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3위로 밀려…지난해 적자, 1200억원 넘어
제작비보다 개성…"비용 낮춰도 좋은 콘텐츠 만들 것"
시리즈·영화 등 오리지널 콘텐츠 6~7편 공개 예정

                           이태현 웨이브 대표. 사진=웨이브.
                           이태현 웨이브 대표. 사진=웨이브.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웨이브가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제작비보다 플랫폼의 개성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피의 게임2', '박하경 여행기' 외에 영화 '데드맨', '용감한 시민' 등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웨이브는 국내 OTT 순위에서 티빙에 밀려 3위로 내려갔다. 2위 티빙은 차이를 벌려 나가고 있고, 4위 구글플레이는 바짝 추격 중이다. 적자 규모가 늘어난 웨이브가 경쟁사들처럼 제작비를 늘릴 수도 없는 처지다. 넷플릭스는 향후 4년 간 한국 콘텐츠에 25억달러, 한화로 3조원 이상 투자 계획을 밝힌 상황. 콘텐츠의 질로 유료 이용자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웨이브는 25일 오후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를 통해 올해 선보일 주요 작품을 공개하고 전략을 공유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웨이브가 추구하는 콘텐츠 방향은 다른 플랫폼이 하지 않는 이야기와 소재를 다루고 하지 않는 유통 패키징을 하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1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할 수는 없지만 올해는 피의 게임 2 등 다양한 콘텐츠 6~7개를 선보이는 만큼,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비용 효율적인 작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1200억원을 넘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플랫폼의 공세가 한층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하는 대신 웨이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차별화를 하겠다는 각오다.

이 대표는 "펜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인데다가 업계 내 플레이어도 많아 적자 규모가 커졌고, 그만큼 비용 효율화(코스트 이팩트)가 중요해졌다"면서 "비용 절감해 좋은 스토리를 좋은 창작자와 만드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하지 않지만 타율이 높은 편"이라며 오리지널 시리즈인 '약한 영웅'을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선보인 '약한 영웅'은 화제성이 높은 콘텐츠로 바이럴지수가 4주간 1위를 기록했다. 제작비 규모가 블록버스터급이 아닌데도 비용 효율면에서 높은 효과를 봤고 현재 북미, 아시아 지역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OTT 시장 내 경쟁을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식화해서다. 업계에서는 콘텐츠를 둘러싼 쩐의 전쟁이 다시 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표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3조원을 투자하는 건 환영하는 일이다.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 영화, 드라마에 투자한다는 건 국내 산업 활성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선택과 집중에 따라 투자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비용 효율화를 내걸 웨이브가 올해 가장 신경쓴 작품은 서바이벌 장르인 피의 게임 2다. 이날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에서는 피의 게임 2에 참여하는 13명의 출연진들이 전부 나와 인터뷰와 촬영 소감 등을 밝히며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13명의 생존 경쟁을 담은 피의 게임 2는 시즌 1에서 스케일을 확장해 발리를 배경으로 한층 치열해진 서바이벌 장르의 진수를 보여준다. 서로가 승자이자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강한 캐릭터들이 부딪히는데서 오는 긴장감과 생존 경쟁을 담아냈다. 이 대표 역시 "피의 게임 2는 지난해 약한 영웅을 이어받는 비용 효율적인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배우 이나영이 출연하는 미드폼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도 기대작이다. 다음달 한미일 동시 공개돼 해외 시청자를 공략한다. 최근 20~30분 가량의 미드폼 스타일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웨이브는 25분 가량의 8부작 드라마를 기획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청 점유 시간이기에 기존의 60분짜리 등 긴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니즈 충족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면서 "미드폼이 구독자, 소비자층에게 중요해질 것이고 앞으로도 미드폼은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웨이브는 올해 역시 충무로를 겨냥한 작품을 선보인다. 오리지널 영화 데드맨과 웹툰 원작의 용감한 시민이다. 이 대표는 "(OTT가 영화에 투자하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되는지) 직접적인 수치를 말씀드릴 순 없다"면서도 "웨이브가 신인 감독들에게 제작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른 OTT와는 달리 동시 개봉이 아닌 극장 개봉을 우선적으로 하기에 (영화계와) 상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OTT 콘텐츠도 웹툰처럼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비치기도 했다.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동영상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최근 불법 동영상 싸이트로 OTT 뿐 아니라 채널 등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는데 누누티비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리겠다 발표한 이후 한국 플랫폼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실제로 올라갔다"며 "실질적으로는 (불법 유통에 대한) 직접적인 단속이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좋은 콘텐츠에 대해서 제대로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 기반을 강화하기로 한 웨이브가 흑자 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당장 1~3년내 턴어라운드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국내 시장에서 턴어라운드는 어렵고 대신 글로벌 사업과 관련해 경영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미국 플랫폼 코코와를 인수했다. 코코와는 코코와플러스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구글TV, 라쿠텐 비키, 로쿠, 컴캐스트 엑스피니티, 주모, 콕스 등 현지 OTT 와 케이블TV사들과도 제휴를 맺고 있다. 웨이브는 직진출보다 한국 콘텐츠 수요가 높은 미주지역에서 자리잡은 회사를 인수, 해외 공략에 나섰다. 

코코와는 북미 시장에서 1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가입자 분포도 역시 현지 한인 커뮤니티 외에 백인, 히스패닉 등으로 다양하다. 북미 내륙에서 K 콘텐츠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코코와는 남미, 유럽을 시야에 넣고 있다. 웨이브는 코코와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한편  중동, 아시안 시장 진출도 꾀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