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빼앗긴 디스플레이 1위 탈환" 초격차 투자 '가속'

산업 혁신전략 발표…2027년까지 65조원 이상 투자 시장 점유율 50%·기술격차 5년·소부장 자립 80% 목표 투명·XR·차량용 신시장 창출…차세대 iLED 기술 선점 추진 정부, 세제·인프라·규제 완화 등 지원…전문인력 9000명 육성

2023-05-19     변윤재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2027년 세계 1위 탈환을 목표로 세부과제들을 수행하기로 했다.자료=산업부.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중국에 빼앗긴 세계 1위 탈환에 나선다. 2027년까지 65조원 이상 투자해 시장 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리고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5년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스플레이산업 혁신전략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이창양 장관을 비롯해 김성철 삼성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윤수영 LG디스플레이 CTO, 김용재 삼성전자 부사장, 소부장 기업인 등 업계 관계자들이 회의에서 디스플레이 발전방향과 전략을 논의한 결과, 민간의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시급히 향상시킬 시점이라는 데 동의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라온 뒤 17년간 정상을 지켜왔다. 그러나 액정표시장치(LCD)를 내세워 맹추격한 중국에 2021년 1위를 내줬다.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인해 지난해 중국와의 격차는 줄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중국 42.5%, 한국 36.9%로, 1년 만에 양국 격차는 8%포인트에서 5.6%포인트로 줄었다. 그러나 중국이 OLED 분야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투자 보조금을 지원하며 추격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민간투자 전폭지원 △3대 신시장 창출 △초격차 기술 확보 △단단한 공급망 구축 △산업인력 육성 등의 핵심과제를 민관이 함께 이행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은 IT용 OLED 생산라인 증설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등에 65조원을 투입한다. 투자가 진행되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109조원의 연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세제, 정책금융 지원, 인프라, 규제 개선 등을 통해 민간 투자가 차질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2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디스플레이 시설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상향됐다. 여기에 더해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기관을 통해 9000억원의 정책 금융을 제공한다. 마이크로LED 등 5개 디스플레이 기술을 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고 디스플레이 특화 단지 지정을 검토한다. 또 연 1회 받아야 하는 유해 화학물질 취급 안전성 검사 주기를 최대 4년까지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대형장비 운송 시 승인기간과 절차를 간소화 한다. 이 밖에 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관계부처, 지자체 등과 협의하여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투명·확장현실(XR)·차량용의 3대 디스플레이 신시장 창출을 지원해 OLED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740억원을 지원된다. 투명 디스플레이 관련 실증 R&D에 약 100억원, XR기기용 초소형 디스플레이 성능 검증에 300억원,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안전성 실증센터 구축에 340억원을 투자한다. 산업부는 이와 같은 투자를 통해 3대 융복합 시장의 매출을 지난해 9억달러에서 2027년 15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5년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R&D 지원도 이뤄진다. 약 4200억 규모의 정부 R&D 자금을 투입해 IT용 8세대, TV용 10세대 등 대량 양산기술을 고도화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OLED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특히 OLED가 갖는 한계를 넘어 더 밝고 긴 수명에, 더 큰 화면 구현이 가능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iLED) 기술 선점을 추진한다. 소재․부품부터 공정, 인프라, 제품 양산기술까지 전 주기에 걸쳐 국내 생산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올 하반기 대규모 예타사업을 진행한다. 또 초실감 영상을 제공하는 입체구현 디스플레이 기술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공급망 구축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견고히 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5000억원 이상 규모의 정부 R&D를 투자해 소부장 자립화율을 8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FMM, 노광기, 봉지장비 등 주요 품목과 고투명 전극소재, LED 에피 성장장비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품목 등로 총 80개 품목의 기술 자립화에 나선다. 국산화에 성공한 품목은 수요기업과 연계해 사업화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핵심전략기술을 보유한 소부장 기업을 20개사를 으뜸기업으로 지정해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OLED혁신공정센터, 무기발광 스마트 모듈러 센터를 조성해 소부장 기업들의 기술 검증과 제조공정 연구 등을 돕는다. 

전문인력도 양성한다. 패널 기업은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통해 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키운다. 정부도 특성화대학원 개설, 산학 R&D 등을 통해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하고, 학부 전공트랙 신설을 추진한다. 아울러 OLED 혁신공정센터에서 미취업 학부생,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현장 중심 디스플레이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OLED, 무기발광 등 신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소부장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첨단기술 관련 교육을 확대한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10년간 9000명의 인력을 육성한다.

핵심인력과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 역시 강화한다. 디스플레이 퇴직 인력을 OLED 혁신공정센터 교수, 실습 강사 등으로 채용해 업계 노하우가 계승되도록 유도한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국가핵심기술 수출을 승인받은 기업에 대해 승인 조건 이행 여부, 인력 관리 등에 대한 현장조사도 강화에 나선다.

이창양 장관은 "오늘 전략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한 결과이자 세계 1위 탈환을 위한 여정의 첫걸음"이라며 "핵심 목표를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해 반드시 이뤄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