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후 첫 기금위...'탈석탄 전략' 안건 없어

900조 운용하는 국민연금, 투자 배제 시 발전사·시장 영향 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옥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옥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으나 세부 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출구전략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서는 이날 국민연금이 5차 기금운용위원회의를 열고 탈석탄 투자 전략에 대한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무산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은행과 국민연금간의 통화 스와프가 주요 안건으로 논의되었으며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을 위한 경과 보고가 이루어 졌다.

원전과 달리 탈석탄은 이번 정부도 동의하는 정책 노선이기에 정권 교체 후 첫 기금위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으나 제외됐다. 

지난달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석탄 발전 비중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탈석탄을 선언하고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하지 않고 석탄채굴과 발전 사업에 투자제한 전략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당시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에 네거티브 스크리닝 조항을 신설하고 석탄채굴·발전 산업을 포함하기로 했다. 

이후 딜로이트안진에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 지난 4월에 첫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용역결과로 기금위에 투자 제한의 기준이 될 석탄발전 매출 비중을 30%에서 50% 사이에서 결정하는 3개안을 제안했다. 호

하지만 국민연금은 용역 결과와 무관하게 석탄 투자를 이어갔다. 지난 6월 한국전력공사 주식 2200만주를 추가 매수했다. '탈석탄 전략'을 수립하라는 환경단체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한국전력은 석탄화력발전 매출 비중이 높아 네덜란드 연기금(APG) 등 해외 연기금은 투자를 제한하는 '석탄 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이날 기금위 회의에서 170여개 환경단체는 국민연금에 구체적인 탈석탄 전략 수립하라고 촉구하며 공개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석탄 관련 매출이 30%를 넘으면 석탄 기업으로 분류, 투자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민연금에 전달했다.

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좌초자산으로 전락하고 있는 석탄 산업의 리스크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SG 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탈석탄 선언을 한지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진행 상황이나 세부 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안건을 시급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특정 석탄 기업을 투자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이 시장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나아가 국민연금의 석탄 산업 투자 배제는 필요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선경 한국ESG연구소 센터장은 “국민연금이 특정 발전사를 투자 배제하는 것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배제 이후 어떤 안전한 대체 자산을 선택할지 계획이나 전략이 부재하다면 배제 이후에도 다시 비판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연구 용역결과를 받아 보고도 탈석탄 투자 전략 수립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은 것이 정치적 셈법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약 900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석탄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할 시 석탄발전 매출 비중이 높은 발전 공기업이나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