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통해 은행 부수 업무에 ‘알뜰폰 사업’ 포함
금산분리 규제 완화 여파 가늠할 시장으로 ‘주목’
기존 업체, “출혈경쟁-중소형 사업자 생존 위협”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금산분리 제도를 다시 한번 수술대에 올렸습니다. 규제혁신 바람을 타고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인 금산분리 제도를 손보기로 한 건데요. 금산분리 찬성론자들은 이 규제는 시장의 불공정성 확대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규제완화론자들은 달라진 금융환경을 감안해 규제의 개선 나아가 철폐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해 관계자 입장도 엇갈립니다. 금융회사들은 타업종으로의 진출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 나아가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는 반면, 금융사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이종업계에서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금융권의 진격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자칫 금융발 ‘골목상권' 논란으로 확전될 소지도 충분합니다. 데일리임팩트가 26일 국회에서 진행되는 '금융혁신과 금산분리' 긴급 토론회를 앞두고 4차례 기획기사를 통해 현황을 정리합니다.

리브엠 출범식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및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구혜정 기자.
리브엠 출범식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및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금산분리 논의를 앞두고 주요 업권의 분위기는 크게 엇갈린다. 금융권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다. 규제에 막혀 금융업에 갇혀있던 '갑갑함'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본업인 금융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금융회사가 진출하려고 눈독 들여온 비금융 업권에선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막대한 금융자본과 사용자 풀, 방대한 고객정보 데이터를 가진 금융회사와의 경쟁 자체가 독과점 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방어벽을 치고 있다.

이미 갈등이 시작된 곳도 있다. 정부의 일시적 규제를 통해 은행이 일부 진출한 알뜰폰, 배달플랫폼 시장 등인데 벌써부터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따른 셈법에 골몰하고 있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규제샌드박스 활용해 실속차리며 표정관리하는 은행

현재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샌드박스’ 조치로 알뜰폰과 배달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란 혁신금융 서비스의 하나로 진행되는 일종의 규제완화 지원 정책이다. 정부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 제한)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해당 서비스 출시 과정에서 현행 규제의 일부 또는 전부가 면제된다는 점이다. .

실제로 현재 금융권에 적용되는 은행업법, 보험업법, 공정거래법 등에 따르면 해당 금융권 내 회사들은 법령에 명시된 업무 및 부수업무 외의 사업으로 진출이 금지돼 있다. 쉽게 말해 현행법상 은행은 알뜰폰이나 배달앱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데 ‘규제샌드박스’ 에 따른 예외 조치로 관련 사업이 한시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데일리임팩트가 정부 규제정보포털을 통해 확인한 지난해 말 기준 규제샌드박스(금융혁신) 추진 건수는 총 237건이다. 지난 2019년 4월 1차 규제샌드박스 사업 이후 매년 상‧하반기 별로 각각 3~4차례씩 규제샌드박스 적용 서비스를 선발해 왔다.

규제샌드박스를 가장 적극 활용한 곳은 은행이다. 표면적으로는 규제샌드박스 시행 이후, 은행권이 이종산업에 진출한 사례는 15건에 그쳤다. 전체 추진 건수의 10%도 안 되는 수치이자 카드(47건), 증권(42건), 보험(29건) 등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카드 결제, 증권거래, 보험판매 등 핵심 사업에 기초한 서비스를 선보인 타 업권과 달리 은행들은 말 그대로 ‘이종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타 업종의 경우 현재 기술 발전에 저해되는 기존 규제를 해결하는 소위 ‘갈라파고스 규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금융권은 이종산업군으로 진출하기 위한 활로로 규제샌드박스를 이용하고 있는 게 차별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사실상의 규제 철폐 효과,,은행도 알뜰폰 진출"

앞에서 언급했듯 알뜰폰과 배달중개플랫폼 업권은 금산분리 이슈와 맞물려 향후 규제완화에 따른 영향을 점검할 수 있는 분야다.

국내 금융권의 규제샌드박스 1호로 나선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리브엠)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알뜰폰 사업을 통한 금융·통신 융합’을 목적으로 규제 문턱을 넘은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은 이후 수차례 규제샌드박스 재연장을 거치며 여전히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가입자 40만명을 넘어선 리브엠은 거대 3사(SKT·KT·LG유플러스) 체제로 공고화된 통신업계에서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모았다. 실제로 이통3사 대비 저렴한 통신요금과 전문 통신사 수준의 높은 통화품질 등을 앞세워 리브엠은 통신업계의 유의미한 변화의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리브엠 서비스의 특례기간 종료(4월 16일)를 앞두고 가상이동통신망사업(알뜰폰)을 은행의 부수업무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에 나선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이를 통해 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도 별도 규제샌드박스를 통하지 않고도 알뜰폰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알뜰폰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사업은 바로 신한은행이 서비스 중인 배달중개플랫폼(땡겨요) 서비스다. 지난 2020년 12월 금융위의 규제샌드박스승인을 받은 ‘땡겨요’ 서비스는 이종서비스인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사업을 통한 특화 금융서비스 제공 가능성 및 실효성을 검증해 보겠다는 차원에서 탄생됐다.

이후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초 공식 출시된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의 가입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93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배달수요가 급증했다는 점, 별다른 진입장벽 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설치만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알뜰폰 케이스보다는 가입자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낮은 수수료와 다양한 상생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가맹점수도 8만5000개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소상공인, 배달라이더들과의 상생을 위해 서비스 범위 및 제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생존 고민’

이같은 은행업계의 이종산업 진출이 반드시 긍정적인 메기 효과만 가져오는 건 아니다. 이미 해당 업권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의 경우 대형 자본을 앞세운 금융권의 진출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장 반대가 극심한 곳은 알뜰폰 업계다. 이미 알뜰폰 업계에서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리브엠이 과도한 마케팅과 판촉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KB국민은행의 알뜰폰시장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통 3사 계열 통신사가 50%가 넘는 시장 비중(가입자 기준)을 보유한 상황에서 리브엠까지 정식 서비스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 알뜰폰사업자에게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실제로 리브엠의 사업 지속이 결정된 후, 일부 알뜰폰 업체는 소위 ‘0원 요금제’를 출시하며 출혈경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대형 알뜰폰 사업자에 맞서기 위해선 결국 요금 인하를 통한 고객 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게 업계 내부의 설명이다.

알뜰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리브엠의 경우 통신사에 지급하는 망 사용료 이하의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어 중소사업자들의 가격경쟁력마저 약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리브엠의 정식 서비스는 결국 영세한 수십 곳의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숨통을 끊겠다는 결정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리브엠의 정식 사업 승인을 계기로 타 은행들의 알뜰폰 시장 직접 진출 또한 예상 가능하다. 이미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해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대다수 시중은행은 알뜰폰 시장으로의 직접 진출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알뜰폰뿐 아니라 ‘땡겨요’ 같은 배달앱 서비스 또한 수익창출보다는 결제 데이터 수집 및 은행으로의 고객 유입이 목적인데 이미 다른 방식(마이데이터) 등으로 해당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 상황을 봐가면서 전략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일부 금융사의 이종사업 전개는 수익 목적보다는 금융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며 “다만, 추후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 본격적인 ‘수익원 다변화’도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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