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미디어SR 전문가 칼럼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이 뜨겁다.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8000만원 이상 치솟았다가 5000만원 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것일까.

가상화폐는 암호화폐로 불리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고 유통된다. 코인이라는 동전 명칭과 화폐라는 호칭으로 불리지만 엄밀하게 볼때 일반적인 화폐와는 구분된다.

코인 한 개당 가치가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상품 성격이 더 강하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대와 30대 투자자가 다른 연령대 보다 더 많다고 한다. 젊은 세대들이 특히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자 2030세대는 극렬한 반발로 가상화폐에 대한 '애착'을 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이외에 이더리움, 도지코인과 같은 알트코인은 2030세대에게 는 하나의 ‘기회’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가상화폐는 디지털 거래수단이어서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는 데다 경제적 계층 사다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부동산은 고도 성장 과정에서 재산 형성과 축적의 주요 수단으로 통했다.  부동산 이후에 주식 시장은 신흥부자가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을 통해 IT 기술 부자가 등장했고 주식은 신흥 부자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는 모두 40대 이상의 선배 세대나 가능했던 재테크 방식이다. 20대와 30대의 후배 세대 입장에서는 아무리 일해도 집 한 칸 장만하기 어렵고 시시각각 변동하는 주식 시장에서 알토란 같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적을 일궈내는 것처럼 요원한 일이었다.

2030세대는 예나 지금이나 주식시장의 큰 손이 아닐뿐더러 수익률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이같은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게 뻔하다.

20대와 30대가 요즘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에 푹 빠져있는 것은 결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들이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빅데이터로 분석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첫 번째 이유는 ‘대박 기대’다. 1970년대 고도 성장 시기를 거치면서 가장 우선적인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 이었다. 부동산은 주거 공간으로서 뿐 아니라 재산 가치로도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데다 서울의 몇몇 지역과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곳에 아파트나 토지를 사둔다면 마치 ‘로또’처럼 대박을 터뜨리는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오죽하면 청와대 고위인사가 부동산 재테크를 한 것이 들통나 낙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을까.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춘 기성세대에게 최우선 재테크 방식이 부동산이었다면 젊은 세대에 ‘대박 기대’를 갖게 하는 수단은 바로 ‘가상화폐’였다. 불과 수백 만원의 종자돈으로 수억원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그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소셜메트릭스인사이트에 ‘비트코인’을 입력해 보았다. 4월 23~29일 언급량은 5만1,000건으로 일상적으로 언급량이 꾸준히 높은 피자 보다도 오히려 더 높다. 가상화폐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구체적 수치이기도 하다.(그림1)

(그림1) 언급량 추이: 비트코인 vs 피자(4월23~29일) 
(그림1) 언급량 추이: 비트코인 vs 피자(4월23~29일) 

가상화폐에 대해 2030세대가 열광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인생 역전’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미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이 나뉘어져 있고, 사회 구조적 불평등이 존재하는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교육에 대한 기회마저 사회적 환경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인생 역전의 기회로 여겨졌던 사법고시는 비싼 수업료를 내야만 변호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로스쿨이라는 구조로 뒤바뀐 지 오래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현실의 높은 벽에 힘들어하고 있다. 이들이 기회가 생긴다면 해외로 이민가기를 원하고, ‘헬조선’이라며 주어진 환경에 힘들어 하는 것은 이제 일상 다반사가 됐다. 경제적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2030세대에게 ‘가상화폐’는 ‘인생 역전’의 계층 사다리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수중에 있는 최소한의 자금으로 투자를 할 수 있고, 블록체인이라는 미래형 기술로 완성된 분야라는 점에서 가상화폐는 청년층에게는 새로운 '경제적 해방구'로 통하기도한다. 빅데이터에서 연관도 분석을 시도해 본 결과 ‘비트코인’과 관련도가 높은 단어들로 ‘20대’, ‘결혼’, ‘재산’, ‘자금’, ‘투자’ 등의 단어가 등장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그림2).

(그림2) 연관어 분석: 비트코인(4월23~29일)
(그림2) 연관어 분석: 비트코인(4월23~29일)

20대의 주요 투자수단으로 인식되는 가상화폐는 재산, 결혼 등 삶의 핵심적인 영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상화폐는 일자리부터 시작해 가정을 꾸리는 일까지 수천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는 청년세대에게 ‘인생 역전’의 희망을 가져다는 주는 에너지원(源)이 되기도 한다.

부모 세대가 자산을 늘리기 위해 부동산과 주식에 공을 들이듯 요즘 젊은 세대에게 가상화폐는 일종의 불가피한 선택이자 '돌파구' 기능도 하는듯 싶다.

빅테이터 상에서 가상화폐에 몰입하는 세 번째 이유는 ‘세대 저항’이다. 기성세대 또는 제도권에 속한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가상화폐의 사기성과 투기성을 지적하며 부정적 여론 조성에 여념이 없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다’고 혹평을 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바 있다. 이같은 입장을 표명한 이후 두 사람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젊은이들의 사퇴 요구에 시달리는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

실제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투자 손실을 많이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빅데이터 감성 분석은 부정적 인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메트릭스인사이트에서 감성 분석을 해보니 부정이 41%로 긍정 25%보다 더 높다(그림3).

감성분석: 가상화폐(4월23~29일)
감성분석: 가상화폐(4월23~29일)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이 더 열광하는 이유는 이른바 ‘세대 저항’이다. 제도권 경제에서 가상화폐를 받아들이지 않고 규제가 강해질수록 빅데이터 상에서는 더 강한 세대 저항이 나타나고 결집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의 급락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위험한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봐야할까. 주식시장 보다 더 유동성이 커지는 가상화폐에 대한 일종의 견제는 아닐까.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결제수단 기능까지 가능한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적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것도 귀기울일만 하다.

세계 유수의 자산 은행이 가상화폐 투자를 결정하고 있는 데다, 캐나다 거래소는ETF(상장지수펀드) 가상화폐 상품까지 내놓고 있는게 현실이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 베이스는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제도권에 당당히 진입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젊은이들이 왜 가상화폐에 열광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30세대와 소통하지 않는다면 ‘대박 기대’, ‘인생 역전’, ‘세대 저항’은 지금보다 더 거세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하면 다가갈 수 있고 소통하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가상화폐는 지금 우리에게 소통(疏通)의 중요성을 새로운 숙제로 던지고 있다. 

 

프로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역임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KBS 등 지상파 방송에서 정치 전망을 하는 '배추도사'로 통하며, 유튜브 전문가로도 활동 중이다.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으로 정치 판세의 핵심을 명쾌하게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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