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제품 출시 후 집중 공략…2분기 출하량·점유율 모두 상승

갤럭시S22 성능 논란 이후 경쟁력에 의구심…폴더블은 아예 패씽

시장 비중 확대-기술 개발 동시에…“애플 맞먹는 칩 나올지는 가봐야”

엑시노스 1080. 사진. 삼성전자. 
엑시노스 1080.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의 재기 여부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엑시노스가 최근 홀로 출하량을 50% 이상 늘리면서 한때 4%대까지 쪼그라들었던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갤럭시 전용 AP를 내놓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사업 중단설이 나올 정도로 기술 경쟁력에 의구심이 제기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AP 독립을 향한 삼성전자의 행보가 탄력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 엑시노스의 출하량은 2280만대로 집계됐다. 1분기(1490만대)와 비교하면 53% 급증했다. 이에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8%에서 7.8%로 증가했다. 

아직까지 엑시노스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엑시노스만 출하량과 점유율을 모두 늘렸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시장 1위인 미디어텍은 1억1070만대에서 1억10만대로 9.6% 줄었다. 2위 퀼컴도 스냅드래곤 출하량이 6670만대에서 6400만대로 4.0% 감소했고, 애플 역시 5640만대에서 4890만대로 13.3% 빠졌다. 

미디어텍은 중저가 AP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업체이고, 퀼컴과 애플은 프리미엄 AP 시장에서 입지가 견고하다. 그럼에도 AP 탑3의 점유율은 3개월 만에 76.0%에서 72.5%로 하락한 것은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2분기 출하량이 각각 15.7%, 13.3% 감소했다. 다만,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엑시노스가 시장 내 비중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중저가 보급형 시장에서 응용처를 늘린 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저가용 엑시노스 1080을 출시하고 중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A53 5G와 A33 5G 등에 채용했다. 갤럭시A13 LTE에도 엑시노스 850이 들어갔다. 갤럭시A13 LTE와 갤럭시A53 5G는 전 세계에서 많이 팔린 스마트폰 모델 3위와 9위에 오른 만큼, 엑시노스의 선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AP는 연산과 멀티미디어 구동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으로,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되는 것도 AP 덕분이다. 스마트 기기의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의 두뇌로 불린다. 최근 AP는 반도체 기술력을 총집결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뎀 등을 하나의 칩(시스템온칩·Soc)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 속에 공교롭게도 엑시노스의 점유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로 전년 대비 3%포인트가 하락했다. 순위 또한 유니SOC(11%)에 밀려 4위에서 5위까지 떨어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유니SOC의 점유율 차이가 1년 만에 3%포인트에서 7%포인트로 벌어지자, 시장에서는 위기설이 불거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유니SOC가 아너·리얼미·모토로라·ZTE·트랜션 같은 중국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AP에 들인 공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모바일 AP, 엑시노스2200 이미지. 사진, 삼성전자.
 엑시노스2200, 삼성전자.

엑시노스에 대한 삼성전자의 에정은 각별하다. AP는 메모리에 편중된 사업영역을 넓혀 진정한 종합 반도체기업으로 거듭날 무기였다. 삼성전자는 업황에서 자유롭고 향후 유망한 시스템반도체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 위탁생산과 AP, 이미지센서이 시스템반도체 굴기를 이끌 선봉장이다. 

특히 AP는 더 특별하다. 엑시노스의 선전은 갤럭시 기기의 경쟁력 제고에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애플이 아이폰 전용 AP를 탑재하면서 마니아층을 넓힌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엑시노스가 자사 파운드리에서 생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엑시노스 탑재량이 늘어나면, 파운드리 기술력이 부각돼 고객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갤럭시S 시리즈와 같은 전략 스마트폰에 엑시노스를 탑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엑시노스는 내부에서도 외면받는 상황이 됐다. 엑시노스 자체 탑재율은 2018년 48%에서 지난해 25%까지 떨어졌다. 이에 정보기술(IT) 전문가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갤럭시S22에서 퀄컴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고, 퀄컴이 갤럭시 S23에선 유일한 공급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엑시노스 2300이 스냅드래곤의 차기 제품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갤럭시S23은 이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궈밍치 연구원의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2015년 갤럭시S6에 전량 탑재됐을 정도로 인정받았던 AP 경쟁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갤럭시Z플립3·폴드3부터 엑시노스를 뺀 데다 갤럭시S22의 발열·성능 저하로 AP 성능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공언한 만큼, 삼성전자도 AP를 포기할 순 없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했던 것에서 방향을 튼 것도 삼성전자의 고민이 투영된 결과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AP 등 모바일 SoC의 중저가 라인업을 추가해 SoC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중저가 점유율을 늘려 고성능 AP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릴 시간을 벌겠다는 구상이다. 엑시노스의 점유율 확대로 AP 전략 수정의 필요성이 입증됐다. 

궁극적으로 삼성전자는 고성능 AP, 나아가 전용 AP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달 갤럭시 언팩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팀들과 파트너사들이 열심히 (자체 AP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구체화 되는 시점이 되면 시장에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에서 엑시노스를 빼는 건 전용 AP 개발 과정에서 의도된 결과라는 주장이 나온 이유도 노 사장의 발언에서 기인한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AP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피재걸 시스템LSI 부사장은 “현재 SoC 사업 모델을 재정비하고 있고, 리소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차세대 모바일 엑시노스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고, 각 IP별 선두업체와의 협력을 강화, 시장 점유율을 증대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엑시노스 개발을 맡았던 시스템LSI 리더들이 범용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AP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용 AP 개발도 진척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반도체 사업부 관련 인력을 모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2025년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을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가 AP 독립을 이룰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중저가에서 입지가 강화되면, 고성능 AP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한 번의 실패를 맛봤기에 전용 AP 개발에 필요한 역량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상용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서는 애플이 10년 이상 칩 개발에 쏟았던 점을 들어 삼성전자가 조급증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애플 수준의 전용 AP라면, ARM 설계 의존도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설계력이 뒷받침되는지는 불분명하다“며 “몽구스 프로젝트가 실패한 이후 팹리스로서 자체 역량을 갖추기 보다 협업을 통해 최적화하고 있기에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진짜 전용 AP일지는 제품이 나와봐야 판가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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