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사)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대표

 민경보 논설위원
 민경보 논설위원

동네에 있는 건널목 신호등은 어른·아이 가릴 것 없이 잘 지키지 않는다. 봄날에 피는 꽃도 질서를 잊어버린 듯하다. 산수유, 개나리, 목련, 벚꽃, 철쭉 순서로 피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다. 날수를 세지 않고 하루이틀 상간에 피어대니 거의 한꺼번에 피는 것 같아서 어지럽다.

꽃이 먼저 나오고 잎이 나오던 벚나무·철쭉도,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잎과 꽃이 함께 나오거나 아예 잎부터 나오고 꽃이 핀다. 그러다 보니 예년보다 덜 예쁘게 보인다. 지난 2일 덕유산 정상은 상고대(나무서리)가 장관이었다고 한다. 더욱이 강원 산간에서는 함박눈까지 내렸다는 기상보도다.

농촌진흥청은 ‘온난화로 미래과일 재배지도가 바뀐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4월 13일). 자료를 낸 부서도 ‘온난화대응 농업연구소’이다. IPCC가 2020년에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를 반영한 우리나라 6대 과일(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자료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 적용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기후변화에 따른 사과의 미래 재배지 변동 예측 결과

향후(2030년) 사과와 배의 재배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나 가능하고, 복숭아나 포도도 고품질(맛)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평균기온, 생육기온 등 재배 조건(7℃ 이하에서 1200∼1500시간 이상 경과해야 정상적인 재배가 가능)을 기후변화로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생산수량이 줄고, 품질마저 나빠져 결국엔 재배 가능지역으로 옮겨가게 된다고 한다.

미국에 사는 딸이 제일 먹고 싶어 하는 과일이 배[梨]다. 미국 배와는 생김새도 다르지만 일단 상쾌한 단맛과 풍부한 수량(水量)에서 단연 압권이다. 이런 과일을 어쩌면 북한에서 수입하는 날이 오거나 기억하고 있는 맛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하니 어떻게든 기후변화에 대처해 나가야 하겠다.

근래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문자가 하루에도 열댓 개는 뜬다. 거의 정치 후보자들인데 자기가 가장 잘났다는 내용이다. 황당한 것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곳에서 오는 문자다. 그러고 보니 지방선거일(6월 1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인사들은 제발 정치색은 버리고, 사람 사는 얘기부터 했으면 한다. 그간 우리 지역의 날씨는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특용 작물로는 무엇이 생산되는지, 과일 맛의 변화는 어떤지, 사학(私學) 형편들은 어떤지, 그리고 쓰레기 처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후보자다.

국회의원도 그렇지만 시장, 군수는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우리 지역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이렇게 하면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지 나름의 복안을 가진 후보자들이 나와야 한다. 어릴 때 출향(出鄕)했다가 어찌 출세해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인사가 선거철에 와서야 주소지를 옮기고, 동문회나 문중을 기웃거리는 중앙당에서 내려보낸 사람은 철저히 외면해야 한다. 특히 환경문제는 인접한 도시나 마을과 연대해서 풀어야 하기에 지역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먹고 살아내고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한 지역에서 10년 이상 계속 거주해야 그곳 피선거권을 주는 것을 법으로 묶어 놓았으면 좋겠다.

한때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위원회 홍수를 이룬 적이 있다. 무슨 이슈만 생기면 위원회 만들어서(자리 만들어서) 위화감을 조성했다. 그런데 ‘국가균형발전위원회’라는 곳이 있는데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조직했다. 2050탄소중립, 순환경제 같은 큰 그림을 그리려면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우선 기획 때보다 더 많은 예산이 요구되는 신공항(가덕, 제주 등)이 정말 필요한지 국가 탄소중립 차원에서 재점검해봐야 한다.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나오던 그림 뒤로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는 문구를 기억한다. 그렇게 써놓았던 것은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터인데, 제발 5년 동안 그렇게 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 드린다. 지난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보노라면, 탄소중립을 하나의 독립된 과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아니다. 탄소중립은 모든 과제에 녹아들어야 하고, 정권과는 상관없이 이어져야만 되는 과제다. 4월 초에 공개된 IPCC 제3실무자그룹의 제6차 기후평가보고서는 각종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모든 부문에서 지금 바로 실시하지 않으면 지구환경생태계가 무너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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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Intergovernmental Panel Climate Change)=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SSP5-8.5:(Shared Socioeconomic Pathway, 공통사회 경제경로)=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했을 때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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