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퀀텀 네트워크 합류…응용프로그램 개발

AI·IoT·커넥티드카·로봇 등 신수종 사업 ‘가속화’

LG전자 여의도 사옥 사진. LG전자
LG전자 여의도 사옥 사진. LG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LG전자가 IBM과 함께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을 본격화 한다. 양자컴퓨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에 탑재되는 솔루션을 내놓을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강화해 핵심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10일 LG전자는 IBM이 기업, 연구소, 학술기관 등 170여 회원사들과 함께 양자컴퓨팅 발전을 위해 결성한 협력체인 IBM 퀀텀 네트워크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IBM 퀀텀 네트워크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응용·상용화 하기 위해 회원사 간 다양한 협력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다임러,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엑센츄어, 옥스퍼드대학 등이 이미 합류했다. IBM 퀀텀 네트워크에 참여하면, IBM이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는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비롯해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도구인 퀴스킷 등을 이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IBM으로부터 양자컴퓨팅 기술에 관한 교육을 지원받고 IBM이 진행하는 컨퍼런스, 포럼 등에 참여해 양자컴퓨팅 관련 역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IBM의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한 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AI, 커넥티드카, 빅데이터, 디지털 전환(DT), IoT, 로봇 등 차세대 성장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IBM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양자컴퓨팅 응용 프로그램 개발 속도를 올릴 수 있어 개방형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면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선 데에는 디지털 기술력에 기업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판단해서다. 특허청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시장은 2030년 107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양자정보기술(136조원)의 79%를 차지하는 시장이지만, 독점적 지위를 가진 업체가 없다. 블루오션인 셈이다. 

게다가 양자컴퓨터는 AI, 기상 예측, 자율주행, 신약 개발, 질병 진단, 물류 최적화, 금융 투자, 암호해독, 가상현실(VR) 등 기술 활용도가 매우 넓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사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지시하면서 첨단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 2020년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양자컴퓨팅 회사 시큐시에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LG전자도 그룹의 디지털 혁신 선봉장을 맡아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AI와 로봇,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는 물론, 외부 전문가까지 초빙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래기술 협의체인 이노베이션 카운실 논의 주제에 디지털 헬스케어, 사이버보안, 차세대 컴퓨팅을 추가하고 IBM 왓슨AI연구소의 데이비드 콕스 소장, 로버스트AI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로드니 브룩스,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아이온큐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 등을 섭외했다. 이에 앞서 네덜란드 양자컴퓨팅 개발업체인 큐앤코와도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을 위한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협약을 맺었다. 

한편, 양자컴퓨터는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의 최소 정보 단위는 비트(bit)로, 0과 1로 정보를 표시한다. 가령 2비트면 00, 10처럼 정보를 나타낼 수 있다. 다만 계산이 복잡해지면, 슈퍼컴퓨터라 하더라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도출하기 위해 연산을 반복해야 했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물질의 최소단위인 양자가 갖는 물리적 특징인 중첩, 얽힘, 불확정성 등을 활용한다. 0과 1이 여러개 조합된 비트를 큐비트(Qubit) 단위로 연산할 수 있다. 2비트는 4배, 3큐비트는 8배, 4큐비트는 16배, 5큐비트는 32배처럼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연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보다 1000만 배 이상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슈퍼컴퓨터로 수십 만년 이상 걸리는 계산도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경우, 몇 초 만에 가능해지는 셈이다.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해 컴퓨터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는 만큼, 양자컴퓨터는 기술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체임저로 손꼽힌다. 양자컴퓨터 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은 미래 기술 주도권 선점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세계 각 국과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2018년 말 관련법을 제정하고 백악관 직속 국가양자조정실(NQCO)를 설치해 향후 4년간 총 12억달러(약 1조44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2020년 시진핑 주석이 양자컴퓨터 기술의 주도권 선점을 지시한 뒤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지난해 4600㎞ 거리의 양자 암호통신망을 공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도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연구 속도를 올리고 있다. 

IBM, 인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IT 기업들 역시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IBM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다. 2019년 27큐비트 팔콘, 2020년 65큐비트 허밍버드, 2021년 127큐비트 이글을 내놓으며 매년 큐비트 수를 늘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구글도 2019년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칩인 시커모어를 선보인 뒤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65개 산·학·연 소속 전문가 162명이 참여하는 미래 양자융합포럼을 창립하고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포럼에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비롯해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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