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어 태양광 패널 사업도 정리…경영 효율성 제고

비주력 사업 매각하고 성장동력 담금질…실리주의 기조 뚜렷

신사업 진출 본격화…후보군에 블록체인·NFT·디지털 의료 거론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고객이 감동할 사용 경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도 여기에 맞게 혁신해 가야 합니다.”(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신년사에서)

LG전자가 성장 DNA를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자동차 전장과 IT 기술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해 재무구조 개선가 경영 효율성 강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재계에서는 ‘명분보다 실리’를 중요시 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LG전자가 경쟁력이 약화된 사업을 조정하는 작업을 지속하면서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룰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LG전자는 오는 6월30일 자로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업 부진이 계속되면서 그동안 태양광 패널 사업의 방향성을 계속 검토해 왔다”며 “어제 이사회에서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LG전자는 태양광 패널 사업의 운명을 고심해왔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와 판매역량, 고출력, 고효율 제품 개발역량을 통해 고출력 제품 선호도가 높은 선진국과 가정용 시장에 집중해서 판매 기회를 확대하고 원가 및 출력 향상을 통해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사업 부진이 계속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태양광 패널 사업은 새로운 기회를 기대해볼만한 요소들이 있었다. 환경·사화·지배구조(ESG) 경영이 부각되고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각 국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내걸면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LG전자는 ‘팔수록 남는 게 적은’ 상황이 계속됐다. 중국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춘 게 문제였다. 탄탄한 내수 시장에 정부 보조금까지 받는 이들 업체들은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 이미 시장 가격은 중국업체들에 맞춰 형성됐다. 

LG전자로선 마진을 포기하고 중국업체들 수준으로 가격을 맞추는 것과 아예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이 필요했다. 결국 N타입, 양면형 등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사업을 재편해 수익성을 늘리는 방향을 택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핵심 원자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 외 반도체 웨이퍼에도 쓰인다. 태양광 발전 수요가 증가한데다, 웨이퍼업체들의 증설 경쟁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2020년 ㎏당 7달러대였던 폴리실리콘은 37달러까지 올랐다. 현재도 ㎏당 33달러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많이 팔아 마진을 늘리려 해도 생산량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LG전자 태양광 패널 생산능력은 2019년 2285MW에서 2020년 2154MW, 지난해 3분기 734MW으로 줄었다. 공장 가동률(87%)을 고려하면 실제 생산량은 더 적다. 2019년 1854MW에서 2020년 1277MW, 지난해 3분기에는 640MW로 급감했다. 

이에 LG전자 태양광 패널 사업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었다. 2019년 1.6%였던 점유율은 이듬해 1.0%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 2019년 1조1000억원 대의 매출은 2020년 8000억원대로 하락했다. 심지어 지난해 3·4분기에는 2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냈다. 

태양광 패널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가량, 현재는 감당할만한 수준의 부담이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경영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으니, 차라리 태양광 사업을 정리해 장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자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태양광 패널 사업에 진출한 지 12년 밖에 되지 않은 점도 빠른 결단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일 영상을 통해 신년 경영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 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신년 경영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 LG.

일각에서는 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적자가 지속된 사업을 과감하게 수술했다. 2018년 11월 LG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을 분할·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LG이노텍의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사업,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 등이 정리됐다. 

수익성과 성장 잠재력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실리주의 전략은 성장 가능성을 기대했던 사업이라도 예외가 없었다. 차세대 동력으로 키우려던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와 수처리 관련 자회사인 하이엔텍, 환경시설 설계·시공회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도 청산 수순을 밟았다. 

특히 구 회장은 핵심사업의 경우, 더욱 독하게 결단했다. 지난해 정리한 스마트폰 사업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2%대의 낮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못했다. 사업을 종료할 때까지 MC 사업본부는 25분기 내리 선실을 내면서 누적 적자만 5조원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선대 회장이 애정을 쏟은 사업이라 선뜻 손대지 못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구 회장은 LG 성장 동력을 담금질하는 데 집중했다. ‘싹이 보이는’ 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전략적 투자를 늘린 것이다. 전장사업이 대표적이다. 전장사업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 이동통신(5G)·자율주행 등과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구 회장은 LG전자를 중심에 두고 사업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2018년 1조400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전문기업 ZKW를 인수했다. 이듬해 VS사업본부 내 차량용 램프 사업을 ZKW로 이관·통합해 사업 효율화를 꾀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와 합작법인 알루토를,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각각 설립했다. 전기차 동력구동장치(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조명(ZKW), 인포테인먼트·소프트웨어(VS사업본부)의 3대 축에 계열사들과의 협력까지 더해지면서 전장사업은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한편, 적자사업을 모두 정리하면서 LG전자의 수익성을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데일리임팩트에 “설비투자가 최근 이뤄지지 않았던 데다, ‘마진을 못 남기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태양광 패널 설비 매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며 “다만 체질 개선 효과에 미래 준비가 더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LG전자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전자가 신사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도 여기(고객이 감동할 사용 경험을 만드는 것)에 맞게 혁신해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LG전자도 새 먹거리를 찾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전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내벤처, 사내회사(CIC) 등을 통해 신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인수합병(M&A), 전략적 협력 등으로 사업 역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특히 대체 불가 토큰(NFT) 사업이 신사업 후보로 꼽힌다. 가정용 의료기기와 원격 의료 솔루션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도 새 먹거리 중 하나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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