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케이블 1위 사업자 컴캐스트에 5G 솔루션 공급

세계 최대 통신시장서 존재감 강화…시장 공략 가속

이재용, 인맥 전략적 활용…주요 업체와 계약 성사

대규모 투자로 기술 리더십 확보…“시장 입지 넓어질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 행보. 사진. 김민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 행보. 사진.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이재용 효과’가 이번에도 통했다. 

삼성전자가 또 한번 미국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에서 대형 수주에 성공했다. 22일 미국 컴캐스트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낙점됐다. 지난 5월 디시 네트워크로부터 1조원대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4개월여만에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5G 통신장비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점찍은 미래 성장사업이었지만, 3강에 밀려 시장 내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세일즈에 나서면서 사업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특히 세계 최대 통신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삼성전자가 향후 점유율 상승은 물론, 차세대 통신장비 사업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미국에서 또 한번 잭팟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컴캐스트의 미국 내 5G 상용망 구축을 위한 5G 중대역(3.5GHz~3.7GHz, CBRS) 기지국, 5G 저대역(600MHz) 기지국, 전선 설치형 소형 기지국을 비롯해 다양한 통신 장비를 공급한다. 

1963년에 설립된 컴캐스트는 인터넷, 케이블 TV, 집전화,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전역에 가장 넓은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와이파이 핫스팟과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의 무선 네트워크를 대여하는 방식(MVNO)으로 2017년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고, 2020년 9월 3.5GHz 대역(CBRS) 주파수 경매에서 라이선스를 획득한 뒤에는 자사 5G망을 구축 중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컴캐스트의 5G망 구축에 협력하고 있다. 이미 올해 초 미국 현지에서 상용망 구축을 위한 필드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비디오 스트리밍, 멀티미디어 파일 전송, 온라인 게임 등 고품질의 5G 상용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수주로 5G 통신사업이 탄력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컴캐스트는 미국 1위 케이블 사업자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현지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삼성전자는 1999년 스프린트(현 T모바일에 인수)에 2G CDMA를 수출하며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한 뒤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시장 공략은 녹록치 않았다. 다음 세대 네트워크로 변경되더라도 이미 구축된 설비를 활용해야 하기에 공급사를 잘 바꾸기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통신장비 사업은 인프라나 다름없다”면서 ”네트워크 사업 특성상 상용화와 운영 등에 장기간 사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 사업자로 선정되면 협력관계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보안성, 범용성, 신속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서비스 공백 없는 안정적 전환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디시 네트워크에 공급한 5G 가상화 기지국(vRAN)이나 이번에 계약한 전선 설치형 소형 기지국이 대표적이다. 

5G 가상화 기지국은 소프트웨어를 범용 서버에 탑재해 기지국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고 효율적인 통신망 구축과 운영을 지원한다. 전선 설치형 소형 기지국도 마찬가지다. 기지국·라디오·안테나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이 기지국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최신 2세대 5G 모뎀칩을 탑재해 전력 소모를 최대 50%까지 절감하면서 데이터 처리 용향은 2배 증가한다. 기지국 자체를 보다 작고 가볍게 제작할 수 있어, 기존에 사용하던 전선상에 쉽게 설치할 수 있다. 끊김 없는 네트워크 고도화가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특성을 감안해 기상 변화 등 외부 요인으로 기지국이 설치 위치를 이탈할 경우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알려주는 자동 감지 센서를 탑재, 대응력을 높였다. 이에 화웨이 장비 교체를 추진하려는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투자로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

삼성전자는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같은 기술 적용이 늘어날수록 이동통신 장비의 성능이 뒷받침 돼야 하고, 이에 따른 교체 수요가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통신장비 사업을 회사 내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매각 대상으로 꼽힐 정도였다. 그랬던 5G 통신장비 사업이 기사회생한 것은 이 부회장의 의지가 컸다. 

이 부회장은 차세대 이동통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했다. 그는 조직부터 연구개발(R&D), 영업·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진두지휘했다. 4세대 이동통신(LTE)이 서비스되기 시작한 2011년 5G 통신기술을 연구할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무선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에 분산됐던 통신기술 연구 조직을 통합해 차세대 사업팀으로 조직을 키웠다. 

대규모 투자도 단행했다. 2018년 3년 간 25조를 투자해 5G와 인공지능(AI), 전장 부품, 바이오를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지난해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 인력 확보와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해 450조 투자안에서도 차세대 통신에서 초격차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 결과 세계 유수 기업들과의 공동 연구와 협력 확대이 이어졌다. 6G 연구 역시 앞서 나가고 있다. 2019년에는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연구에 들어갔고, 2020년 7월 6G 백서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이라는 비전과 후보 기술, 표준화 일정 등을 공개했다. 지난 5월에는 삼성 6G 포럼을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관련 기술 검증 또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 주립대(UCSB)와 140GHz를 활용해 송신기와 수신기가 15m 떨어진 거리에서 6.2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6G 실험을 위한 전파 사용 승인 허가를 받았다. 반경 500m에서 133~148GHz 대역 전파를 활용해 6G 스마트폰으로 기지국과 중장거리의 통신이 가능한지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5G 국제 표준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기술 제안과 표준화 완성을 주도하며 5G 상용화에 기여했다. 선행 기술을 속속 확보하면서 삼성전자가 2025년부터 시작될 6G 기술 표준화 논의에서도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사진은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 촬영 중인 두 사람의 모습.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사진은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 촬영 중인 두 사람의 모습. 사진. 삼성전자.

세일즈 경영 업고 5G 화려한 부활

5G 통신장비 사업의 화려한 부활에는 이 부회장의 인맥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미국, 아시아, 유럽 등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과 꾸준히 교류해왔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빈 자이드 UAE 왕세제, 일본 NTT도코모·KDDI와 독일 도이치텔레콤 경영진과 소통해왔다. 특히 인도 최대 통신기업 릴라이언스 지오를 소유한 릴라이언스그룹 무케시 암바니 회장과는 돈독한 관계다.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암바티 회장 자녀 결혼식에 초청받았을 정도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황금 인맥을 활용해 세일즈에 적극 나섰다. 2020년 버라이즌과의 7조9000억원 계약을 체결할 당시 베스트베리 CEO와 수 차례 화상통화를 하며 직접 설득했다. 일본 NTT도코모·KDDI 계약에서도 이 부회장이 CEO를 만나 협상을 진척시켰다. 지난해 9월 디시 네트워크와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진행하면서는 에르겐 회장과 함께 산행하며 신뢰를 쌓기도 했다. 

덕분에 차세대 통신장비 사업은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2018년 미국의 4대 전국 통신사업자 가운데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 3개사와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캐나다 비디오트론·탤러스·사스크텔, 미국 US셀룰러, 뉴질랜드 스파크,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체코 도이체텔레콤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로부터 수주에 성공했다. 세계 5위, 유럽 1위 통신사인 보다폰과 영국에서 5G 사업에 들어갔고, NTT도코모·KDDI 등 일본 1·2위 통신사와도 5G 계약을 맺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디시 네트워크, 인도 에어텔, 미국 컴캐스트로 이어지는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현지 주요기업들에 5G 장비 공급을 확정 짓고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 엑스퍼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순위는 에릭슨(26.9), 노키아(21.9%), 화웨이(20.4%), ZTE(14.5%), 삼성전자(5.0%) 순이다. 5G 상용화 초기 2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이 두 자릿수까지 올랐던 삼성전자의 사업 확장이 순항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의 3강 체제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장 성과를 낼 수 없지만, 꾸준한 투자를 밀어 붙인 결과, 5G 통신사업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오너 리더십의 효과인 셈”이라며 “메이저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수주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화웨이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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