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오는 17일 확대경영회의 개최…직접 주재

딥 체인지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위한 화두 제시

올해는 ESG 집중 전망…탄소 중립 중점적으로 다룰 듯

24일 서울시 중구 소재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24일 서울시 중구 소재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우리가 키워가야 할 기업 가치는 단순히 재무성과·배당정책 등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지속가능성·ESG·고객신뢰와 같은 사회적 가치, 지적재산권·일하는 문화와 같은 유·무형자산을 모두 포괄하는 토털 밸류(Total Value)다.”

‘근본적 혁신(딥 체인지)’을 바탕으로 SK의 체질 개선을 꾀해왔던 최태원 회장이 하반기 경영 전략 구상에 들어간다.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며 여타 그룹들과는 차별화된 방향성을 제시해왔던 만큼, 최 회장이 내놓을 방책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17일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한다. 확대경영회의는 매년 6월 열리는 전략회의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국내외 상황에 따른 경영 현안을 점검하고 세부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다. 재계에서는 반도체(Chip),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BBC와 같은 신성장산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 간 247조를 투자하기로 한 점을 들어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 계획을 점검하는 전략회의의 경우, 수치를 바탕으로 경영 실적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실행전략이 논의된다. 최근 전략회의를 진행 중이거나 앞둔 그룹들은 환율·금리·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3중고 시대를 맞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묘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LG그룹은 중장기 목표에 초점을 맞춰 전자·전기차 배터리·통신 등 그룹의 주춧돌 역할을 해 온 계열사 핵심사업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한 심층 점검이 진행 중이다. 삼성과 현대차 역시 조만간 전략회의를 통해 공급망 점검과 해외 선진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투자 계획을 논의한다. 

SK의 확대경영회의 또한 중요한 경영 일정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오는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위원회의 공동위원장까지 맡아 빡빡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시간을 쪼개 최 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의미가 남다른 행사다. 

SK의 확대경영회의는 일반적인 전략회의와 성격이 상이하다. SK그룹은 방법론보단 담론에 집중해왔다. 딥 체인지, 공유 인프라와 사회적 가치, 사회적 가치 극대화와 일하는 방식의 혁신, 구성원의 행복 등 화두를 던지는 쪽에 가까웠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2020년과 202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처음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꺼내든 데 이어 이듬해에는 탄소 중립(넷제로)과 연계해 ‘싱크로나이즈(동기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올해 역시 SK의 확대경영회의는 경영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을 주제들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SK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6월 넷째주에 열렸지만 올해는 최 회장의 출국 일정 등을 고려해 조정됐다”며 “매년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세부적인 논의가 이뤄지는데 큰 틀에서 보자면 ‘딥 체인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올해도 어떤 사업에도 적용 가능한, 실질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딥 체인지에 집중하는 까닭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첩경’이라서다. 그는 매출과 같은 재무적 성과가 뛰어나거나 고용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미래 세대를 설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영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머지않아 생산활동인구의 부양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기업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내부 구성원과 투자자, 주주, 시장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한 이유 역시 딥 체인지와 무관치 않다. 최 회장은 그룹의 성장엔진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선 시대의 변화에 조응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급망 교란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러시아 등 일부 시장 폐쇄와 같은 경영 변수가 돌발적으로 발생한다 해도 이해관계자의 지지가 뒷받침되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문법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사업을 살피고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회의에서 최 회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계열사 사업 재편을 중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근래 관심을 부쩍 보이고 있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과 연계해 ESG 경영을 체질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SK그룹은 앞으로 5년 간 67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ESG 경영에 구체화하는 데 매진할 방침이다. 

현재 ESG 경영은 다소 아쉬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SK그룹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전년 대비 60% 늘어난 1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용과 납세 등 간접적 경제 기여 성과와 ESG 성과를 합한 것이다. 반면 환경적 가치는 마이너스(-) 2조8920억원으로 집계돼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ESG 투자 속도와 방향을 면밀하게 들여다 볼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계열사들은 ESG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중심인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환경 분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0’으로 만들기 위해 친환경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SK㈜와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생태계를 구축해 탈탄소 전환을 서두른다. 수소사업을 이끄는 SK E&S는 청록수소 등 활용도가 높은 영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C는 필름사업을 매각해 2차전지 핵심소재와 반도체 패키징 차세대 소재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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