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9월 1일부터 최대 15% 가격인상 예고

레미콘업계, 협의 없는 일방적인 인상 통보 불만

단가인상 수용 어려운 건설사들, 셧다운만은 피해야

시멘트 업계가 9월부터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레미콘사들이 지난 25일 가격 인상 규탄대외를 열었다. 건설사들도 건설 현장 셧다운 위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시멘트 업계가 9월부터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레미콘사들이 지난 25일 가격 인상 규탄대외를 열었다. 건설사들도 건설 현장 셧다운 위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신미정 기자] 시멘트업계가 원자재 가격 인상 압박 등에 오는 9월 1일부터 시멘트값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건설현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레미콘업계가 가격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력 대응으로 맞서고 있는 만큼 건설현장 셧다운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도 당장 행동에 나서고 있지는 않으나, 레미콘업계가 파업이라도 감행하면 건설현장이 돌아가지 않는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1일부터 시멘트 가격이 일제히 인상될 예정이다. 한일시멘트는 현재 톤당 9만2200원인 시멘트 가격을 10만6000원(15%)으로 인상한다.

한라시멘트(14.5%), 성신양회(13.5%), 삼표시멘트(11.7%) 등도 줄줄이 가격 인상 공문을 레미콘사 등에 전달한 상태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가격 문제가 민감한 사항이라는 것을 알지만 원자재가격이 계속 급등하고 다른 각종 비용도 상승해 원가 상승 감내에 한계를 느껴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칼리만탄산 유연탄 1톤 가격은 197.6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5% 뛰었다. 같은 기간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108.35달러에서 502.3달러로 5배가량 증가했다. 1년 새 3배가량 급등한 수치다.

환율도 이날 기준 1350원을 돌파하며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원화로 지불해야 하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 비용 상승을 유발한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올해만 두 번째다. 시멘트사들은 지난 2월에도 유연탄과 요소수 등의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이유로 시멘트 가격을 인상했다. 당시 업계 1위인 쌍용C&E는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18% 인상했다. 한라시멘트 등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시멘트를 건설사에 공급하는 레미콘업계들은 어느 정도의 원자재값 인상분 반영은 불가피하더라도 최근 일련의 인상폭이 너무 크다고 반발 중이다.

레미콘업계 주고객사인 건설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상분을 순순히 반영해 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특정 레미콘업체에 올린 단가를 반영해주게 되면 다른 건설기자재업체들의 자재공급가도 일괄적으로 인상해 줘야 하고 이는 결국 분양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레미콘업계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자금동원력 등이 딸리는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출혈경쟁 끝에 고사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레미콘 업체 대표들(한국레미콘공동협동조합연합회)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시멘트 가격 기습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규탄대회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레미콘 공동협동조합연합회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시멘트사들이 올해 2월에도 가격을 인상했는데 당시에도 현재도 쌍용E&C를 제외하고 일방적인 통보식으로 레미콘 회사들에게 가격인상을 전달했다”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해도 시멘트값 문제는 시멘트사와 레미콘사들이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올해 들어 원자재값이 요동치자 그마저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2월에도 시멘트사가 가격을 올렸으나 건설사가 인상된 가격을 반영해준 시기는 5월”이라며 “그 사이에도 중소레미콘사는 충격을 많이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도 가격이 오른다면 레미콘업체들은 더이상 레미콘을 공급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시멘트사들이 호주산 유연탄 가격 급등을 가격 인상의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모든 회사들이 호주산을 쓰지도 않을뿐더러 추가적인 설명도 없는 상황”이라며 “2월과 9월 두 차례 동안 5개 시멘트사들이 비슷한 가격으로 인상했는데 사실상 담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좌불안석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레미콘사들의 공급단가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도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시멘트사와 레미콘사들이 하루빨리 원만하게 풀어가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한 건설 현장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불과 몇 달 전에 운송노조 파업 등으로 현장에 한번 차질이 있었던 터라 피해가 많았다”라며 “중소기업중앙회 측에서 정부 중재를 요구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상반기에도 현장대란은 피할 수 없었던 만큼 큰 기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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