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이하 지지율)는 30%대 초반이다. 요즘 약간 반등하는 기미가 보이지만 좀체 상승기류를 타지 못하고 있다. 악재가 주기적으로 터져 지지율 반등에 재를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정평가는 여전히 50%대 후반에서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싫어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 유권자들은 평생 검사로 지낸 그에게 뭐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국민은 공정과 상식이 파괴된 ‘내로남불’의 문재인 정부가 싫었다. 욕설과 잦은 말 바꾸기로 신뢰감이 없는 이재명 후보의 인품과 대장동 의혹 등에 질려 윤 후보를 택했다. 적어도 윤 후보는 공정과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윤 후보는 내로남불과 오만한 행동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 정부는 집권 초 인사에서 공정과 상식을 보여주지 못했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요소요소에 검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편중인사는 우리 사회에서 공정하거나 상식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비판이 일자 “전 정권과 비교하면 훨씬 나은 인사가 아니냐”고 응수했다. 국민들은 거기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오만과 불통을 느꼈다. 정무감각 부족이다. 야당은 집요하게 이를 물고 늘어졌다. 이는 선거에서 그를 찍었던 사람들도 돌아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잘하더라도 진보진영과 호남은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를 거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지지율이 10%대를 넘어본 적이 없다. 1.73% 포인트로 대선에서 패한 반대진영은 여전히 대선 결과에 승복을 않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로 자숙해야 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활이 그 증거다. 그렇다면 집토끼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 즉 공정과 상식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지지율을 다시 회복하는 방법이다.

정치란 진실과 관계없이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가 본질을 좌우하기 일쑤다.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애써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미지 호전을 위해 언론에 나타난 한 줄 한 줄에 일희일비하며 목을 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많은 비판을 무릅쓰고 연출에 탁월한 기교를 보인 탁현민을 의전 비서관으로 두 번씩이나 기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니다. 편중된 인사, 말실수, 국민의힘 내부 갈등, 오만, 부인 문제 등으로 모양새 나쁘게 비친 이미지 탓이 더 크다. 특히 그에게 씌워진 오만과 불통의 검사 출신이라는 이미지는 시급히 벗어버려야 할 과제다. 그러려면 충분한 토론과 여론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했다면 5세 아동 취학, 영빈관 신축 논란과 같은 우(愚)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과 치열한 논쟁을 하거나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평생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검사 생활이 몸에 밴 탓일 것이다.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할 기개가 국무위원이나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에게 이준석이나 이재명처럼 여론전에 능한 개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말실수가 나오고, 이미지를 구기는 일이 잦게 된다. 이는 야당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사람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특히 높은 자리에 있거나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그러면 부하나 참모는 얘기하기를 꺼린다. 윤 대통령도 말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면 정치 초년생인 그가 참모들로부터 좋은 말을 들을 수가 없다. 유명한 스타플레이어가 유명한 감독이 되기 힘들다는 사실도 다 그런 연유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윤 대통령에게 세종대왕 같은 리더십을 참고하도록 권하고 싶다. 세종은 어느 신하보다 많이 알고, 독서량도 많은 천재였지만 늘 열띤 토론으로 신하들의 이해를 구한 뒤 정책을 시행했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한다. 세종은 제왕의 권위로 신하들을 찍어 누르지 않았다. 어전회의에서 집요한 반대나 무례한 언행이 있어도 참고 들었다. 세종이 한글 창제를 두고 최만리와 벌인 격렬한 논쟁을 요즘 국무회의에서도 보고 싶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때 윤 대통령의 집토끼는 돌아온다. 이런 사회는 토론과 경청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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