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3위 경쟁 구도 균열…신한과 우리금융 ‘역전 성공’

충당금 규모에 구도 재정립 가능성, ‘비은행 M&A’ 변수 될 듯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 수년간 지속돼온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순위 구도에 균열의 조짐이 포착돼 주목된다. 최근 지난 상반기 및 2분기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KB와 신한이 펼치고 있는 리딩금융 경쟁, 그리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경쟁 중인 ‘3위 쟁탈전’ 결과에서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4대 금융지주의 이자 수익 상승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까닭에 각 사가 준비 중인 ‘비(非)이자’를 포함한 차별화된 하반기 전략이 결국 순위 구도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나란히 4대 금융지주가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굳어져 온 순위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이뤄졌다. 모든 금융지주사가 나란히 역대급 이자 이익을 거둔 상황에서 발생한 순위 구도의 균열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이자 수익에 실적 제고 ‘성공’

일단 4대 금융지주사 모두 지난 상반기에 유의미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앞서 언급했듯,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수익 증가가 전반적인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KB금융그룹은 지난 상반기에 2조75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4%(2823억원) 늘어난 역대 반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신한금융도 상반기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인 2조7208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수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유의미한 수준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상반기 당기순익은 1조7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54억원) 줄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한 감소세 기록이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 일회성 요인의 영향인데다 감소 폭 역시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하반기 개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금융은 KB‧신한금융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금융그룹의 지난 상반기 당기 순익은 1조761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 성장했다. 이자 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고른 증가세를 보이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이처럼 4대 금융지주 모두 상반기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순위 역시 KB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고 뒤를 이어 신한이 2위를 차지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그동안 유지돼온 3위와 4위 자리를 맞바꿨다.

이 같은 실적 기록을 2분기 기준으로 좁혀보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우리금융은 하나금융과의 실적 격차를 벌렸고, 상반기 기준 실적과 달리 리딩금융 경쟁에서는 신한이 KB를 제친 것이다.

이번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펀드에 공동 출자한 KB금융과 신한금융. 사진. 구혜정 기자.
KB금융과 신한금융. 사진. 구혜정 기자.

뒤바뀐 순위, 균열된 구도

우선 2분기 기준 신한금융의 당기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8% 증가한 1조3204억원을 기록했다. 마진 개선과 기업 대출 중심의 대출자산 성장 효과 등으로 전분기 대비 6.3%(1565억원) 증가한 2조6441억원을 기록한 2분기 이자 이익이 분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러한 수치는 지난 2분기 1조3035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둔 KB금융의 실적보다 170억 가량 앞선 수준이다. 2분기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지난 2017년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빼앗긴 신한금융은 다시 2018년과 2019년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020년 다시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어준 이후, 지금까지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하반기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양 사 간 실적 차이가 300억원 수준에 머문 데다, 이미 예정된 호재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신한금융투자가 서울 여의도 사옥을 약 6400여억원에 매각하면서 현금자산을 추가 확보한 점 역시 실적 개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사옥매각 금액이 실적에 반영될 경우, KB금융의 실적을 앞설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사옥과 같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순이자마진(NIM) 개선세 및 비이자이익 부문의 흐름도 예상보다 좋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표적인 일회성 비용인 대손충당금 역시 2분기 기준 KB금융보다 신한금융이 2400여억원 많이 적립했다. 상대적으로 KB금융의 충당금이 적기 때문에, 하반기 더 많은 충당금을 적립할 경우 하반기 전체 실적도 신한금융이 앞설 가능성도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오른쪽). 사진. 각 사.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오른쪽). 사진. 각 사.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위도 상반기와 2분기 모두 뒤집혔다. 그간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하나금융을 우리금융이 앞지른 것이다. 우리금융의 2분기 당기순익은 9220억원으로 하나금융의 2분기 당기순익(8251억원)을 1000여억 원 가량 앞섰다.

주목할 점은 우리금융의 상승세다. 전년 동기 대비 우리금융의 2분기 실적 상승 폭은 16.56%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컸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20%를 웃도는 성장세로 눈에 띄었다. 반면 하나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우리금융의 성장세는 이자 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고른 증가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이자 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3.5% 늘어난 4조1030억원을 달성했고, 비이자이익 역시 전년동기 대비 8.6% 증가한 78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식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은 타 금융지주사와 달리 증권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 또한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오른쪽)이 협약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하나금융.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오른쪽)이 협약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하나금융.

하반기 실적 열쇠는 ‘충당금-신사업’

이처럼 수년간 이어진 4대 금융지주 구도에 균열이 생길 조짐을 보이면서 각 사 역시 하반기 전략 마련에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호재 못지않게 ‘사회적책임’에 따른 금융당국의 취약 차주 지원에 적잖은 재원을 쏟아야 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또 예대금리 공시 의무화,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자체적인 연착륙 방안 마련 등 금융권을 둘러싼 대내외 압박도 적지 않다.

일단 4대 금융지주사 모두 충당금 추가 적립에 따른 건전성 확보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4대 금융지주의 충당금 적립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태경 신한금융 CFO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위험 등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금리 2%p 상승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추가 충당금을 적립한 만큼 건전성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에는 신사업과 비은행 인수합병(M&A)도 실적에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각 사 모두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자와 은행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SK텔레콤과 약 4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전격 발표했다. 우선 SKT가 3300억원 규모의 하나카드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고, 하나금융지주 주식 3300억원을 매입한다. 이어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하나카드가 684억원 규모의 SKT 지분과 SKT가 보유한 316억원 상당의 SK스퀘어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전략적 제휴의 중장기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양 사의 설명이다.

이번 지분 교환은 이종산업인 통신업계와의 지분교환을 통해 디지털금융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이종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소위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다.

우리금융 역시 올해 역점 사업인 ‘비은행 M&A’를 하반기에도 시도한다. 증권과 벤처캐피탈(VC) 부문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매물 탐색, 그리고 실제 인수작업에까지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최고재무책임자) 역시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는 비은행 M&A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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