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수소 포함 CF100, RE100 대안으로 부상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신한울 3·4호기 전경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새울본부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정부가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를 공식화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포함한 CF100(무탄소 에너지 100%)이 RE100(재생에너지 100%)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원자력과 수소를 친환경으로 분류하는 CF100 이니셔티브가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대표 화학기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원전 확대 기조가 뚜렷한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을 고려하면 CF100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 이상 끌어올린다는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의결했다. 

전 정부에서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도 다시 건립에 들어간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부상한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기 위해 원전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로 RE100에 가입해 재생에너지 공급이 절실한 기업들은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에 새로운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에 원자력과 수소를 포함한 무탄소(Carbon-Free) 전력원으로 사용 전력 모두를 공급하는 CF100이 눈길을 끌고 있다. CF100은 구글과 국제연합 유엔 에너지, 유엔 산하 지속가능에너지 기구(SE4ALL)가 만든 캠페인이다.

CF100을  발족한 구글은 2017년 RE100을 달성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등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국가와 특정 시간대 재생에너지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서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 받기 위해 2018년부터 CF100을 추진하고 있다. CF100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RE100 보완재 역할을 하는 셈이다.

CF100은 탄소중립에 지향점을 둔 RE100과 목표는 같다. 하지만 실제로 무탄소 전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례로 RE100 추진 기업은 석탄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녹색 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 받을 수 있다. 

반면 CF100의 경우 무탄소 전원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사용해야 한다.  실제 구글은 지난해 사용한 에너지의 66%를 무탄소 전력원을 통해 공급 받았다.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현재 21곳이다. 일본, 영국,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적어 가입이 더디다. 국내에서 CF100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CF100 써밋클럽 발족 국내 최초 파트너사 등장

국내에서도 CF100 활성화를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CF&RE100 써밋 클럽'이 창립총회를 가졌다. 써밋 클럽은 '탄소중립 2050'을 달성하기 위해 산업, 연구, 학계, 정부와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업종을 융합한 신산업의 확산을 도모하고, 국내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기 위해 조성됐다. 

지난 5월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CF&RE100 써밋 클럽 창립 총회 및 기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CF&RE100 써밋 클럽

써밋 클럽은 이달 안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단체설립 인가를 받고 사단법인으로서 법적 지위를 확보한다. 정현교 써밋 클럽 초대 회장은 "RE100을 어떻게 적용하고 추진해 나가는지에 따라 국내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탄소 저감 인증서 발급과 CF100·RE100 관련 규격화·표준화 등을 관련 연구 활동을 활발하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IT 플랫폼 기업 엔라이튼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CF100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CF100 은 재생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모니터링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한 기업을 파트너사로 선정하고 있다. 엔라이튼은 빅데이터 기반 전력수요 예측 솔루션(EiMS)과 국내 발전소를 모니터링하는 플랫폼을 보유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라이튼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CF100 파트너사의 주된 역할은 REC 등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여러 방식 중 각 기업에 적합한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와 업계에서도 국내에서 무조건 재생에너지 100% 전환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CF100과 병행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하겠다는 목표는 실질적으로 부담이 크고 불가능하다”며 “원자력을 포함한 CF100으로 돌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석화업계 ESG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CF100과 RE100은 양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보완재에 가깝다”며 “궁극적으로 24시간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하는 CF100으로 가는 방향은 맞으나, 우선 구글처럼 최대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급하고 현실적으로 공급이 어려울 경우 CF100을 추진하는 것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도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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