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타타 하퍼 운영사 인수…클린 뷰티 브랜드로 시장 공략

LG생건, 해외 인지도 높은 브랜드 쇼핑…럭셔리 시장에서 입지 강화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를 통해 현지 공략에 나선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국내 뷰티업계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LG생건)이 태평양을 건넌다. 이전까지 중국에 주력해왔던 두 기업은 다음 공략지로 미국을 낙점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은 한류 열풍의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진출과 맞물려 두 기업은 중국에서 상당한 매출을 거둬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상 중국몽이 도리어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의 발목을 잡은 상황. 최근 K팝과 드라마가 주목받으면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자, 두 기업은 미국 진출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외형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일 타타스 내추럴 알케미 지분 100%를 인수했다. 타타스 내추럴 알케미는 뷰티 브랜드인 타타 하퍼의 운영사다. M&A에 보수적이었던 태도를 바꿔 타타 하퍼 인수에 적극 나선 것은 중국시장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되어서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오프라인 소비가 얼어붙은데다,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뚜렷해진 탓이다. 지난해 4분기 중국시장 매출이 6% 감소한 것은 전주곡이었다. 1분기 중국 매출은 10% 가량 하락했고, 3개월 만에 50% 이상 빠졌다.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다. 중국에서의 부진은 전사 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올 2분기 아시아 부분에서만 4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영업이익도 쪼그라들어, 195억원의 손실을 봤다.

LG생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LG생건은 17년 연속 성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대대적으로 부각시켰지만, 분기 매출을 들여다보면 역성장 기조가 완연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LG생건의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은 8년 만이었다. 올 1분기에는 하락 폭이 더 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52.6%나 빠졌다. 그나마 실적이 회복된 2분에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5.5% 적었다. 본업인 뷰티사업이 주춤한 결과였다. 뷰티사업만 놓고 보면, 지난해 3분기 9% 성장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4분기 6.5%, 올 1분기 -16.6%, 2분기 -57.4%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LG생건도 뷰티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게다가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이 올려주는 면세 매출도 상당하다. 주요 도시 봉쇄로 오프라인 매장 영업이 중단되고, 따이공의 수가 감소하면서 중국발 실적이 타격을 입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확신키 어렵다. 애국소비가 워낙 강한 시장이라서다. 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사드) 사태처럼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발생할 경우, 매출 하락이 불가피 하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이 북미 사업에 힘을 싣기로 결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시장 규모는 900억달러가 훌쩍 넘는다. 다인종 국가답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까닭에 외국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 유행을 주도하는 시장이기도 해, 소비자에 민감한 뷰티사업의 요충지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미국 내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같은 K팝 아티스트들이 주목받고, 세계적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의 영화·드라마가 흥행했다. 이에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패션, 뷰티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현지 팬덤이 형성되면서 아티스트들의 패션도 관심을 끌고 있다”며 ”이들이 사용하는 한국의 뷰티 브랜드 역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뷰티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은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매출은 1분기 63% 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에도 66%의 신장세를 보였다. 설화수, 라네즈가 온라인 채널을 공략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LG생건도 북미 매출 비중은 2020년부터 6%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이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관측된다. 

모델이 크렘샵 대표제품인 아이섀도우를 들고 있다. 사진. LG생활건강.
모델이 크렘샵 대표제품인 아이섀도우를 들고 있다. 사진. LG생활건강.

문제는 사업 본격화 이후다. 중국 매출을 메우려면 북미 시장에서 그에 상응하는 매출을 내줘야 한다. 그러자면 중국 사업처럼 현지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벌이기 위해 낮은 마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스럽게도 현지에서 한국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상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방탄소년단(BTS)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BTS 미국 콘서트 스폰서로도 참여한 결과, 지난 7월 아마존 프라임 데이 행사에서 라네즈가 뷰티∙퍼스널 케어 분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로 올랐다. 

다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는 존재감이 미미한 게 사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이 현지 브랜드 인수에 나선 이유다. 

아모레퍼시픽가 품은 타타 하퍼는 유전자 조작이나 합성 화학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자연 유래 성분을 사용, 미국 클린 뷰티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다. 네타 포르테, 컬트 뷰티를 비롯한 온라인 채널은 물론, 800개 이상의 오프라인 판로도 갖고 있다.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라는 이미지와 제조·판매망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북미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전략에 추진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인수에 상당한 공을 들인 모습이다. 유상증자까지 단행해 1681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창사 이래 최대 딜이었던 코스알엑스 지분 인수(1800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이자, 지난해 영업이익(3434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인수 방식 역시 역삼각 합병을 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타타스 내추럴 알케미를 직접 흡수하는 대신, 아모레퍼시픽이 세운 자회사를 타타스 내추럴 알케미가 흡수합병 한다. 타타 하퍼의 럭셔리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인수에 맞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방침이다. 타타 하퍼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카테고리 확장을 꾀한다. 생산물류 시설을 개선해 타타 하퍼의 수익성 증진도 추진한다. 타타 하퍼의 북미·유럽 비즈니스 확대와 아시아 시장 추가 진입을 위한 재정비 작업도 병행한다.

LG생건은 아메리칸 드림에 더 진심이다.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 후의 중국 매출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이를 대체할 마땅한 브랜드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LG생건은 M&A를 통해 보유 브랜드를 늘려왔다. 2019년 더 에이본 컴퍼니를 인수한 뒤 피지오겔·리치·유씨몰·알틱폭스 등 해외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들의 사업권을 확보했다. 지난 4월에는 더크렘샵 지분 65%를 1485억원에 사들였다. 

LG생건이 사들인 브랜드의 면면을 보면, 해외 인지도가 높거나 MZ세대 충성도가 높다. 안정적 매출을 올리는 동시에 고객층 확대, 럭셔리 이미지 강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피지오겔의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과 코스트코 온라인몰에 입점한 데 이어 올해는 오프라인 채널로 판매 영역을 확장한다. 리치·유씨몰을 비롯한 브랜드들도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다. 

특히 자사 브랜드의 미국 진출을 본격화 한다. 후는 럭셔리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가져가되, 미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향과 용기를 적용한 새 제품군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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