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논설위원,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

임병화 논설위원
임병화 논설위원

2003년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를 시작으로 금융산업 세계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을 기울인 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2009년도에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동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2012년부터 ‘금융중심지법’에 따라 3년마다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벌써 5차 금융중심지 발전 기본계획(2020~2022)이 발표되었고, 올해 6차 기본계획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중심지 도약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매년 영국의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전 세계 119개 도시 중에서 서울은 12위, 부산은 30위를 기록하였다. 이전 조사 결과에 비해 서울은 1단계, 부산은 3단계 상승했지만, 경쟁 도시로 볼 수 있는 홍콩(3위)이나 상하이(4위), 싱가포르(6위), 베이징(8위), 그리고 도쿄(9위) 등에 비하면 여전히 순위가 낮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금융환경은 어떠한가? 한국거래소가 부산으로 이전하고 난 뒤, 서울시와 부산시는 개별적인 금융중심지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핀테크랩 사업을 통해 글로벌 핀테크 허브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부산은 디지털 자산 거래소 유치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금융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이전한 전주는 자산 운용에 특화된 국내 제3의 금융중심지 지정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중심지 조성을 위해서는 국가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서울시와 부산시, 그리고 전주시가 각자 차별화 전략을 통해 서로 경쟁하는 것도 국가 전략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 베이징, 그리고 선전(10위)이 국제금융센터지수 10위권에 위치해 있고, 광저우(24위)는 지난 조사에 비해 8단계나 상승하는 등 여러 도시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특히 선전과 광저우는 핀테크 중심의 금융중심지로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국제금융센터지수를 발표하는 지옌은 최근 발표한 ‘금융센터의 미래’ 보고서에서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 금융센터의 세 가지 역할을 제시하였다. 디지털 금융혁신의 대응,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 지원, 우수한 금융 인재 양성 등이다. 글로벌 금융중심지 도약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중 금융 인재 양성 부분은 지금까지 정부의 금융중심지 조성에 관한 기본계획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석·박사급의 전문인력 양성 및 산업계와 학계 간의 파트너십 구축, 그리고 글로벌 금융연구의 교류 등은 앞으로 금융센터의 주요 역할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주말 서울대에서 있었던 제1회 서울-런던 금융수학 워크숍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졌으면 한다. 영국 런던의 정경대학(LSE)과 UC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소속 교수들과 일본 대학 교수들, 그리고 국내 서울대, KAIST를 비롯한 주요 대학 교수들이 이틀간 금융수학 관련 최신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무엇보다 100%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어 코로나로 인해 어려웠던 국내외 연구자들 간의 직접 교류가 재개되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제1회 서울-런던 금융수학 워크숍. 2022.09.17. 서울대 상산수리과학관. 
제1회 서울-런던 금융수학 워크숍. 2022.09.17. 서울대 상산수리과학관. 

그러나 이러한 향후 금융센터의 주요 역할이 될 금융연구 교류의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번 워크숍은 국내 교수들의 한국연구재단 연구비를 이용하여 개최되었지만, 개인 연구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금융위는 올 연말에 제6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 및 핀테크 산업 성장, ESG 등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금융허브 육성 전략을 위한 선행연구를 진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래 금융센터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우수한 금융 인재 양성 전략이 없다는 점은 분명 보완이 필요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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