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로 알리오'···공기업 불성실 공시 '왜?'

-공공 공시 시스템 ‘알리오’, 뭘 알리시오? -국민 알권리를 위한다면서 정보 제한적 -감사 기록, 입찰공고까지 XX처리 많아… -부정적 정보는 극히 제한해 정보 공개 -입찰 공고일과 마감일 같은 경우도

2023-05-14     권해솜 기자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 시스템인 알리오의 메인 화면. /알리오 화면 캡처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입찰을 알리는 날짜와 마감일이 동일하다면 공정한 경쟁일까. 입찰공고의 내용이 백지라도 법적 효력이 있을까.

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도입한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Alio)'가 외적 성장과 달리 일부 공공기관의 무성의 때문에 질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입찰공고를 클릭하면 내용이 아예 없거나 △입찰 공고일과 종료일이 동일하고 △입찰 제목을 따라가면 입찰과 무관한 홈페이지만 화면에 표시되며 △‘오류 페이지’로 연결되는 경우도 발견돼 알리오 전체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공항공사가 공시한 '항공기 지상 이동시간 분석을 통한 지연개선 연구' 입찰공고. 등록일과 입찰종료일이 같다./알리오 화면 캡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알리오 입찰공고를 클릭하면 잇따라 열리는 오류페이지. 홈페이지를 따로 찾아 몇번의 과정을 거쳐야만 입찰 공고를 확인할 수 있다./알리오 연결 화면 캡처

내용이 베일에 가려진 공시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들이 알리오에 공개하는 '이사회 회의록’은 날짜와 장소만 확실할 뿐, 내용은 물론 의제마저 파악하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다.

‘감사, 징계’ 공시는 감사 기간만 제대로 적시될 뿐 어떤 잘못을 저질렀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는 미공개다. 정부는 그동안 중대 위규 건이 발생할 때마다 ‘앞으로는 알리오에 실명까지 공개하겠다’고 강조해왔으나 전혀 지키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6일 한국철도공사가 알리오 내부·외부감사 결과에 뒤늦게 올려놓은 자료는 알고 보니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의 개인정보를 2019년부터 3년간 18차례 열람해 직원이 해임된 중대 사안이었다. 하지만 해당 공시에는 모든 정보가 ‘○○○센터’, ‘○○○부’, ‘○○○’로 표기됐을 뿐이다. 

지난 3월16일, 알리오 내부·외부감사결과에 올라온 코레일 공시를 따라 들어간 원자료. BTS의 리더 RM의 개인정보를 3년간 18차례 열람했다가 해임된 직원에 대한 징계 정보였지만 어떤 곳에서, 어떤 위규가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알리오 연결 화면 캡처 

입찰공고의 제목과 내용이 전혀 다른 공시가 뜨는 경우까지 발견된다. 국가철도공단이 지난 9일 알리오에 올린 입찰공고의 제목은 '진주~광양 전철화사업 개통행사 대행용역'이지만 상세 안내는 '평택~오송2복선 철도건설사업 착공행사 대행용역'이라고 적혀 있다. 업무 착오나 '문서 복사의 오류'로 보이는 이 공고는 14일 현재까지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입주공시의 제목과 내용이 전혀 다른 사례. 단순 실수로 보이지만 공공기관들이 알리오 공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음을 알려주는 본보기다./알리오 연결 화면 캡처 

이처럼 공공기관의 불명확하거나 불성실하게 보이는 공시가 잦은 이유는 무엇보다 물량 위주의 공시 때문으로 풀이된다. 5월 둘째 주인 8일~12일 닷새간 372개 공공기관이 알리오에 올린 공시는 입찰공고 255건, 수시공시 194건, 채용정보 240건(12일 오후 6시 기준) 등 649건에 이른다. 하루 평균 137건 이상으로 종일토록 지켜보지 않으면 전반적인 흐름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알리오에 올라오는 공시가 하루 600~700건에 달했던 지난 4월처럼 공시가 봇물처럼 쏟아질 때는 덩달아 불명확한 공시도 많아지지만 사후에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알리오의 ‘최근  항목에는 1000개만 수록돼 불과 며칠 전에 올라온 공시조차 재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요자가 며칠 전 공시를 확인하려면 내용을 미리 알고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세부 항목별 검색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공시가 봇물처럼 쏟아져도 정작 필요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제도에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공시를 많이 올릴수록 ‘공시 우수기관’ 지정과 공기업 경영평가에 높은 배점을 부여한다.

주관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등의 경영과 입찰, 채용 관련 정보를 될수록 많이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공공기관들은 '공시 횟수 늘리기’에만 치중해 알리오가 '불필요한 정보가 뒤섞인 혼돈의 바다'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불성실 공시에 대해서는 관련 임원에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지난 2017년 밝혔지만 아직까지 단 한번도 실행된 적이 없다.

 공공정책학을 연구하는 P교수는 이와 관련해 "알리오 이용객의 대부분이 투자나 사업 목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본인들이 찾고자 하는 정보를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반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거나 정보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면 개선이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공개되는 정보의 내용과 깊이가 극히 제한된 감사 및 징계 공시와 관련해서도 개인정보는 보호하되 법과 사회적 통념에 벗어난 행위는 알리는게 알리오의 본래 취지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알리오의 순기능을 되살리는 방안으로는 '입찰 공고의 세분화'와 '감사 및 징계 공시 강화'가 손꼽힌다.  일정 금액 이하인 입찰공고는 별도의 창으로 운영하고 중요 사업이나 투명성이 요구되는 공시도 별도 운영해, 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P교수는 "일부 공공기관의 무성의한 행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알리오의 파생사이트인 잡알리오가 구직 청년층에게 유용하게 활용되는 등 알리오는 한국만의 특장점 중 하나"라며 "제도와 운영 방식에 대한 개선을 통해 활용도와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go.kr)는 국민 알권리를 위해 2006년 12월 탄생했으며 372개 공공기관이 실적 등 경영지표와 사업 방향, 채용공고, 입찰 정보 등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