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SK지주·LG전자·포스코홀딩스·현대중공업 ESG 공시 비교적 우수

삼성전자·현대중공업·신세계·탄소중립 전략 시나리오 부재 아쉬워

[데일리임팩트 이승균, 박민석 기자] 주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ESG 정보는 실제 투자에 참고하기에는 비교가능성과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통된 ESG 공시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일 국내 ESG 및 투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데일리임팩트가 국내 10대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신뢰성 및 책무성, 활용성, 접근성, 비교가능성 등 4가지 기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 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ESG 정보는 충분하지 않았다.

10개 기업 가운데 현대자동차, SK지주, LG전자, 포스코홀딩스, 현대중공업은 보고서를 통해 비교적 충분한 ESG 정보를 공개하고 있었다. 반면 한화, 삼성전자, 롯데지주, GS, 신세계그룹은 ESG 정보를 투자시 참고하기엔 어려운 점들이 일부 발견됐다.

국내 10대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체크리스트, O = 우수, △ = 보통, X = 미흡. 우수 기업부터 내림차순 정렬. 정정 : LG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경우 보고서 및 탄소배출과 관련해 제3자 검증이 이루어졌으나 조사 과정에서 누락되어 8월 10일 X에서 O로 정정합니다.  제작 및 조사 : 데일리임팩트
국내 10대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체크리스트, O = 우수, △ = 보통, X = 미흡. 우수 기업부터 내림차순 정렬. 정정 : LG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경우 보고서 및 탄소배출과 관련해 제3자 검증이 이루어졌으나 조사 과정에서 누락되어 8월 10일 X에서 O로 정정합니다.  제작 및 조사 : 데일리임팩트

삼전·현대重·신세계, 주요 '투자 기회·리스크'인 탄소중립 전략·시나리오 없어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신세계그룹은 탄소중립 전략이나 시나리오가 존재하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서 탄소중립 전략과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권과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 등 기후 리스크와 기회 파악을 위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 재생에너지 사용량 등 일부 환경데이터는 공개하고 있으나, 탄소중립 시기와 중간 목표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과 올해 첫 보고서를 발간한 신세계그룹에서도 탄소중립 목표를 공개하진 않았다. 보고서 내에는 지난해 ESG 성과 위주로 나열되어 있었으며, 향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중간 목표나 이행 계획은 없었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SK지주는 탄소중립 전략을 세우고 배출권 구매비용 증가, 감축 방안 등 기후 위기에 따른 리스크, 대응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리콜 차량수와 비용, 포스코홀딩스는 연도별 산업재해 사고·사망률 등 기업 비용과 직결되는 리스크 데이터도 보고서에 담았다.  

주요 사업장이나 제품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한 기업은 절반 이상에 달했다. 특히 현대차는 보고서를 통해 아이오닉5, 투싼 하이브리드 등 주요 차종의 제조, 수송, 유통,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했다. LG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제품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비중을 보고서에 명시했다.  

공급망 배출량(Scope 3)의 경우, 기업별 수준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 영향으로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공개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이 홈페이지에서 ESG 데이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축한 기업은 3곳 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ESG 경영 관련 웹페이지는 구축했으나 경영전략과 추진 방향만 공개했고,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등 ESG 데이터는 담지  않았다.

LG전자는 'ESG 데이터' 페이지를 두고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공개 협의체(TCFD), GRI 등 글로벌 공시에서 요구하는 데이터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LG전자는 탄소 배출과 관련해서는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토대로 스코프 1, 2, 3에 대한 검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모바일 접근성은 대다수 기업이 부족했다. 특히 삼성전자, 포스코홀딩스, 신세계그룹은 모바일로 보고서에 접근할 경우 인터렉티브가 적용되지 않거나 PC 화면에 적합한 크기로 노출됐다.

탄소 배출량을 매출액으로 나눈 탄소집약도와 SASB기반 보고와 같이 실제 투자자들이 비교 가능한 데이터는 대다수 기업이 보고서에 공개했다.

다만 SASB의 경우 기업 간 보고 데이터 수준이 차이가 있었고, 일부 기업은 미공개 사유조차 기재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포스코홀딩스, 현대중공업은 SASB 페이지 내 당해년도 데이터만 공개하거나, 관련 페이지로 이동하게 만들어 비교 분석이 어려웠다. 

통일되고 업종별 비교가능한 ESG 공시기준 필요해

전문가들은 업종별 비교 할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아 실제 ESG 투자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장윤제 법무법인 세종 ESG연구소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애초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요구하는 비재무 

정보를 담은 보고서이기에 투자용도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또한 기업 내 IR 팀을 제외한 ESG 팀이나 보고서 제작 컨설팅 업체에서는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실무적인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ESG 업계 전문가는 "업계에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2의 보도자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결국 투자자들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ESG 정보를 파악해 더 가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데,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정보만 골라 공개하는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외로 투자자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만을 담은 통일된 ESG 공시 기준 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글로벌 ESG 공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IFRS S1(일반 요구사항), IFRS S2(기후 관련 공시) 최종안을 올 연말에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부터 상장법인 사업보고서에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국내 상장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의무화 시기는 2025년인데, ESG 정보가 투자와 관련된 사업보고서에 보고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내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가 시작되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한참 늦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공시 의무화 시기를 앞당겨 업종별로 비교가능한 ESG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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