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1층을 와인 콘텐츠로 가득 채워…매우 이례적

전 업종에서 체험 서비스 강화…..다양한 경험 주는데 초점

핵심 소비자 공략· 매출 확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은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메가스토어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1층 와인숍 전경. 사진.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은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메가스토어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1층 와인숍 전경. 사진. 롯데하이마트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최근 와인에 빠진 이수진씨(32). 이씨는 직장 근처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을 종종 찾는다. 올 봄 와인셀러를 구입하기 위해 들렀다가 같은 층에서 와인숍을 발견하고는 너무 반가웠기 때문이다. 이씨는 “예전에는 백화점이나 전문와인숍에 주로 갔었는데, 퇴근하고 가면 느긋하게 둘러보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롯데하이마트에 오니 와인 종류도 꽤 다양해 만족스러우며, 관심 가는 다른 가전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귀띔했다.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은 최근 가전양판점 최초로 와인숍을 열었다. 가전양판점 1층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주변 기기를 파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롯데하이마트는 과감하게 체험형 공간으로 바꿨다. LG‧밀레‧유로까브 등 여러 브랜드의 와인셀러를 판매하는 전문점과 프리미엄 오디오 매장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와인숍이다. 셀러를 팔기 위한 구색 맞추기 매장이 아니다. 99㎡(약 30평) 규모에 가성비 와인부터 330만원에 달하는 샤또마고 82빈티지 등 고가 와인까지 570여가지 와인을 두루 갖췄다. 

한 곳에서 와인 관련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와인은 분위기를 마신다고 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면서 "와인족 중에서 오디오에 관심 있는 사람이 꽤 있는데, 여러 매장을 가지 않고도 와인셀러나 오디오 제품을 체험할 수 있어 산책 삼아 들른다”고 말했다.  

1층은 매장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일반 가전양판점과 달리 와인 관련 콘텐츠로 채운 이유는 와인족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주류 수입액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전년 대비 27.3% 늘어난 3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년 간 7300만병(750㎖), 하루에 약 20만병꼴로 와인이 국내로 들어온 셈이다. 같은 기간 맥주수입액이 19.2%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흥업소에 대한 영업 제한이 이어지면서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홈술족이 늘어난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국내 주류업계 1·2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상반기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78%, 54%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 역시 인근에 와인 전문매장이 여러 곳 있다. 와인 소비가 활발한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에 와인을 비롯해 지역 상권 특성에 맞춰 젊은 층을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결과, 매출이 껑충 뛰었다고 한다. 체험형 매장으로 새단장한 직후 불과 3일 간 100억원의 매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같은 기간 롯데하이마트 전국 450여개점이 올린 매출의 약 20%에 해당된다. 

롯데하이마트는 압구정점 외에도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른바 메가스토어 전략이다. 특히 1652m² 이상의 매장은 캠핑존·게임존(잠실점), 1인 미디어존(울산점), 셀프 빨래방·펫스파룸(수원점) 등 지역적 특성과 소비자의 생활방식을 고려한 킬러콘텐츠 중심으로 전면 개편했다. 이들 매장은 실적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잠실점은 1년 동안 매출액이 30% 늘었고, 발산점(150%), 울산점(70%), 안산선부점(70%), 상남점(200%) 등 메가스토어 매장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롯데하이마트 뿐 아니라 다른 유통업체들도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서울 시내 백화점 중 최대 규모의 더현대서울을 출점했고, 롯데백화점 역시 7년 만에 동탄점을 비롯해 프리미엄아울렛인 타임빌라스 등을 경기 남부권에 잇따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대전에 아트앤사이언스를 냈고, 강남점·경기점 등을 새로 단장했다. 이들 매장은 약속이나 한 듯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호텔·영화관과 같은 매장을 모으거나 휴식공간을 늘려 소비자가 매장에서 여러 경험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진행 중인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 展.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예술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사진. 현대차.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진행 중인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 展.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예술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사진. 현대차. 

체험형 콘텐츠 강화 효과는 실적으로도 입증됐다. 실제 현대백화점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9.6% 증가한 557억원을 달성했는데, 더현대서울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 되면서 시장의 무게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자연스레 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체험형 매장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오프라인 매장 특유의 새로운 가치에 눈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온라인 시장이 무한확장 되면서 오픈마켓, 전문몰 등 각종 플랫폼도 크게 늘어났다. 이용자 수와 범위가 광범위해진 만큼,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존 산업계에서는 플랫폼기업만큼 효과적인 온라인 전략을 짜기 어렵다. 그렇다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오프라인 비중을 급작스레 낮출 수도 없다. 

몇몇 업종에서는 오프라인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기도 한다. 고가의 가전·가구·자동차 등은 소비자들이 실물을 직접 보고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오프라인 매장 등 접점을 늘릴수록 소비자를 공략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초대형TV나 인테리어 효과를 줄 수 있는 생활가전 등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늘었는데,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가격이 높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장단점을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고, 대면상담을 통해 추가 할인이나 사은품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갤러리아 광교에 운영중인 체험형 매장도 눈길을 끈다. 6~8층에 걸쳐 1450㎡ 규모로 조성된 이 매장은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이같은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해당 매장은 삼성전자 전국 매장 중 매출 1위다. 

패션플랫폼들이 온·오프라인 결합 서비스(O2O)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가상체험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의 폭을 넓히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에서는 상표의 QR코드를 찍으면 온라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 모바일앱은 가상으로 착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안경·귀걸이·목걸이·반지·시계 등 패션잡화 중에서 구매할 상품을 선택한 뒤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을 비추면 착용 모습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론칭 1년여만에 이용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오프라인의 매력은 제품에 대한 체험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도 매우 유리하다.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힘든 브랜드 가치나 비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은 LG전자의 핵심 가치를 알리는 전진기지다. 전시회와 패션쇼, 온라인 요리강좌와 같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연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생활양식을 바꾸는 프리미엄 가전이라는 가치를 체감할 수 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역시 현대차의 미래 구상을 구현한 공간이다. 자동차와 예술이 하나되는 도심 속 공간을 콘셉트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이곳에서는 콘셉트카, 아트 콜라보레이션 차, 로보틱스처럼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과 연관성이 깊은 전시가 열린다. 현대차는 전통적인 내연기관차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특히 ‘상상과 현실의 경계선을 없애고 기술을 통해 가능성을 확대한다는 현대차의 전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마케팅업계에서는 오프라인 강화 전략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MZ세대의 수는 1900만명, 국내 인구의 35%가 넘는다. 경제활동인구에서의 비중 또한 45%에 달한다. 이들이 소비를 결정하는 기준은 바로 체험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전국 만 15세~3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50.4%가 ‘독특한 체험이나 경험을 위해서라면 시간과 돈을 투자하겠다’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마케팅분야의 한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MZ세대는 상당히 실용적이어서 소장가치가 있는지, 나에게 의미있는 경험인지를 판단해 지갑을 연다”면서 “MZ세대가 이제 사회 주요 계층으로 자리잡은 만큼, 체험형 마케팅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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