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정보보고에 가이드라인 제시까지 국내 ESG 정보 선점

한국거래소-KCGS 기반 정보 플랫폼 확장

ESG 지수 직접 운용하고 코스닥으로 ESG 확산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 제공 :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 제공 : 한국거래소

[데일리임팩트 이승균, 박민석 기자] 한국거래소가 자체 운영하는 ESG 포털의 기능을 민간 파트너와 함께 강화하고 ESG 투자 확산을 위해 상장심사 과정에 ESG 경영 항목을 포함하는 등 ESG 투자 생태계 안착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다.

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는 ESG 경영 평가 세부 항목을 마련해 연내 코스피 상장 준비 기업의 질적 심사에 반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심사 질적 요건에 기업의 투명성, 안정성, 투자자 보호 등 항목이 포함되어 있어 법조계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 과정에서 상장 심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 공시를 위해서는 지난 3년간 수치가 필요해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데이터를 우선 수집해야 한다.

데이터 수집이 미흡할 경우 상장 이후 ESG 공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한국거래소는 ESG를 심사체계에 포함하는 내용을 올해 업무계획에 포함하는 등 정책 일관성 유지에 힘써왔다. 상장 심사에 ESG가 포함되는 만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도 ESG 경영이 확산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상장 추진 중인 기업도 이제 ESG 경영 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ESG 경영이 경쟁력이 아니라 필수 요소로 자리 잡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기업 부담 등을 우려해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ESG 경영 체계 수립과 관련한 계획서를 제출하는 방식 등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철웅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지난 21일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 세미나에서 "이제 비상장사는 상장심사 준비 과정에서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 위한 내부 규정과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한 자체 평가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학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이 지난 21일 ESG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거래소
김학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이 지난 21일 ESG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거래소

코스피 이어 코스닥으로 번져나가는 ESG

ESG 평가와 검증은 유가증권시장에 이어 코스닥 시장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5일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기업 선정에 ESG 기준을 적극 차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거래소는 코스닥을 대표하는 기업을 선정하는 만큼 ESG 경영 요소도 중요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그먼트 편입뿐 아니라 퇴출, 유지 여부 등 판단에도 ESG 기준을 활용한다. 이에 코스닥 상장사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활용한 ESG 공시 촉진 효과와 함께 네거티브 스크리닝 등 ESG 투자도 주목 받는다.

실제 S&P, MSCI 등 글로벌 ESG 평가기관들은 미들캡 ESG 상품 출시를 위해 중견 기업들의 ESG 평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S&P는 올해 상반기 씨젠 등 국내 주요 제약 바이오 코스닥 상장사를 대거 ESG 평가에 신규 편입시키기도 했다.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 기업이 자율적으로 ESG 경영 공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코스닥 ESG 포럼에서 김학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은 "코스닥 기업이 ESG 경영을 조기 도입하고 기관 투자자들이 ESG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면 시장 신뢰도가 향상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후즈굿은 네이버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의 ESG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네이버 증권 캡쳐
후즈굿은 네이버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의 ESG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네이버 증권 캡쳐

KRX, ESG 플랫폼 고도화 후즈굿 등 참여

한국거래소는 ESG 투자 촉진을 위해 만든 ESG 포털의 기능도 강화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이 투자 기업의 리스크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별 기업의 컨트로버셜 이슈를 수집해 제공하는 기능을 보완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반 ESG 정보를 수집해 선별, 제공하는 지속가능발전소가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산업별(SASB) 분류에 따른 기업의 ESG 리스크를 제공하는 데 특화되어 있어 특정 기업을 투자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 투자자들에게 해당 서비스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비정형화 되어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선별해 보여주는 서비스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선별한 중요성 정보가 각기 다르고 산업별 비교도 사실상 불가능해 투자 업계에서 조차 외면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KCGS의 개별 기업 요약 ESG 평가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는데 비교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MSCI와 S&P 등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 표준(GRI) 등 기반으로 추출한 정보의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어 이러한 틀을 따라갈 것으로 추측된다.

이 밖에도 ESG 포털은 올해 하반기 모바일 접근성 개선 등 부분적인 개편 작업을 앞두고 있다. 최근 기업 ESG 정보 외에도 정보데이터 시스탬 내에 있는 ESG 지수, 리테일 펀드, ESG 채권 등 정보도 통합 제공하고 있어 'ESG 포털'이 국내 ESG 투자 정보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SG 평가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ESG 투자 프로세스가 기대 이익을 기반으로 한 사전 사후 투자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컨트로버셜 이슈 뿐만 아니라 주주권, 의결권 행사 여부, 주주총회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담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거래소가 ESG 정보 확산을 위한 파편화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개편에 나서면서 시장을 위축 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 배출량, 물 사용량, 비정규직 비율 등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ESG 투자와 관련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저조한 상황에서 이러한 개편은 향후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관리, 분석하고 새로운 금융 상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ESG 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개별 비재무 지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 ESG 평가 정보는 객관성을 보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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