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 DL, 포스코 등 '친환경'으로 활로 모색
간판교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등 다양한 움직임

삼성엔지니어링이 건설한 사우디 마덴암모니아 플랜트 전경.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이 건설한 사우디 마덴암모니아 플랜트 전경. 사진=삼성엔지니어링.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건설업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친환경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간판에서 '건설'을 떼고 지속 성장의 가치를 담기 위해 친환경 사업을 저울질 중이다.

기존의 사업 만으론 외부 변수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건설업계는 기존의 건설 분야 역량과 미래 성장 동력을 융합할 수 있는 영역 탐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이 사명 변경을 내부 검토 중이다. 내부적으로 △삼성어헤드 △삼성퍼스티브 △삼성인스파이어 등으로 새로운 사명 후보군을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명 변경이 결정된다면 32년 만의 간판 교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이번 사명 변경 검토는 주력 사업인 플랜트 사업 외에도 친환경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성장 비전을 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신사업 등 미래 비전을 구상하기 위해 사명 변경과 사명 유지 등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명 변경은 친환경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한 방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친환경 플랜트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중동과 아시아 등 기존 해외 주력 시장에 이어 칠레에서도 수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그린 솔루션 분야에도 투자를 진행 중이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환경시설관리'가 운영 중인 경산 공공하수처리시설.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환경시설관리'가 운영 중인 경산 공공하수처리시설. 사진=SK에코플랜트.

성장 한계로 친환경 신사업 확대

앞서 SK에코플랜트,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 기존 건설사들도 주택 시장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친환경 신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1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꾼 SK에코플랜트는 건설사에서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했다. 정관도 변경해 사업목적에 '환경·에너지'를 추가했다. 주요 추가 사업목적 역시 △환경 관련 사업 △신·재생에너지 설비 관련 사업 △자원의 재활용 및 회수 자원 매매 △폐기물 수거·분류·소각·매립사업' 등으로 넓혔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중 하나인 초순수 생산기술 개발을 위한 기술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 최근 높은 성장성으로 주목받는 폐배터리 재활용(EV battery recycle) 사업도 SK에코플랜트가 눈여겨보고 있는 분야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잠재력이 무한한 순환 경제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건설도 사명에 'Eco'를 더하며 친환경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천명했다. 지난해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이앤씨(POSCO E&C)'로 사명을 변경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하수처리시설 건립 등 기존 수처리시설 조성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저탄소 철강 분야인 수소 환원 제철과 2차전지 원료 소재 분야의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설계·조달·시공)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친환경 사업 경쟁력 확보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림그룹도 지난 2021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함께 그룹명을 DL로 변경했고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도 이름을 'DL이앤씨'로 바꿨다. DL이앤씨는 지난해 8월 친환경 탈탄소 사업 확대를 위한 전문회사인 '카본코(CARBONCO)'를 설립하고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소형모듈원전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GS건설도 수처리 산업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967년 세계 최초로 RO(역삼투압) 방식 플랜트를 건설한 '이니마'를 인수한 GS건설은 유럽과 북아프리카, 미국에 이어 2019년 브라질 산업용수, 2020년 오만, 2022년 베트남 시장까지 진출하며 관련 신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조성한 하수처리 및 자원화 시설인 용인 휴먼에코타운. 사진=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가 조성한 하수처리 및 자원화 시설인 용인 휴먼에코타운. 사진=포스코이앤씨.

실적 이끄는 핵심으로 급부상

건설사들이 친환경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국내 건설 업황이 점차 포화 상태로 돌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사태,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자금경색 등 건설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친환경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건설사의 실적을 이끄는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태양광 개발 사업을 통해 1200억원에 가까운 개발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상사 부문의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한양도 지난 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린데, 전남도와 함께 전라남도 여수시 묘도에 블루수소 생산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총 8억불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GS건설 등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신사업 부문이 성장을 견인하면서 올해 1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경기를 타는 산업이기에 이 부분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바로 사업다각화"라면서 "장기적인 기업의 영속을 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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