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 중립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관련 사업도 빠르게 팽창

자동차, 이동수단에서 전자기기로 변모…AI·5G·IoT 등 첨단 기술 필요

6년 뒤 800조 이상 규모로…기술력 보유한 삼성·LG, 공격적 사업 추진

LG전자가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LG그나마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동력구동장치 이미지. 사진. LG전자
LG전자가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LG그나마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동력구동장치 이미지. 사진. LG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생활가전, TV, 디스플레이 등에서 자웅을 겨뤄왔던 두 회사는 전장 관련 사업을 강화 중이다. 

당초 두 회사가 전장사업에서 맞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자동차의 개념이 이동수단에서 거대한 전자제품으로 변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두 회사를 총괄하는 총수들은 전장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6년 하만을 인수한 데 이어 2018년 미래 유망사업에 전장을 포함시키며 육성에 나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취임 직후 ZKW를 전격 인수하며 전장사업을 본격화 했다. 

두 회사의 경쟁은 LG전자가 판정승을 거두는 듯 보였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 전장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한 반면, LG전자가 다각적 협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워서다. 

최근 전장 시장을 둘러싼 두 회사의 경쟁은 2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차량용 반도체를 겨냥해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제품군을 강화하는 동시에 조명,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접점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LG전자는 전장사업에 이어 새 포트폴리오를 추가했다. 전기차 충전기다. LG전자는 지난 26일 GS에너지·GS네오텍과 함께 국내 유망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인 애플망고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가 지분 60%를 확보하고, GS에너지와 GS네오텍이 각각 34%와 6%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애플망고는 LG전자 자회사로 편입된다. 

애플망고는 완속 충전기부터 급속 충전기까지 가정·상업용 공간에 설치되는 전기차 충전기 원천 기술을 보유했다. 슬림형 급속 충전기 설계에 필요한 독자 기술을 가져 3년이라는 짧은 업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LG전자는 전기차 부품에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그 중 하나가 전기차 충전이다. 지난 2018년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에서 전기차 충전 솔루션 선행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2020년 GS칼텍스의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허브에 전기차 충전 통합 관리 솔루션을 공급한 뒤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담당하는 BS 사업본부에서 사업화를 검토해왔다. 

이번 인수로 LG전자는 충전기 개발 역량을 내재화하고, 안정적인 공급처까지 확보하면서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충전 관제 기술을 확보해 둔 만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친환경차 수요 확대로 급성장 중인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전 세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2023년 550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32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수·방진 등 함체 기술, 사용자 친화 UI·UX, 실시간 모니터링 및 콘텐츠 관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에너지 솔루션 등 전력관리·방열기술을 갖춘 점을 고려하면 단 시간 내 연착륙도 가능하리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G전자는 부품 공급사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야심을 드러내왔다. 전문기업과 합작사를 세워 주요 기술을 내재화하고 이를 검증할 시험기관까지 설립했다. 연구개발부터 운영까지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완성차업체에 핵심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전기차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다음 타깃으로 꼽히는 분야는 차량용 반도체다. 지난달 독일 시험·인증 전문기관 TUV 라인란드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차량에 탑재되는 전기·전자 장치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한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표준규격이다. 전자제어장치(ECU),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같은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한 셈이다. 

LG전자는 당시 자동차안전무결성수준(ASIL)에서 D등급 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ASIL은 사고의 심각도, 발생빈도, 제어가능성 등에 따라 최저 A등급에서 최고 D등급까지 4단계로 분류된다. D등급은 1억 시간 동안 사용했을 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장이 1회 이하로 관리하는 가장 엄격한 등급이다. 완성차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CES 2022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AR 기반의 미래 차량 운전 경험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CES 2022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AR 기반의 미래 차량 운전 경험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LG전자가 내재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삼성전자는 동반 상승을 노리고 있다. 좁게는 사업부, 넓게는 계열사 간 윈-윈을 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장사업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그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차 업계의 급변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꼈다”면서 전장사업을 다각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고성능 SSD와 그래픽D램 등 첨단 차량용 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했다. 2017년 업계 최초 차량용 UFS를 선보인 데 이어 서버급에 탑재되는 고성능 SSD와 그래픽 D램을 차량용으로 확대했다. 2030년 1100억달러로 성장할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묘책이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차량용 발광다이오드(LED)다. 국제광융합 O2O 엑스포에서 차량용 픽셀 LED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픽셀 LED은 발광소자 최소 단위인 세그먼트를 하나의 LED로 모으되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대폭 줄였다. 지능형 헤드램프용 LED 모듈을 16분의 1까지 축소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픽셀 LED는 반도체와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반도체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픽셀 LED가 전장사업보다는 반도체 사업 경쟁력과 연관됐다는 설명이다. 

전장용 LED 시장만 놓고 보면 크지 않다. 2026년에나 29억6000만달러로 성장한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LED 사업을 크게 힘주는 분위기는 아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에 별도의 사업부로 운영됐다가 팀으로 격하됐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전장사업 동반 상승 효과를 위해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전자 계열사들은 현재 전장 사업 속도를 올리고 있다. 가장 활발한 곳은 삼성전기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을 가속화 중이다.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까닭에 전장용 MLCC는 높은 기술 신뢰도가 요구되고 그만큼 수익성도 높은 고부가 제품이다. MLCC 테크데이 행사까지 열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특히 자동차의 전장화로 탑재되는 고성능 반도체와 부품 수가 증가하면서 더 작고 성능이 좋은 MLCC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의 효율적인 연료 소비와 모터 제어를 위한 각종 센서, 전자제어장치(ECU) 탑재로 차량에 들어가는 전장용 MLCC 수가 늘어나는 중이다. 전장용 MLCC 시장은 연간 9%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지난 4월 사용환경 150℃를 보증하는 전장용 MLCC 13종을 개발했다. 전기차 엔진, 모터 등에 탑재되는 제품으로 이미 거래처까지 확보했다. 최근에는 카메라모듈, 반도체 패키지기판 등에서도 전장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사업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삼성SDI는 천안공장에 전기차 배터리 시험생산 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잘 휘지 않는 리지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전장사업에 노크 중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현대차의 아이로닉5 전자식 사이드미러용 디스플레이로 탑재됐다.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자동차용 무선통신 기술)·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솔루션 고도화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 하만은 지난 2월 아포스테라를 인수했다. 아포스테라의 증강현실(AR) 솔루션은 AR과 영상처리, 센서 기술들을 종합해 내비게이션이나 전면 디스플레이에 관련 정보와 이미지를 띄워준다.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운전 공간) 편의성을 강화해 차량 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디지털 콕핏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하만의 아포스테라 인수는 사업 본격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장사업은 전자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 이동통신(5G)·자율주행 등 관련 기술을 확보해둔 터라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가전, TV 등 기존 사업은 극적인 성장을 기대키 어려운 상황, 반면 전장사업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는 분야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세계 각 국의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면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장 시장의 규모는 2024년 40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4년 뒤인 2028년에는 7000억달러를 넘어선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새 먹거리에 목마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장에 눈을 돌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내재화를 추구하는 LG전자와 계열사 간 시너지를 꾀하는 삼성전자 중에 더 효과적인 방식이 어느 쪽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단, 활로 개척과 지배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포트폴리오가 겹쳐질 수밖에 없고 진검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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