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인수가로 인해 초기 흥행 실패

하나금융 참여에도 유력 후보 모두 빠져

성장세 돋보여 높은 가격 아니란 주장도

사진. 롯데카드.
사진. 롯데카드.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롯데카드의 새 주인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중상위권 카드사인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오면 인수에 나설 업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입찰 참여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후보자들 마저 발을 빼며 초기 흥행에는 실패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카드 시장의 전반적 불황, 그리고 시장 가치에 비해 다소 높게 책정된 목표 매각가에 대한 원매자의 부담이 이러한 초기 흥행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롯데카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원매자들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최대 주주 MBK파트너스는 지난 7일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을 통해 롯데카드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을 실시했다.

이번 예비입찰엔 하나금융그룹이 도전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지지 않은 인수 후보도 2~3곳 더 있지만 그간 거론됐던 유력 금융지주사, 빅테크 업체들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3년 전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왔을 때도 인수를 추진했다가 MBK파트너스에 밀려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1조3810억원에 롯데카드 지분 59.83%를 인수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두 번째 도전을 진행하고 있는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개인회원 이용실적 기준 점유율은 약 13.9%(지난 1분기 기준)로 업계 단숨에 업계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우리금융그룹은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우리금융은 현재 롯데카드의 지분 2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오히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전에서 우리은행이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통한 투자 수익 극대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롯데카드를 인수해 BC카드와의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구현모 KT 대표가 수조원이 드는 모험을 강행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해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KB국민카드도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미 업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어 유인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신용카드업 직접 진출을 선언한 토스와 카카오뱅크 역시 직접 신용카드업 라이센스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인수전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토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초 롯데카드 인수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카드가 새롭게 출시한 '유미의 세포들' 쇼핑엔로카. 사진. 롯데카드.
롯데카드가 새롭게 출시한 '유미의 세포들' 쇼핑엔로카. 사진. 롯데카드.

4위 성적 냈지만 높은 '인수가'는 부담

당초 롯데카드는 올 상반기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며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롯데카드는 전업 카드사 중 상반기 순이익 4위로 올라서며 현대카드를 제치고 '만년 5위' 꼬리표도 뗐다. 또 이러한 실적 개선을 발판으로 지지부진한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인수전 뚜껑을 열어보니 흥행은 실패했고 뜨뜻미지근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예비입찰의 흥행 저조는 주요 매수자들과 MBK파트너스 간 매각가격의 이견 차에서 비롯됐다.

업계에선 약 3조원대로 알려진 '가격'이 인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올 상반기 약 1700억원가량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순이익 기준으론 업계 선두권에 자리했지만 3조원이란 매각가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시장 자체가 얼어붙었고 향후 인플레이션 등 어떠한 위기가 있을지도 모르는 만큼 3조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인수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롯데카드가 수익성 강화를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원매자들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조2477억원으로 전 카드업권 부동산 PF 대출액(1조4758억원)의 84%에 이른다.

물론 이러한 대출이 급격한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시장금리 상승 지속 등으로 취약 차주의 부채상환 문제가 가시화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금융사로선 리스크를 받아 안기가 부담스러운 형국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카드의 최근 실적 성장세를 볼 때 3조원이 높은 가격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롯데카드는 전략 상품인 '로카시리즈'에 대한 마케팅 강화로 누적 회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고객층이 두터워지면서 신용판매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돼 순이익이 급증했고 실제로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571억, 2020년 1307억원, 2021년 2414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또 선불교통카드 시장에서의 과점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교통카드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한국스마트카드(티머니)를 제외하고 '캐시비' 등 모든 국내 사업자들이 롯데카드의 자회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상위 카드사의 경우 어느 정도 고착화되어 있지만 롯데카드의 경우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지 자체가 젊은 편이라 추후 회원 수 확보에도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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