.

영국의 조문 논란부터 시작해 UN총회 기조연설에 대북한 메시지가 들어가지 않아 ‘맹탕 연설’이라는 혹평까지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기대했던 한미 정상회담은 ‘48초 대화’로 전락하면서 외교부의 책임을 묻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가장 큰 파장은 대통령의 막말과 욕설 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잠깐 만나고 나오는 자리에서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내용으로 알려진다. ‘윤석열’과 ‘외교’로 감성 연관어를 분석해 본 결과 윤석열 감성 연관어로 ‘창피하다’, ‘한심하다’, ‘욕하다’, ‘논란’, ‘비판하다’, ‘싫다’ 등이 올라왔다. 외교는 ‘참사’가 가장 큰 비중으로 나타났고 그 외에 ‘비판하다’, ‘논란’, ‘최악’, ‘굴욕’, ‘망신’, ‘의혹’, ‘막말’, ‘괴롭다’ 등이 등장했다(그림3).

감성 연관어: 윤석열 vs 외교(2022년 9월 19~23일)

윤석열과 외교에 대한 긍정 감성 비율은 각각 28%와 16%였고 부정은 윤 대통령이 71%, 외교는 81%로 나타났다(그림4)

긍부정 감성 추이: 윤석열 vs 외교(2022년 9월 19~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해외 순방을 통해 낮은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계획을 세웠을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출발 전부터 대통령실 안보팀과 정부 외교팀은 마치 한미 정상 회담과 한일 정상 회담에서 무슨 큰 성과라고 있을 것처럼 떠벌렸다.

기대가 크면 실망은 그 이상으로 큰 법이다. 이솝 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처럼 단 번에 대박 성과를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꾸준히 성실하게 해야 할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이번 해외 순방은 무리한 욕심으로 오히려 논란과 파장만 키운 순방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대한 빅데이터 평가는 ‘참사’ 수준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참사는 아무런 이유 없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만으로 ‘의문의 1패’를 당해버린 국민의 마음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뒤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역임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KBS 등 지상파 방송에서 정치판세를 전망하는 '배추도사'로 통하며, 유튜브 전문가로도 활동 중이다.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으로 정치의 핵심과 흐름을 명쾌하게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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