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BMW 등 협력사에 온실가스 감축 효과 없어 자제 권고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REC·PPA 활용하면 비용 4배 이상 증가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애플,  BMW 등 글로벌 기업이 녹색프리미엄 제도가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추가 비용 부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주요 기업에 실질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녹색프리미엄 사용 자제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프리미엄은 한국형 전환 수단으로 지난해 도입 당시 재생에너지 인정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어왔다.

한국RE100 협의체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국내 대기업이 애플과 BMW 등 고객사로부터 녹색프리미엄을 통한 재생에너지 공급 자제를 권고 받았다”며 “녹색프리미엄을  활용 중인 국내 기업들이 고객사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RE100 이행 수단 중 가장 저렴해 주로 이용...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無'

녹색프리미엄은 전력 소비자가 기존 전기요금에 추가 요금을 내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실적을 인증 받는 제도다. 추가 요금은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투자사업 재원으로 활용된다. 

녹색프리미엄은 해외에 비해 산업용 전기료가 저렴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국내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추진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으나 주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감축 효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녹색프리미엄 제도는 저렴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애플, BMW 등 기업이 공급망 관리를 위해 녹색프리미엄 사용 자제를 권고한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K-RE100 추진 기업들이 선택한 주요 이행 수단은 녹색프리미엄 59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15건, 자체 건설 4건 등으로 녹색프리미엄의 선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올해 상반기 녹색프리미엄 참여 기업도 지난해 35개에서 77개로 늘었다.

RE100 추진 기업 한 관계자는 “REC나 PPA보다 녹색프리미엄은 가격 경쟁력도 있고,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으로도 인정되기에 주로 활용되어 왔다”며 “아직 고객사로부터 직접적으로 공급 방식 전환을 요구 받진 않았지만,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다면  REC, PPA 등 방법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화 될 ESG 공시에 협력사 배출량 포함...애플·BMW 협력사 재생E 사용 압박도

향후 국내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공급 방식의 변경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협력업체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도 상세히 살펴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SEC는 올해 연말까지 미 증권시장 내 상장사들의 스코프3(공급망 간접배출량)를 사업보고서 에 연계해 보고하는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스코프3 공시에는 제품 사용과정이나 협력사에서 배출하는 모든 온실가스가 포함된다.

지난 4월 발표한 공개된 초안이 통과하면 기업들은 스코프3 배출량 정보가 중대한 경우 또는 기업이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스코프 3가 포함된 경우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앞서 RE100 참여 중인 애플은 지난해 2030년까지 공급망 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언했고, BMW도 삼성SDI에 친환경 전력만을 사용해 5세대 배터리셀을 만들도록 계약하기도 했다. 

애플과 중국 협력업체 10곳이 약 3억 달러를 투자해 개발중인 총 1기가와트 규모의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모습 사진. 애플

스코프3가 공개될 경우 글로벌 기업은 투자자나 환경단체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ESG 전문가들은 스코프3 공시를 애플과 BMW에서 협력사에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녹색프리미엄 사용 자제를 권고한 배경으로 보고 있다.

REC 등 녹색프리미엄 대안, 4배 이상 비싸…국내기업 비용 부담 증가 가능성 ↑

실제 녹색프리미엄은 기존 전력에 웃돈을 더해 구매할 뿐이기에 전력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일반 전력을 사용 때와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녹색프리미엄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녹색프리미엄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은 REC, PPA 등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RE100 이행 방식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공급 방식의 변화가 기업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C의 경우 현재 녹색프리미엄과 비교해 가격이 4배 이상 비싸고 재생에너지 공급과 수요에 변화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 REC 평균입찰가격은 1000키로와트시 당 5만6100원으로 올해 상반기 녹색 프리미엄 가격인 1만900원(평균입찰가 10.9원/kWh)과 비교해 5.14배 비싸다. PPA 방식 또한 망 이용료 중복부과 등 제도적 문제로 아직 녹색프리미엄보다 비싸기에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미 증시에서 스코프3가 공개되면 대기업뿐 아니라 2~3차 벤더인 중견·중소기업에서도 영향을 받아 이들 또한 녹색프리미엄 제도 이외의 조달방식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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