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자 하이패스’ 리볼빙 금리 18%대 넘어
무이자 할부 등 주요 혜택도 축소 또는 삭제
상생 강조하는 타 금융업권과 대비된 행보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 고금리 기조와 소비심리 회복의 여파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카드사들이 주요 신용상품의 금리를 올리고 있어 최근 금융업계에 화두로 떠오른 소위 ‘상생 금융’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이용 시 급격한 신용점수 하락으로 이어지는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금리는 연초부터 꾸준히 올라 연 2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또 그동안 고객 유치를 위해 확대해왔던 무이자 할부와 같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도 축소해 고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카드 업계는 경기침체, 유동성 위기 등 불확실한 카드 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며 향후 유동성과 건전성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다면, 다시 고객 혜택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카드업권 실적. 자료. 금융감독원.
지난해 카드업권 실적. 자료. 금융감독원.

카드사, 순이익 줄었지만 내실 챙겼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가 거둔 순이익은 2조6062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076억원(4.0%) 감소한 수치다. 

카드업계의 실적은 표면적으로는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대급 이자이익을 기록하는 등 세부 지표는 전년 대비 오히려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206억원 가량 늘었고 카드 대출 및 할부 카드 수수료 수익 또한 전년 대비 약 43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이 카드사 대출 창구를 찾으면서 기업 대출을 포함한 이자수익 또한 전년 대비 3445억원 확대됐다. 4500억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을 고려하면 어려운 환경 속 나름 실적 선방했다는 것.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눈여겨볼 부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축됐던 카드 이용액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는 점”이라며 “올해 또한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카드 사용 증가,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 또한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카드 업계 내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민간 소비 활성화와 사회적거리두기 완화 조치등을 통해 전년(960조6000억원) 대비 116조원(12%) 늘어난 1076조6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하루 평균 신용·체크카드 이용 규모 또한 약 3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약 2조7000억원) 대비 13% 가량 늘어났다.

 

‘20% 육박’ 고공비행하는 리볼빙 금리

이처럼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카드 업계의 현황과 달리, 카드 업계의 상생금융 행보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연간 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취약 차주 대상 금리인하와 이자 감면 조치 등의 상생 정책을 발표한 은행권의 행보와 달리 오히려 일부 신용상품의 금리를 올리며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리볼빙’이다. 리볼빙이란 매월 내는 카드 대금의 일부(최소 10%)만 내고, 남은 금액의 상환을 연기하는 서비스다. 당장 카드값을 갚기 어려운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취약차주들이 늘어나면서 리볼빙을 이용하는 잔액 또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전업카드사들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전월 대비 0.32% 늘어난 7조39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리볼빙 잔액 증가세는 지난 1월 기준 전월 대비 0.12%(92억원) 늘어나며 다소 진정되는 듯했지만, 다시 증가 폭이 확대됐다.

문제는 리볼빙 금리까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상환을 연기해주는 조건으로 일종의 수수료를 받는다. 해당 수수료를 책정하는 기준이 바로 리볼빙 금리인데, 해당 금리의 오름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의 지난 2월 말 기준, 리볼빙 금리는 15.7%~18.5% 수준이다. 물론 금융당국의 금리 압박을 고려한 대다수 카드사가 전월 대비 소폭 금리를 인하했지만, 일부 카드사는 연초 대비 최대 0.5%p(하단 기준) 가량 금리를 올리는 등 여전히 오름세를 꺾지 않고 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특히 이러한 리볼빙 금리의 오름세가 카드대출, 소위 ‘카드론’의 금리와 다소 정반대의 흐름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카드론과 리볼빙 금리 모두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 금리에 따라 움직이는데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해 4분기 기준 6%대까지 올랐던 여전채(3년물‧AA+) 금리는 최근 연 3.94%(4일 기준)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여전채 금리의 하락세에 지난 2월 기준 국내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4%로 전월 대비 0.8%p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카드론 금리가 16%대까지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수준의 하락세다.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리볼빙 금리와는 상반된 흐름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의 경우 리볼빙 금리가 20%에 육박할 정도로 오름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최근 신용불량 위험에 놓인 2030세대 중 상당수가 장기간 리볼빙을 이용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에서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신한플레이 캡쳐.
사진. 신한플레이 캡쳐.

혜택 줄이는 카드사, 이유는 ‘건전성’

이러한 카드업계의 역행하는 상생행보는 금리 뿐만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대다수 소비자들이 주요 이용하면서 체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혜택도 줄줄이 축소하며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이자 할부 혜택의 축소. 대다수 카드사는 최근 들어 무이자할부 중단 또는 할부 개월 축소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전업카드사들은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해오던 무이자할부 기간을 2~3개월로 축소했다.

삼성카드는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모든 업종에서 할부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했다. 현대카드 또한 카드 이용 수요가 많은 대형마트‧항공권 등 일부 마켓을 중심으로 무이자할부 기간을 3개월로 줄였다.

신한카드의 경우, 카드사 자체적으로 운영해오던 ‘탑스클럽(Tops Club)’ 내 일시불 거래의 무이자 분할납부 혜택을 오는 15일부터 중단한다. 해당 서비스는, 일시불로 거래한 금액에 대해 사용자가 상환에 부담을 느낄 경우,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분납을 허용하는 제도다.

일시불 거래 분할 납부 요청 시, 무이자 할부 납부를 지원해왔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일반적으로 수수료가 동반되는 할부만 남게 됐다.

한 전업카드사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동성 위축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자연스레 무이자할부와 같은 마케팅 또한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자금조달이 점차 원활해지고 있는 데다 여전채 금리 또한 하락 국면이라는 점에서 상반기 중 무이자할부 혜택 또한 일부 복원 또는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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