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이해도 낮은 소비자에 '속도' 강조해놓고…실제보다 부풀려
공정위 "이론상으로만 가능…중요 정보도 은폐 또는 누락해"

이통3사가 5G속도 과장 광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사진=공정위
이통3사가 5G속도 과장 광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사진=공정위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이통3사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5G 서비스 속도를 부풀려 광고했다는 이유로 300억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역대 공정위가 부과한 표시광고 과징금 중 두 번째로 큰 액수다. 

24일 공정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5G서비스 상용화 초기에 진행한 광고에 대해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리고 이통3사에 시정명령, 공표명령과 함께 총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매출 규모에 따라 SK텔레콤 168억2900만원, KT 139억3100만원, LG유플러스 28억5000만원이다.

5G 서비스의 속도는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품질지표다. 이동통신 기술이 전문적인 만큼,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고, 5G 상용화 초기에는 그나마도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이통3사의 광고 등에 의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통3사는 불리한 정보를 은폐하거나 실제보다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2018년부터 자사 홈페이지, 유튜브 등을 통해 이통3사는 5G 속도를 경쟁적으로 부각했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LTE로 20초 이상 걸리는 2.5GB 대용량 파일을 단 1초 만에 보낼 수 있어요'와 같은 문구를 통해 서비스 속도가 20기가비트(Gbps)를 구현하는 것처럼 광고했다. 20Gbps는 주파수 대역과 대역폭, 단말기 같은 조건이 갖춰질 때 가능한 5G 기술표준상 목표속도다. 실제 광고기간 이통3사의 5G 평균 속도는 LTE의 3.8~6.8배 수준인 656~801Mbps였다. 상용화 3년이 지난 2021년에도 여전히 광고에서 제시한 속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통3사의 평균 속도는 0.8Gbps에 불과했다.  

특히 당시 각 사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과 대역폭에서는 20Gbps를 구현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는 28GHz 고주파 대역을 지원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기종도 출시되지 않았다. 

또 이통3사는 5G 서비스가 출시된 2019년 3월부터는 자사 5G 서비스의 최고 속도가 2.1∼2.7Gbps라며 부풀려 광고했다. 이통3사가 제시한 최고 속도는 1대의 기지국에 1개의 단말기만 접속하는 경우에만 가능했다.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주파수 대역도 당시에는 전국 어디에서도 이용할 수 없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광고기간 이통3사의 5G 서비스 평균속도는 2.1~2.7Gbps의 약 25~34%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통3사는 서로 자사 5G 서비스 속도가 다른 사업자보다 빠르다고 부각했다. '5G 속도도 SK텔레콤이 앞서갑니다', '전국에서 앞서가는 KT 5G 속도', '5G 속도측정 1위! U+가 5G 속도에서도 앞서갑니다'와 같은 배타적 표현과 속도 측정 결과를 넣어 5G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가 오해하게끔 했다.

그러나 이통3사가 활용한 측정값은 자의적으로 취사 선택한 자료였다. KT는 내부에서 임의로 측정한 결과를 활용했고, LG유플러스는 특정지역에서만 확인된 측정값 중 유리한 결과만 뽑아 썼다. SK텔레콤은 아예 타사 LTE와 자사의 5G 속도를 비교, 일관성이 없었다.  

공정위는 통신시장의 과점 구조를 고려할 때, 5G 서비스 품질에 대한 거짓·과장성과 기만성, 부당광고 행위는 위법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해당 광고가 실제 사실을 은폐, 누락해 정보 오인성이 높다"며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고려, 통신 기술세대 전환 때마나 반복된 관행을 근절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통3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앞서 심의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론상 최고속속이며 실제 속도가 사용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제한사항을 표기한 점을 들어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통3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신 사업은 공공재인 전파를 할당받아 영위하는 사업인만큼 소비자에게도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와 품질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통3사의 관행이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해쳤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속도 마케팅을 포기할 수 없는 이통3사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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