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인가 결정, 카카오뱅크 유력 후보
태국 금융지주 SCBX와 손잡고 인가 준비
긍정적 현지 평판, 금융당국 적극 지원 힘 받아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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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최근 국내 시장에 한계를 느낀 금융권의 해외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은행 업계 1위 카카오뱅크가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기존 금융권 해외 진출이 베트남에 집중돼 있는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태국을 공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태국의 금융지주회사인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와 손잡고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본격화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태국 중앙은행이 가상은행 인허가 절차를 개시하면서 국내 인터넷은행 최초로 해외에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을 비롯해 국내 금융업계가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등이 꼽힌다.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국내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요원해지면서 미래 수익원을 찾아야 되는 상황.

특히 카카오뱅크가 진출한 태국은 동남아 시장에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5060억달러를 자랑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도 높아 2010년 이래 연간 3~4%의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 가상은행 인허가 신청서 접수 개시

22일 업계에 따르면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9월 19일까지 가상은행 인허가 신청서 접수를 받는다. 태국이 도입을 준비 중인 가상은행은 한국의 인터넷은행과 같은 개념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은행을 뜻한다.

태국 중앙은행은 오는 9월 접수 마감 뒤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가상은행 인가를 결정할 예정이다. 허가받는 가상은행은 승인 후 1년 이내에 운영을 개시해야 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태국 중앙은행 절차에 따라 SCBX와 협력해 인가신청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왼쪽)와 아르시드 난다위다야(Arthid Nanthawithaya) SCBX 대표이사가 지난해 6월 15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SCBX 본사에서 진행된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왼쪽)와 아르시드 난다위다야(Arthid Nanthawithaya) SCBX 대표이사가 지난해 6월 15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SCBX 본사에서 진행된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 SCBX와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태국 가상은행 설립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SCBX는 태국의 대표적인 금융지주회사다.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을 포함해 신용카드와 보험판매 사업을 운영하는 Card X, 금융투자서비스를 제공하는 Innovest X 증권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SCBX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태국 내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약 2년 뒤 설립될 가상은행 컨소시엄의 지분을 20% 이상 취득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직접 진출‘ 대신 ‘간접 진출‘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태국 사정에 밝은 현지 유력 은행과 함께하는 것이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태국 재무부가 제시한 가상은행 설립 초기 최소등록자본금이 1850억원(50억바트)인 점을 고려했을 때 카카오뱅크는 적어도 370억원 규모로 참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자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꼽힌다. 앤트그룹은 태국 1위 통신사 트루와 협력해 가상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쟁 앞선 카카오뱅크?...긍정적 현지 평판·든든한 당국 지원

하지만 현재까지 분위기는 카카오뱅크에 조금 더 우호적인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태국 현지 평가가 좋은 데다 국내 금융당국 역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태국 정부는 가상은행 인가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지만 자격을 갖춘 신청 기관에만 허가를 내주기로 한 만큼 최종적으로 1곳만 인가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1월 발간한 가상은행 인가 지침서에서 ”한국의 한 가상은행은 예치 기간이 길수록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주단위 적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호평하며 카카오뱅크의 ‘26주적금’를 거론했다. 또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가상은행 설립과 관련한 자문을 얻기 위해 한국을 찾아 금융위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우리 금융당국도 카카오뱅크의 태국 진출 성공을 바라고 있다. 2015년 이후 외국계 상업은행 진출 사례가 없을 정도로 태국 금융시장의 문턱이 높기에 카카오뱅크가 이번에 물꼬를 틀 경우 향후 시중은행, 제2금융권 등 타 금융 업체들도 태국 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태국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한국 금융회사의 진출에 대한 태국 중앙은행 측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내 인터넷은행 업계 1위로서 비대면 금융 기술, 금융 플랫폼 역량을 쌓아온 것을 바탕으로 해외 글로벌 시장 진출에 첫 발을 디딘 것”이라며 "디지털 금융 DNA를 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이식해 사업 기반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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