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 사진. NEW 제공
배우 강동원. 사진. NEW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영화 ‘반도’로 돌아온 강동원은 역시나 걸출한 연기로 또 하나의 인생작을 남겼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가가 위축된 가운데 ‘반도’가 거두고 있는 성과는 눈부시다. 그 중심에서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그의 존재감은 작품에 몰입감과 흡입력을 더하는 포인트다. 지금을 두고 “연기 인생 2막을 열어가는 시기”라고 자평한 강동원을 만나 ‘반도’와 연기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반도’가 침체된 영화관을 되살리는 데에 큰 공을 세우고 있는데...
강동원:
극장이 활력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 뿐이에요. 외국에서는 ‘반도’의 개봉으로 극장 영업을 재개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다시금 극장이 잘 운영되고 관객 분들도 안전하게 영화를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부산행’의 속편인 만큼 세계관은 공유하고 있지만 ‘반도’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그렸어요.
강동원:
‘부산행’은 재난상황이 일어났을 때의 이야기이지만 ‘반도’는 그 이후 ‘포스트 아포칼립스’(문명 멸망 후의 세계) 상황을 그리는 영화예요. 전작과 같은 세계관을 취해도 ‘반도’는 로드 무비를 연상케 하는 탈출 영화이자 케이퍼 무비의 성격을 취하고 있어요.

Q. ‘부산행’이 큰 성공을 거뒀던 만큼 그 속편이라는 타이틀은 부담으로도 작용했을 것 같아요.
강동원:
기존 출연 배우가 아닌 새로운 배우가 속편을 채운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됐고, 전작이 너무나도 잘된 만큼 그 부분 역시 부담이었어요. 더 잘 만들어야 이전에 봤던 분들이 실망을 하지 않으실 테고,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나쁘지 않다’고 해주실 테고, 정말 잘 만들어야 ‘괜찮다’는 말을 들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내용 자체가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주얼부터 신선한 전개가 모두 좋았기 때문에 나중엔 큰 부담을 느끼진 않았죠. 저희만 잘 만들면 분명 ‘부산행’을 좋아하던 분들이 좋아해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배우 강동원.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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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요.
강동원:
제게는 극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가 가장 관건이었어요. 액션은 민정(이정현)의 가족이 주도적으로 하지만 이야기 전개나 감정의 흐름을 끌고 가는 건 정석(강동원)이거든요. 관객들도 정석의 시점을 따라가며 같은 감정을 가져가게 되는 만큼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정말 많이 썼어요.

Q. 가장 만족스러웠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강동원: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롭게 시도된 카 체이싱 신은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한국 기술의 발전에 대해 놀라실 거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장면은 631부대의 쇼핑몰 신이에요. 신선한 지점이 있는 장면이거든요. 저희 영화 속 액션 신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해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약자로 나오는 캐릭터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 역시 좋은 부분 중 하나예요.

Q. 정석의 액션도 눈에 띄었어요. 분량이 길지는 않았지만 액션이 나올 때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장악력이 있었죠.
강동원:
액션 팀과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만큼 시킨 대로 잘 했어요. 하지만 독특했던 건 좀비와의 액션이었어요. 물어뜯는 걸 저지하기 위해 머리를 때려야 하는데, 그건 그만큼 상대 배우가 다치기 쉽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더욱 조심하려 했어요. 

배우 강동원.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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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좀비와 함께 연기한 소감도 궁금해요(웃음).
강동원:
그동안 특수 분장한 연기자들을 많이 봐온 만큼 무섭거나 놀라진 않았는데, 이정현 선배와 이레, (이)예원이 같은 아역배우들은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웃기기도 했어요. 아는 사람이 갑자기 좀비 분장을 하고, 슛만 들어가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니까 민망하기도 했거든요(웃음). 그 와중에도 서로 다치지 않게 조심하자 했었죠.

Q.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강동원:
이정현 선배는 정말 밝은 에너지를 갖고 계신 분이에요. 제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연기를 정말 잘하시고요. 아역 친구들은 정말 귀엽고 장점이 많은 배우들이에요. 이레는 성인 배역을 맡아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눈빛이 정말 좋고, 예원이는 분위기를 주도할 정도의 씩씩함이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저는 아역배우는 ‘어린이다움’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예원이는 아이다운 해맑음이 있어서 함께 연기하면서도 즐거웠어요.

Q. 평소 ‘잘생김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어요. 대중은 늘 당신에게 ‘미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이는 강점임과 동시에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한정짓는 부분이 되곤 해요. 연상호 감독 역시 ‘강동원은 잘생긴 게 약점’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강동원:
일단 그 말씀은 감독님의 개인 생각이시고요(웃음). 저는 자신이 가진 것을 굳이 떨쳐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이 그게 약점이라 생각한다면 더 노력해서 장점으로 만들면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걸 바꿔서 표현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다른 분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말이기도 해요. 다른 분이 못하는 역할은 그분의 약점이 되는 거죠. 다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는, 제가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하고 단점은 잘 보완해나가고 싶어요.

배우 강동원.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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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동원이라는 배우는 유튜브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도 있지만, 최근 유튜브에 출연하며 그 편견을 깼어요. 당신이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한 것을 보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죠.
강동원:
저는 그냥 그 모든 게 ‘시대의 흐름’이라 생각해요. 과거에는 TV매체에 힘이 있었다면 이제는 유튜브가 TV매체와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힘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저 역시도 흐름에 따를 뿐이죠. 유튜브 역시 하나의 매체라 생각하거든요. 출연을 해보니 표현의 수위가 더 자유롭다고 느꼈어요. 특유의 에너지가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나요. 최근에 아는 분이 브이로그를 찍자고 하셔서 그게 뭔지도 모르고 찍었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다 재미있고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요.

Q. 이번 작품이 칸 영화제에도 초청되고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모으며 인기를 얻고 있어요. 실제로도 체감하는 바가 있나요?
강동원:
동남아나 미국 친구들이 기대된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웃음). 이 시국에 월드와이드로 개봉하는 영화가 ‘반도’뿐이었던지라 전 세계에서 주목해준 것 같아요. 얼떨떨하면서도 모두가 응원을 해줘서 좋았어요. 다행히 극장에서 2차 감염자가 나온 일이 없는 만큼 안전 수칙을 준수하시고 안전하게 영화를 관람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영화가 극장가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Q. 최근 출연작이 액션 장르로 빼곡하게 채워졌지만, 사실 당신은 한국형 로코(로맨틱코미디)에서 큰 강점을 보여 온 배우예요. 지금도 로코 장르에 대한 욕심이 있을지 궁금해요.
강동원:
요새는 코미디나 로코처럼 가벼운 분위기의 시나리오가 별로 없어요. 멜로 시나리오도 별로 없고요. 일전에 ‘검사외전’이나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정말 재미있게 찍었던 기억이 나지만 요즘은 로코 장르의 시나리오가 거의 없더라고요. 액션 위주로 흘러가는 게 요즘의 흐름 같아요. 하지만 ‘극한직업’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코미디의 가능성이 다시금 발견됐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작품들이 나와 주길 바라고 있어요.

배우 강동원. 사진. NEW 제공
배우 강동원. 사진. NEW 제공

Q. 2003년에 데뷔해 어느덧 데뷔 17년차 배우가 됐어요. 앞으로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가고 있나요.
강동원:
어찌 보면 지금이 연기자로서 제가 다시금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 같아요. 이젠 정말 어른이 됐다고도 느끼거든요. 책임질 것도 많아지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어요. 앞으로도 저는 계속 연기를 할 테니 계속 연기하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사고 없이 무사히 건강하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 관객 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저는 늘 관객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거든요. 계속 열심히 하면서 관객 분들과 소통하며 늙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연기자로서도 더욱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Q. 연기자로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고 생각해요. 강동원에게 ‘연기자로서의 자유’는 무엇인가요?
강동원:
여유가 더욱 더 생긴다는 거죠. 나이가 들수록 저를 찾는 작품도 줄어들 테니까 많은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발전된 연기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새로운 연기가 나올 테고, 열심히 일하며 여유를 더욱 찾아갈 것 같아요. 40대 중후반을 넘어가면 여유가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하하, 저는 정말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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