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 무기로 대거 등장했지만 수익 줄며 사라져

남아있는 업체들도 차별화 방안 고심하며 생존 노력

보험 플랫폼 '시그널플래너'. 사진. 해빗팩토리.
보험 플랫폼 '시그널플래너'. 사진. 해빗팩토리.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금융서비스 활성화로 지난 2016년부터 우후죽순 등장했던 보험 플랫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 조회와 보험금 청구 등을 대신해주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빅테크'와 기존 대형 보험사의 연이은 플랫폼 사업 진출에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취를 감췄다.

특히 이르면 오는 10월 빅테크가 주도하는 보험 상품 비교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기존 플랫폼들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관련 규제가 풀리면 빅테크 영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운영을 중단하는 보험 앱이 속출하고 있다. 2017년 출시된 '바로봄', '보가비' 등은 서비스를 중단하고 앱 마켓에서 자취를 감췄고 통합보험관리 앱으로 인기를 끌었던 '레몬클립'은 업데이트를 중단하며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인스밸리', '내보험찾기' 등 중소 보험 비교 서비스 앱들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정상 운영 중인 주요 보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는 보닥, 시그널플래너, 굿리치, 보맵 등이 있다. 해당 앱들은 전문 보험사가 운영하는 것이 아닌 인슈어테크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데이트를 중단한 레몬클립. 사진. 디레몬.
업데이트를 중단한 레몬클립. 사진. 디레몬.

다양한 보험 앱 등장했지만 서비스 금지로 위기

지난 2016년 신용정보원이 생긴 후 금융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방향과 맞물려 스타트업 형식의 다양한 보험 앱이 등장했다. 당시 보험업계는 각종 민원에 대한 대응과 보험금 청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러던 중 '간편함'을 장착한 보험 앱이 등장하자 해당 앱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신속함'과 '편리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 역시 이러한 보험 플랫폼에 열광했다. 어려운 보험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특징을 강조하며 서비스 초기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가입자도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보험 판매 라이선스가 없는 업체들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금지되면서 이들 업체들의 위기가 시작됐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추천하며 가입자를 늘리고 수익성을 확보해 온 보험 앱들은 서비스 자체를 영위할 수 없자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렸고 자연스럽게 수익도 급감했다.

타개책을 찾던 해당 앱들은 설계사를 직접 매칭해주는 서비스의 비중을 확대하고 B2B(기업)용으로 설계사들이 이용할 보험관리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변화를 꾀했지만 수익체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던 보맵은 최근 자회사 보험대리점(GA)인 보맵파트너 소속 정규직 설계사를 모두 해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설계사 해촉으로 사실상 대면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금융당국이 빅테크 업체들의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시범운영을 오는 10월부터 허용하기로 하면서 기존 업체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빅테크 종속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면서 추후 서비스 이용에 따른 수수료 증가로 인한 보험료 인상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빅테크 기업은 서비스만 제공하지만 추후 보험사는 결국 빅테크 사에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다"며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플랫폼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거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우려에 대한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출시된 하나금융파인드의 보험플랫폼 '핑글'. 사진. 하나금융파인드.
지난 6월 출시된 하나금융파인드의 보험플랫폼 '핑글'. 사진. 하나금융파인드.

기존·신규 고객 잡기 위한 색다른 방안 고심

운영을 방해하는 악재가 계속되면서 살아남은 보험 플랫폼 업체들도 색다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특색있는 서비스로 기존 고객은 잡고 새로운 고객도 끌고 오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6월 인슈어테크 업체 고고애프앤디는 KB손해보험과 함께 시간제 라이더 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배달 라이더는 점차 늘고 있지만 보험 가입은 전체 라이더 중 19%만 가입했다는 점을 노렸다. 고고에프앤디 관계자는 "시간제 보험 출시가 라이더는 물론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와 제휴해 소액 단기보험 상품을 파는 '토글'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험상품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토글 서비스는 거래량이 10만 건에 육박할 만큼 고객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빗팩토리가 운영하는 시그널플래너는 모든 상담을 카카오톡으로 할 수 있게 해 고객만족도를 높인 케이스다. 업계에 흑자를 낸 인슈어테크 업체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지만 해빗팩토리는 올 1분기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GA 하나금융파인드의 보험 플랫폼 '핑글'을 지난 6월 출시했다. '초개인화 서비스'가 탑재된 '핑글'은 개인에게 딱 맞는 상품을 비교·추천하고 건강이나 재무 관련 코칭을 제공하며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하나금융파인드 관계자는 "보장분석 중심의 기존 보험 플랫폼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 철폐와 관련 업체들의 차별화 된 서비스가 보험 플랫폼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험조회 및 분석, 간편 청구 등의 기존 서비스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에 맞서기 위해선 보험사와 플랫폼 업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결국 좋은 상품을 얼마나 간편하고 명확하게 고객에게 제안하느냐에 따라 보험 시장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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