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소속 2022 이집트 세계선수권 '최초 2관왕’
"좋은 성적 유지해 국내 인프라 향상 이바지하고 싶어"

[광주=데일리임팩트 기탁영 기자] “운동선수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도쿄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세계선수권 2관왕. 이제는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금빛 질주를 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광주광역시 시청 소속 근대5종 선수 전웅태 선수를 데일리임팩트와 광주드림이 함께 만나봤다.

세계선수권대회 최초 2관왕을 달성한 전웅태 선수/사진. 기탁영 기자
세계선수권대회 최초 2관왕을 달성한 전웅태 선수/사진. 기탁영 기자

전웅태는 2016년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에 출전해 레이저 런 올림픽 신기록을 달성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2018년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UIPM) 월드컵 3차에서 우승, 4차에서 준우승, 파이널에서 2위를 기록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데 이어 그 해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며 최정상 선수로 등극했다. 그리고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5종 동메달을 수상하면서 선수로서의 위상을 세울 뿐만 아니라 그동안 생소했던 근대5종이라는 종목을 대중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실력을 올해 더욱 증명했다. 월드컵 신기록과 펜싱 세계신기록을 바탕으로 두 번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진화 선수와 남자계주 우숭, 김선우 선수와 혼성계주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을 달성하였다.

대회가 끝난지 얼마 안 됐지만, 쉴 틈도 없이 해남에서 열린 국내대회도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고 돌아온 전웅태 선수를 만나 소감과 당찬 각오를 직접 들어봤다.

환한 모습으로 인터뷰 중인 전웅태 선수/사진. 기탁영 기자
환한 모습으로 인터뷰 중인 전웅태 선수/사진. 기탁영 기자

-해남에서 경기를 막 끝마치고 왔다. 피곤하지는 않은지?

오늘 경기가 꽤 엎치락뒤치락 했다. 그래도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매우 기쁜 마음으로 광주로 넘어왔다. 정말 기분이 좋다.

-이제 아시아 쪽에서는 막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근대5종이라는 종목이 워낙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 경기 중 발생하는 변수를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포효하는 전웅태 선수/사진. 광주시청
포효하는 전웅태 선수/사진. 광주시청

-체력이 특히나 중요한데 식사와 체력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따로 챙겨 먹거나 식단 조절을 하지는 않지만, 몸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로 찾아서 먹고 있다. 훈련의 경우 하루에 5가지 종목을 모두 소화하려고 하고 있고, 훈련 스케줄도 그에 맞춰서 짜여 있다. 그렇다 보니 하루에 12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있다.

-다른 종목들에 비해 훈련시간이 매우 긴 것 같다.

하루에 5가지 종목 중 한 종목이라도 빠지면 그날 운동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럽이나 아프리카 선수들에 비해 좀 더 경쟁력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특히 꾸준해야 한다고 감독님도 말씀하셨고, 선수들도 이에 따르고 있다.

-하루에 12시간씩 운동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매번 똑같은 훈련을 한다기보다는 매시간 다른 훈련을 하기 때문에 잠깐 집중을 잃으면 다른 종목 훈련으로 (어느새) 넘어가 있기도 하다. 그날따라 잘되고 안되는 종목이 있어서 컨디션에 맞춰 유연성 있게 하루를 잘 풀어나가도록 조절하고 있다.

-기존에 펜싱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무엇에 가장 취중 하는지?

5가지 종목 모두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부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기술 종목에서 시작을 잘 끊어놔야 나머지도 수월하게 풀어나가기 쉬워 (기술 종목인) 펜싱과 승마에 중점을 두고 디테일하게 훈련을 하고 있다. 물론 체력 종목인 수영, 레이저 런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펜싱 종목의 경우 지금도 많이 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좀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계치가 더욱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펜싱과 승마에 시간, 땀, 노력을 많이 쏟았기 때문에 실력이 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도 쏟은 시간에 비해 아직 부족하고, 실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광주시청에 입단 이후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개인적으로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었는지?

-감독님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것들을 막아주며 서포트를 많이 해주셨다. 특히 (훈련 여건상) 광주보다는 문경에서 훈련을 많이 하는데 전화로도 많이 챙겨주시며 외국이든 어디든 항상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세심히 챙겨주신다. 특히 항상 잘할 필요는 없다며 마음을 편하게 가지도록 신경 써주신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같은 팀원들도 서로 응원하며 기운을 복 돋았다.

-사실 광주와는 연고가 많이 없는데, 어떻게 광주로 오게 되었는지?

집은 서울이고, 자신도 서울에서 자랐다. 하지만 광주에 잘하는 선수들도 많고 내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너는 원래 광주가 고향이다. 할아버지도 광주분이시다.”라고 말씀하시며 허락해주셨다. 그래서 좋은 기운도 많이 받은 것 같다. (웃음)

-이집트 알렉산드리아까지 가서 경기를 치렀다. 힘든 점은 없었는지?

요즘엔 아시안게임 선발전부터 2~3주에 한 번씩 꾸준히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런 부분들도 힘들지만, 외국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한국 선수들이 힘든 위치에 있다. 그러나 정신적인 부분에서 밀리지 않고, 동료들도 서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주겠다고 다짐을 해서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그렇게 좋은 성적이 나오다 보니 더욱 그 느낌을 놓치기 싫어서 분발하게 되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도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좋은 성적이 나와서 다행이고 나 자신도 자랑스럽다. 한편 내년에도 잘해야 할 텐데 하는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다.

레이저 런 사격 중인 전웅태 선수/사진. 광주시청
레이저 런. 집중한 모습이 인상적이다./사진. 광주시청

-선수들 모두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전웅태 선수만의 루틴이 있는지?

경기 시작 전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듣는다. 따로 특별한 루틴은 없는 것 같지만, 시합 전에는 불필요한 살생은 피하는 편이다. 작은 벌레 등이 지나가면 손으로 치우거나 할 수 있지만, 그냥 내버려 둔다. 그리고 경기 15분 전에 보충제를 먹고 시작한다.

-승마 종목의 경우 말이 매우 중요하다. 말과 어떻게 친해지는지?

말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20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전에 먼저 가서 말의 상태가 어떤지, 다리를 절거나 하지는 않는지, 수컷인지 암컷인지, 거세는 했는지 등등 세심히 체크한다. 그 후 말을 많이 쓰다듬으며 말과 접촉을 많이 한다. 특히 칭찬을 많이 한다. 말에 탔을 때 말이 자신을 잘 따라주면 칭찬을 많이 하지만, (자신을) 잘 따라주지 않으면 채찍도 확실히 쓰는 편이다. 말은 매우 똑똑한 동물이기 때문에 모두 알아먹는다. 그래서 자신의 의도가 (말에게) 분명히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때 말 때문에 우는 선수도 있었다. 전웅태 선수는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나?

나도 분명 한 번은 그럴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올해 4차 대회 때 펜싱 종목에서 점수가 매우 잘 나와서 무난하게 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결승 때 승마 종목에서 0점을 맞아서 점수가 많이 하락했다. 내가 그 상황이 되어버리니 많이 착잡했다.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그만큼 근대5종이 재미있는 종목이구나, 경기는 한 치 앞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며 기뻤던 에피소드가 있는지?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는 것이 매우 기쁘다. 가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나 혼자서 메달을 딴 것이 아니다. 그전부터 근대5종의 길을 선배들이 갈고닦아왔고, 그 결승점에 내가 들어왔다. 주인공은 내가 됐지만 선배들께 매우 감사하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근대5종이 이만큼 커지는 모습을 봐서 더욱 기쁘다. 그리고 다음 올림픽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복 돋우게 됐다.

펜싱 경기. 뒷모습에서 비장함이 느껴진다./사진 광주시청
펜싱 경기. 뒷모습에서 비장함이 느껴진다./사진 광주시청

-개인적인 롤모델이 있는지?

(같은 근대5종 선수인) 정진화 선수처럼 되고 싶다. 운동선수를 떠나 사람으로서도 진화형은 매우 좋은 형이다. 후배들도 잘 아울러주고, 지도자 선생님들께도 잘하고, 멋진 주장 역할도 잘하며, 됨됨이가 매우 좋은 사람이다. 또 UFC에 코너 맥그리거라는 선수가 있다. 그 선수가 악동이라는 이미지로 유명하지만, 퍼포먼스가 매우 뛰어나다. 특히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대단하다. 운동선수가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그렇게 자신의 땀과 시간을 바치고 성적으로 자신이 한 말을 이루어 내는 게 멋지다. 그래서 나도 내가 한 말을 지킬 수 있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

-감독님과 사이가 매우 돈독하다. 감독님과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매우 많다. (웃음) 나는 국내대회든 세계대회든 다 떠나서 대회를 준비할 때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한다. 작은 대회를 뛰더라도, 거기서 메달을 따더라도 감독님은 정말 기뻐해 주시고 ‘잘하고 있다, 네가 이 팀에 큰 도움이 되는구나’라며 칭찬해 주신다. 그렇게 (칭찬으로) 나를 춤추게 해주신다. 감독과 선수 간에는 믿음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아직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은퇴 후 지도자의 길에 관심이 있는지?

나도 아직 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겠지만, 일단 지금은 훈련에 집중하고 운동을 즐기고 있다.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능 출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올림픽 이후 (방송에) 몇 번 출연했다. 관심과 애정을 많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방송 출연과 훈련을 병행하는 것은 많이 힘든 것 같다. 아직 운동선수로서 목표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일단 이것을 이뤄놓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근대5종의 인프라가 아직 많이 부족하지는 않은가?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또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근대5종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번에 초등부부터 고등부까지 다 봤는데 좋은 선수들이 많다. 특히 선수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과는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이 종목이 정말 커지고 있구나, 내가 대한민국 근대5종의 발전에 이바지를 했고, 더욱 이바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차츰차츰 인프라가 더 좋아지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주고 싶은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면, 메달을 따야 한다. 운동선수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실적을 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을 위해 내년에 있을 아시안게임, 그 후 파리올림픽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나도, 그리고 다른 선수들 모두 메달을 따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더욱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력으로 보여준 전웅태 선수. 앞으로도 기대된다./사진. 기탁영 기자
실력으로 보여준 전웅태 선수. 앞으로도 기대된다./사진. 기탁영 기자

-다음 대회를 위한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선생님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할지. 기술 종목뿐만 아니라 체력 종목에도 신경을 쓰며 더욱 완벽한 올라운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운동도 중요하지만, 휴식을 잘 취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쉬는 것도 잘하고 있다. 선생님들께서 잘 끌어주시기 때문에, 나도 잘 끌려가고 있다. (웃음)

-오늘도 많이 피곤하실 것 같다.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가?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 못 만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싶다. 하지만 아직 전국체전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여유는 없는 편이다. 하지만 전국체전이 끝나고 여유가 생긴다면 친구들과 치맥 한 잔 하고 싶다. 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사람 사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광주에 복귀했는데, 맛있는 것은 많이 먹었나?

감독님께서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셨고 많이 먹었지만, (오늘) 바로 시합이 있었기 때문에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도 조금 긴장이 되기는 했다. 그래도 (우승을 하며) 잘 마무리했기 때문에 더욱 많이 먹어야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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