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에도 버티는 중후장대·유통·증권 기업들

벌칙 조항 없으나 ESG 평가 감점 요소로 작용

사진 : 데일리임팩트 DB
사진 : 데일리임팩트 DB

[데일리임팩트 이승균 기자]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이사회 구성원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여성가족부가 제공한 '상장법인 성별 임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 중 21곳은 특정 성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의무 규정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65조의20)은 2020년 개정,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5일 시행됐다.

이들 기업 중 '금융업' 혹은 '보험업'을 영위하는 곳은 예외다. 자본시장법 165조의20에 따라 금융사와 보험사는 자본총액과 자본금 중 큰 금액이 2조원을 넘지 않으면 여성 이사 선임 의무는 없다.

자산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에서는 여성 이사가 없는 곳은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증권, 다우데이타, 다우기술,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롯데지주, 롯데손해보험, HMM, 유안타증권, 흥국화재, 아시아나항공, KCC, LS, 교보증권, HDC, DB금융투자 등이다.

롯데, 두산, 메리츠금융지주, 다우 그룹은 복수 지주 또는 계열사에서 1명의 여성 이사도 선임하지 않았다.

중후장대 산업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LS, 두산에너빌리티 등은 이사회는 물론 미등기 임원 전원을 남성으로만 구성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사회는 물론 미등기 임원 60명모두를 남성으로 구성했다.

자본시장법 이사회 성별 구성 특례 적용 대상 기업 중 여성 등기임원 선임 비율. 제공 : 여성가족부.

다만, 여성 이사 선임 기업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 152개 중 85곳(55.9%)가 여성 등기 임원을 1명 이상 선임했으나 올해는 그 비율이 87.7%로 전년 대비 31.8% 늘었다.

의무 선임 대상 기업 외에도 상장법인 전체 비율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2316곳의 전체 임원 3만4378명 중 여성 비율은 5.8%(1993명)로 전년 5.2%대비 0.6% 상승했다. 상장법인 중 여성 임원 선임 기업은 40.0%다.

여성 이사의 미선임은 ESG 경영 지배구조 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여성 이사 선임도 ESG 평가에 포함된다"며 "관련법 개정 이전부터 이사회 다양성을 모니터링 해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나스닥 상장사에 최소한 2명의 이사(여성 1명, 인종 혹은 LGBTQ 등 소수그룹 1명)의 선임을 의무화한 바 있다.

선임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준수 혹은 설명(comply or explain)’ 원칙에 따라 그 이유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다양성 보고서를 통해 이사회의 여성 임원 비율은 물론 전체 인력 중 여성 및 인종 비율을 별건으로 보고하는 추세다.

반면, 한국에서는 기업이 다양성 관련 여성과 장애인, 연령 정도만 공시하고 있다.

ESG 평가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여성 선임이 아니라 이사회 및 임직원 다양성 측면에서의 인권, 채용 정책과 제도가 지배구조 평가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