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해피빈 재단서 사내 괴롭힘 폭로... 노조·퇴사자, 현 직원 주장 대립

'수평적 조직' 앞세운 네이버...내부 조직문화·노동 감수성은 '적신호' 주장도

네이버 본사 전경. 제공. 네이버
네이버 본사 전경. 제공. 네이버

 

[데일리임팩트 최문정 기자] 네이버 산하 공익재단 ‘해피빈’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전직 직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한 직원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점화된 사내 괴롭힘 문제에 네이버 내부의 조직문화와 노동 감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지난 2일 사내 게시판에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해피빈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를 위한 근로감독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조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해피빈에서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며 “2015년 이후 총 15명이 회사를 떠났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A실장’의 폭언을 원인으로 꼽았다”고 주장했다. A 실장이 회의 중 소리를 지르며 손찌검을 하거나, 신체·외모를 소재로 한 농담을 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은 직원이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특히 전직 직원들은 A 실장 외에도 현재 해피빈 대표를 맡고 있는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 COO) 역시 가해자로 지목했다. 직원들이 조직관리의 책임이 있는 최 대표에게 A 실장의 괴롭힘을 알렸지만, 최 대표는 오히려 개인 실적을 언급하는 등의 태도로 방관했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최 대표는 지난 5월에도 당시 책임자로 있던 네이버 지도서비스 개발팀 소속의 한 개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바 있다. 당시 네이버는 최 대표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고, 그는 도의상 책임을 지겠다며 본사 직책인 COO를 자진사퇴했다. 그 뒤에도 최 대표는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직위는 그대로 유지해왔다.

가해자로 지목된 A 실장은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사기관을 통해 폭언 및 폭행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를 조속히 밟아 주시길 요청드린다”며 “현재 사실과 다른 보도에 회사 및 개인 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A씨는 이어 “해피빈과 전문기관을 통한 사실 확인과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보도 내용 정정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전·현직 해피빈 직원들 역시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직원들은 메일을 통해 “해피빈 재단 업무 분위기 상 회의 자리에서 폭행, 모욕 등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퇴사한 직원들이 악의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증언했다고 생각한다”, “A 실장은 업무 전문성으로 기부 플랫폼의 영역을 확장하는 성과를 거뒀고, 누구보다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며, 직원들을 배려했던 사람”이라며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첨예하게 엇갈린 양측의 입장에 네이버는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3일 데일리임팩트에 “피해 직원들이 재직하던 당시에 사내 괴롭힘과 관련한 제보가 없었고, 이는 퇴사 면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A 실장과 피해 사실을 말한 다른 직원들과의 입장이 너무나 달라,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공방과 별개로 반복되는 네이버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회사 내부의 조직문화와 노동 감수성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의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전체 네이버 직원(4028명, 임원급 제외) 가운데 설문에 응한 1982명 가운데 52.7%가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변하는 등 직장내 괴롭힘이 이미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한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회사는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 관련 제보를 받는 ‘위드 유’라는 신고 채널과, 그 외 사실을 제보하는 신고채널 등 여러 내부 창구를 마련해놓고 있다”며 “피해자의 신원 역시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이버 노조의 입장은 달랐다. 사내 부조리 신고 창구부터, 신고 이후 절차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분출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회사가 운영하는 공식적인 신고 채널이 있지만, 고용노동부로부터 신고 채널을 통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보호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며 “실제로 직원들이 사내 채널을 통해 신고를 했을 때, 신원이 보장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제대로 분리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직원들의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사내 괴롭힘과 관련한 신고가 접수됐을 때,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과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의 업무상 분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해피빈의 경우, 규모가 굉장히 작은 조직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부에서 피해자가 특정되기 너무나 쉬운 상황”이라며 “이에 공식적인 신고 채널이 있음에도 노조 측에 연락을 넣은 직원들이 많았고, 퇴사 이후에야 제대로 된 폭로가 나올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직급이 없는 ‘수평적인 조직문화’ 뒤에 숨은 네이버의 불통 문화 역시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됐다. 네이버는 수평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반적인 직급 체계를 대신해 사내 직원들이 서로 평등하게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네이버는 ‘책임리더’라고 불리는 비등기 사내이사들이 있다. 이 책임리더는 해당 조직 내에서 연봉, 인센티브, 업무배치 등 인사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님’이라는 호칭을 쓴다고 해서 수평적인 관계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을 괴롭힌 가해자 역시 피해자를 ‘님’이라고 불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건강한 조직문화 조성과 관련해 미흡하다고 지적받은 부분이 있다”며 “하반기에는 이를 최우선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네이버는 △네이버 직원들의 어려움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체계 구축 △리더 채용과 선임 프로세스 점검과 개선 △조직 건강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리더십 교육 등 재발방지 대책 등의 개선책을 예고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가 공유한 바와 같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현재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외부에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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