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유통 트래픽 336억뷰·피해 규모 6조6660억원... 합법시장 10배 달해

‘밤토끼’ 폐쇄에도 불법 공유 사이트·수법 다양해져... 해외불법 번역도 기승

네이버, ‘툰레이더’ 등 AI기술 마련·카카오,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TF’ 가동

“정부의 불법유통 상시 대응 방안 마련과 소비자 인식 개선도 선행돼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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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문정 기자] ‘유미의 세포들’과 ‘사내맞선’ 등 웹툰 및 웹소설 지식재산권(IP)를 가공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불법웹툰 유포 문제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대형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 등이 폐쇄됐음에도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불법웹툰 공유 사이트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2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불법 유통으로 인한 잠재 피해 규모는 합법 시장의 10배가 넘는 약 6조6660억원 규모다. 데이터 전문업체 코니스트는 지난 2020년 기준 웹툰 불법복제 트래픽은 336억뷰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불법 공유 사례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한 사이트는 여행 정보 공유사이트로 위장했다. 겉보기에는 해당 지역의 맛집이나 여행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보이지만, ‘등업’(등급 업그레이드)를 통해 게시판 접근 권한을 획득하면, 타 이용자가 업로드한 ‘텍본’ (웹 소설 콘텐츠를 무단으로 텍스트뷰어 파일 등으로 가공한 것)을 공유 받을 수 있다.

한 웹소설 불법 공유 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 각종 인기 웹소설 작품들의 제목이 조각난 채 검색되고 있다. 사진. 사이트 갈무리
한 웹소설 불법 공유 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 각종 인기 웹소설 작품들의 제목이 조각난 채 검색되고 있다. 사진. 사이트 갈무리

실제 이 사이트의 검색 기록 상위권을 차지한 작품을 살펴보면, ‘화산귀환’(네이버시리즈), ‘전지적 독자 시점’(문피아, 네이버시리즈), ‘나 혼자만 레벨업’(카카오페이지), ‘상태창 빨로 천재 재벌’(카카오페이지) 등의 인기 웹소설 제목이 조각조각 올라있다. 작품명을 그대로 올릴 경우, 검색을 통한 추적이 쉬워지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불법 웹툰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공유되고 있다. 사진. 트위터 갈무리
한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불법 웹툰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공유되고 있다. 사진.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 익명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법 공유 사이트 링크를 공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은 작가나 웹 콘텐츠 플랫폼이 해당 링크를 추적해 이를 폐쇄하면, 새로운 링크를 통해 다시 불법 공유에 나선다. 아예 대표적인 불법 웹툰 링크 10여개를 다달이 올리는 개인 블로그 등도 발견할 수 있다.

직접 파일을 올리기보다 클라우드를 통한 공유 사례도 있다. 불법 콘텐츠를 네이버, 구글, 드롭박스 등의 개인클라우드에 업로드한 뒤, 이 링크를 타고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공유하는 식이다.

한국 웹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불법 번역 후 토렌트 등의 불법 파일 공유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

한 웹 콘텐츠 창작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전날 유료 분량으로 플랫폼에 업로드된 작품회차가 12시간도 되지 않아 멕시코 번역사이트에 업로드 된 것을 발견한 적 있다”며 “어렵사리 해당 업로더를 찾아 작품을 내릴 것을 요청했더니, 오히려 ‘내가 당신 작품을 번역해 현지에서 인기를 올리고 있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웹 콘텐츠 불법 유통 시장은 시장의 성장에 비례해 나날이 몸집을 키워가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웹툰 플랫폼 8개사가 모여 ‘웹툰 불법 유통 대응 협의체’를 꾸리며 집단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웹 콘텐츠 업계 양강인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불법 웹 콘텐츠 유통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네이버 웹툰의 불법웹툰 신고 채널. 사진. 네이버 웹툰 페이지 캡쳐
네이버 웹툰의 불법웹툰 신고 채널. 사진. 네이버 웹툰 페이지 캡쳐

네이버웹툰은 지난 웹툰에 심긴 사용자 식별 정보를 읽어 불법 이용자를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인 ‘툰레이더’를 중심으로 국내외 불법 콘텐츠 유통 추적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를 활용해 대형 불법 콘텐츠 유통 플랫폼 ‘밤토끼’, ‘먹투맨’, ‘어른아이닷컴’, ‘호두코믹스’ 등을 검거했다. 지난 5월에는 해외 시장 불법 유통 단속에도 툰레이더를 활용해 불법 유통 유료 작품 숫자를 연초 대비 약 30% 줄이는 성과도 있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툰레이더는 불법 유출자를 적발하고 재접근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100개 이상의 불법 웹툰사이트를 감시하며 불법 유출자 적발 및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또한 지속적으로 툰레이더를 고도화해 불법 콘텐츠 유통에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네이버웹툰AI 조직은 △유해 콘텐츠 스크리닝 기술 ‘툰 세이퍼’ △텍스트 속 유해 문장을 스크리닝하는 ‘디톡스’ △웹툰 전용 편집 툴 ‘웹툰 크리에이티브 에디터’ 등의 기술을 연구하며 빠른 시일 내 상용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주요 성과.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주요 성과.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영어권, 중화권, 인도네시아권 등에 전담인력을 마련했다. TF는 불법 번역 게시물 삭제요청과 유포 현황 모니터링을 진행해왔다.

지난 5개월 동안의 웹툰 불법 유통 대응 성과와 향후 대응 계획을 담은 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영어권과 중화권, 인도네시아권 등에 마련한 전담인력을 통해 올해 4월까지 5개월간 불법 유통 웹툰 224만7664건을 차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창작자 피해 예방 금액은 2646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구글, 얀덱스, 빙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불법 콘텐츠 공유 키워드 2000여건을 검색 차단 조치했으며, 소셜미디어 내 번역그룹과 서버를 신고해 사이트를 폐쇄한 성과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이와 같은 성과와 함께 추가 개선 방향을 담은 백서를 약 60페이지로 정리해 발간했다. 백서를 바탕으로 △저작권해외진흥협회 △웹툰산업협회 △수사 기관 및 행정 기관과 협력해 국내외 불법 유통 웹툰을 근절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회사는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불법유통 근절에 앞장서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담은 백서를 발간하는 등 플랫폼으로서 창작자 보호를 위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향후 모니터링 언어를 늘리며, 글로벌로 진출하고 있는 웹 콘텐츠 저작권과 창작자를 보호해나갈 것”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한 웹 콘텐츠 시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치권의 개입과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 불법공유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불법 웹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아닌 사이버 범죄로 봐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유관기관은 단순 일회성 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통상 웹 콘텐츠가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연재되다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웹툰·웹소설=무료’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웹 콘텐츠가 창작자의 정당한 저작물임을 인식할 수 있는 다양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준비·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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